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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50년만의 국립극단 ‘활화산’…과잉된 사실주의, 시대착오적 연출과 표현으로 맞이할 ‘현자타임’

[Culture Board] 초연 50년 만에 돌아온 연극 '활화산'

입력 2024-05-22 18:30 | 신문게재 2024-05-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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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차범석 탄생 100주년 연극 '활화산'.(사진제공=국립극단)

 

“당시 선전극으로서 어쩌면 도구화된 예술을 비틀어 보여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비틀어 보여 주는 방식을 각색과 윤색 없이 원작을 그대로 가져가면 당시 과하게 작품과 사회상에 도입된 국가 체제 선전의 양상을 더 적나라하게 문제의식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죠.”


지금 ‘활화산’(5월 22~6월 17일 명동예술극장)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윤한솔 연출은 “(‘활화산’ 쓰여진 1973년) 당시 희곡에서 여성 서사가 녹아 있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라며 “이 여성이 소위 당시 지도자로서의 박정희 표상으로 도구화된 점도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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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차범석 탄생 100주년 연극 '활화산'.(사진제공=국립극단)

한국적 사실주의의 거장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활화산’이 50년만에 무대에 오른다. 

 

‘활화산’은 차범석이 오십줄에 들어서던 1973년 집필해 이듬해 이해랑 연출과 백성희, 장민호, 손숙, 신구 등의 출연으로 국립극단 제67회 정기공연으로 초연된 작품이다.


윤한솔 연출이 차범석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고 직접 선택한, 무려 5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급진적인 경제개발 계획이 추진되던 때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때는 떵떵거리던 양반가문이었지만 쇠잔해 가는 이씨 문중 종가의 이야기다. 

분수에 넘치는 일이 돼 버린 허례허식,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제와 구습 등에 맞서 팔을 걷어 부친 며느리 정숙(강민지)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직접 돼지를 키우며 가문을 일으켜 세우려는 정숙, 정숙의 만류에도 축산조합장 선거에 나섰다 고배를 마시며 집안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상식(구도균), 집안의 수장 이노인(정진각)과 그의 아내 심씨(백수련) 등의 이야기다. 

한국적 사실주의 거장의 희곡을 50년 만에 꺼내든 윤한솔은 ‘파수꾼’ ‘나는야쎅쓰왕’ ‘아무튼백석’ ‘두뇌수술’ ‘텃밭킬러’ ‘원치않은, 나혜석’ ‘치정’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 등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가볍고 과잉되지만 극장 문을 나서면서 혹은 시간이 흐른 뒤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독특한 무대 언어로 문제의식을 표현하는 연출이다. 

[국립극단] 활화산(1974) 공연모습
50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차범석 탄생 100주년 연극 ‘활화산. 사진은 1974년 공연장면(사진제공=국립극단)

 

‘활화산’ 역시 원작 그대로를 살리되 다양한 오브제, 인물들의 비중 조절 등 특유의 연출로 급변하는 사회의 일꾼들이 넘쳐나던 시대의 비논리적이고 막무가내로 발산되던 과잉 에너지, 지금의 사람들에겐 지극히 시대착오적인 문제의식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원작 희곡에서는 큰 비중이 없던 세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군데군데 배치돼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체제 하에 움직이는 어른들의 세계를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윤 연출의 의도가 반영된 연출적 요소”이자 “과잉된 사실주의 연기로 오히려 어색함을 느끼게 만들고자 하는 포부”가 담긴 연출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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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차범석 탄생 100주년 연극 '활화산' 정숙 역의 강민지(왼쪽)와 상식 구도균(사진제공=국립극단)

‘스고파라갈’ ‘만선’ ‘기후비상사태’ ‘차이아메리카’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등의 강민지, ‘정의의 사람들’ ‘함익’ ‘옥상 밭 고추는 왜’ ‘헨리4세’ 등 ‘과잉된 사실주의 연기’의 달인인 구도균 등이 50년만의 ’활화산‘에 불을 붙인다.

과하게 시대착오적인 연출과 표현으로 ‘현자타임’(현실자각타임)을 선사할 ‘활화산’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들 중 인터미션 후 무대 중앙에 자리잡을 “규모가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거대한 돼지 동상”이 볼거리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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