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산업·IT·과학 > 석유화학 · 정유 · 가스 · 전력

[르포] 네 발 달린 ‘로봇개’가 가스 탐지…SK 울산CLX, ‘스마트플랜트’로 탈바꿈

SK이노베이션, 핵심 사업장 울산콤플렉스에 AI·DT 기술 도입
자체 솔루션 개발도…"생산성·안전성 모두 잡아"

입력 2024-05-26 09:00 | 신문게재 2024-05-27 5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SK이노
SK 울산콤플렉스(CLX) 전경.(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정유 공장은 옛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인공지능(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기술이 굉장히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찾은 SK 울산콤플렉스(CLX)에서 만난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 추진팀장이 한 말이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울산CLX는 ‘굴뚝산업’을 실감케 하는 겉모습과 달리 공정운전, 설비관리, SHE(안전·보건·환경)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스마트플랜트’였다.

울산CLX는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그 계열사들의 핵심 사업장이다.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공장 등 50여 개의 단일공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전체 근무 인원만 약 3000명이 넘는 데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인 250만평의 부지를 자랑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곳에 AI와 DT 기술을 접목, 효율성이 대폭 개선된 스마트플랜트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스마트플랜트는 일반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와는 달리 석유·화학 플랜트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전환의 개념이다. 정창훈 스마트플랜트 추진팀장은 “자동차나 반도체는 제조과정이 눈에 보이지만, 석유·화학 플랜트는 파이프와 각종 장치물 속에 원유나 제품들이 들어가 있어 제품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스마트플랜트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경쟁력 확보 차원뿐만 아니라 눈앞에 닥친 세대교체 이슈도 AI와 DT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 ‘스마트플랜트’라는 용어를 업계 최초 도입한 SK이노베이션은 전략 수정과 데이터 확보, AI 개발 등 진화를 거듭하며 2019년부터 본격 스마트플랜트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AI·DT 기술을 적용, 효율성을 개선한 40여 개의 스마트플랜트 2.0 과제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플랜트 2.0 주요 과제는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 △공정 자동 제어 고도화 △설비 고장 예측 솔루션 △울산CLX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공정운전 분야에서는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을 적용해 반복적인 업무와 공정 시동·정지를 자동화했다.  

 

사진 1 로봇개 현장점검
로봇개가 SK 울산CLX에서 현장 점검을 하는 모습.(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또 울산CLX의 일부 생산현장에서는 ‘로봇개’라는 별칭을 가진 4족 보행 로봇이 안전지킴이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본 로봇개는 사람의 개입 없이 혼자서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로봇개는 가스 누출 감시,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온도 측정 기능을 탑재해 문제 발생 시 모니터링 시스템에 별도로 알람을 띄운다”고 말했다. 사람이 체크할 경우 하루 3번에 그치지만, 로봇개는 하루 5~6번 순찰이 가능해 안전관리 차원에서 효과가 상당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에너지는 모든 생산현장에 단계적으로 로봇개 투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진 3 AR 활용한 비계 물량 산정
SK에너지 직원들이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비계 물량을 산정하고 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이 밖에도 울산CLX의 고소지역 설비 검사에는 ‘드론’이, 현장 비계 작업 시뮬레이션에는 ‘증강현실(AR)’ 기술이 활약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SK이노베이션이 이 같은 디지털 솔루션을 외부에서 단순 도입해온 게 아니라, 대부분 자체 개발했다는 것이다. 정창훈 스마트플랜트 추진팀장은 자체 개발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IT 기업들은 IT 기술만 하다 보니 막상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며 “현장에 맞는 AI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부족한 부분은 IT 회사와 협업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 내 90여 명의 CDS(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와 10여 명의 AI·DT 전문가를 양성해 직접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의 엔지니어 기술 챗봇도 개발 중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실행력이 한층 강화된 스마트플랜트 2.0을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자동운전 플랜트’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