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관보에 게재, 공포돼 28일부터 식당에서 모든 주종의 소분 판매가 가능해졌다. 면허 취소의 예외로 단순가공·조작 범위에 명시한 이른바 ‘잔술’은 모호한 주세법 체계를 바로잡은 규제 완화로 평가할 수 있겠다. 소비자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술을 병째로 팔든 한 잔씩 팔든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 허용한 점은 개선된 방향이다.
해석상으로는 시행령 적용 이전에도 잔술 판매가 불법이었던 건 아니다. 국세청 주세법 기본통칙에 규정한 지난해부터 적어도 그러한 처벌 위험성의 소지는 사라졌다. 모든 잔술 판매를 술의 가공·조작 행위로 보지 않겠다는 내용은 이미 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이날을 기점으로 법과 현실의 차이, 즉 법리와 실제 주류 판매 문화 간 괴리 해소를 한층 명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잔 단위 유통에 대해서는 식당가 의견이 분분하지만 새로운 타깃이 생겨 매출 발생이 가능한 부분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병째로 마시기가 부담스러워 음주를 안 하는 손님도 있었던 만큼, 법적으로 허용된 부분을 추가 매출로 잘 활용할 수 있겠다. 비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음료 허용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눈높이에선 술 한 병 시키기가 부담스럽거나 1인 가구, 주량 적은 혼술족 등, 또 문자 그대로 ‘딱 한 잔’만 마시고 싶은 경우에도 반가울 수 있다.
재사용에 대한 위생 측면의 우려는 불식시켜야 한다. 주류에 탄산, 채소, 과일 등을 즉석에서 섞어 팔 때는 위생뿐 아니라 품질 변수가 떠오를지 모른다. 업주의 자율적이고 양심적인 관리와 소비자의 믿음에만 온전히 맡기기 어려워 시행령이나 주세법 기본통칙을 다시 손대는 일은 없기 바란다. 잔술의 세대교체 등 주류 시장에 미칠 좋은 영향은 전적으로 업주와 손님의 상호 신뢰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 소비자가 술잔과 술 자체를 못 믿는다면 제도 안착은 성립되지 않는다.
병에서 잔으로 옮기는 가공이나 조작, 재사용 과정에서 새로운 불법 여지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허용된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가하는 방식에 불법 첨가물을 넣었던 가짜 양주의 기억이 겹쳐서도, 축제 현장의 생수병 소주 바가지요금과 같은 논란거리를 재생시켜서도 안 된다. 잔으로 술을 판매하는 데 운영상 미비점이 나타난다면 더 보완해 위생문제가 잔술 판매의 위험 요소이며 단점으로 제기되지 않게 해야 한다. 소비자 호응과 시장 안착은 ‘남은 술’에 대한 일말의 불신이 깨끗이 사라지는 데 있다. 주류면허법 시행령 성패도 여기에 달린 것으로 정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