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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서두를 수도 마냥 늦출 수도 없어”…고심 깊어지는 한은

입력 2024-05-30 10:15 | 신문게재 2024-05-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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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참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인하 시점이 너무 빠르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한미 금리차 확대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인하 시점을 마냥 늦춰 타이밍을 놓치면 인하 효과가 약화될 뿐만 아니라, 대출 연체율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 박영환 팀장·성현구 과장은 30일 한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보고서에서 이 같은 딜레마를 기술했다.

한은은 우선 너무 빠른 통화정책 기조 전환시 리스크로 △물가 목표(2%) 수렴 지연 △환율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등을 꼽았다.

국내 물가 상황을 보면, 근원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3% 내외의 높은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데다 지난 몇개월간 증대됐던 공급충격의 지속성 및 파급영향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커졌다.

박 팀장 등은 “아직은 공급측 상방압력이 기조적인 물가 둔화 추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공급 측면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너무 이른 정책기조 전환이 이뤄질 경우,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면서 목표수렴 시기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의 경우 미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지연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연준의 피벗 시기와 인하폭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글로벌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국내외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는 내외금리차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 팀장 등은 “환율 변동성 확대는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를 느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자본유출입, 국내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등 금융안정 측면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이러한 영향에 대해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가계부채도 불안 요인이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해말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다 4월 들어 증가 전환했다. 이는 정책금융 확대, 주담대 금리 하락 등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다소 개선되면서 전국 주택가격 하락폭이 축소되고 거래량도 다소 늘어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책기조가 전환될 경우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수준이 낮을수록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으니 정책기조 전환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금리인하 시점을 너무 늦출 경우, 수출·내수 간 차별화 심화, 금융시장 불안 리스크 증대 등이 리스크로 지목됐다.

국내 경기 상황을 보면 수출은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반면 1분기 중 반등했던 소비와 건설투자는 2분기 들어 조정 받는 등 수출과 내수 간 차별화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수출 호조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등 대외요인의 영향이 크지만 내수의 부진한 흐름에는 고물가, 고금리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통화긴축 기조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면서 수출·내수 간 차별화가 심화되고 물가 상승률을 전망경로보다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통화긴축 기조 지속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PF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측면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부동산PF 부실 확대로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PF 문제는 부동산 경기 부진, 금융비용 및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 등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긴축 기조가 장기화될수록 PF 부실 위험이 커지고 비은행권 대출 연체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 팀장 등은 “너무 일찍 정책기조를 전환할 경우,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리스크가 있다”며 “반대로 너무 늦게 정책기조를 전환할 경우에는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시장불안 리스크가 커질 수 있으므로 하반기 이후의 통화정책은 이러한 양 측면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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