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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첫 ‘파업 브레이크’, 하필 이럴 때 밟으려 하나

입력 2024-05-30 14:12 | 신문게재 2024-05-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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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 사옥 건너편의 파업버스 연좌 농성이 낯설게 다가오는 아침이다. 6월 7일 조합원 단체 연차 사용이라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1호 지침은 당혹스럽다.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였고 삼성 역사상 처음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꼭 중요하지는 않다. 한국사회와 국제사회에서 삼성 영향력이 매우 큰데 왜 이러느냐는 일반론도 뒤로 미룬다. 우리가 품는 의문은 성장 낙관론만 펼 수 없게 됐고 빠르게 도전해 시간 경영의 합일된 힘을 노사가 보여야 할 하필 이럴 때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선 시기나 명분 모두 그르쳤다.

올 연초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파업 얘기가 불거질 때마다 설마 했던 것은 이 두 초점이 안 맞는다 봤기 때문이었다. 단체행동은 단결권, 단체교섭권과 나란히 헌법 제33조 1항의 노동3권으로 보장하는 권리다. 이 범주 내에서 “사측이 교섭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아 즉각 파업에 임한다”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을 무조건 비판할 수만은 없다. 다만 분초를 다투며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반도체 전쟁 중인 이런 틈을 노리지 않아야 한다. 회사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막중한 파업 리스크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경제계 전반에서 삼성 경쟁력이 흔들릴까 우려하고 있다.

목표 대비 성과(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잡아 성과급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삼성 노조의 주장에 많은 직장인들은 부러움과 의아함의 시선으로 대한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서 대만 TSMC의 높은 장벽을 넘어서는 일마저 벅찬 일임을 알면 더 놀란다. 반도체 기업의 가치를 쥐락펴락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도 희비가 갈리는 와중이다. 비상 경영에 돌입해야 할 만큼의 경영 불확실성을 국내 최대 기업의 최고 대우 샐러리맨들이 나 몰라라 한다면 안 될 말이다.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노노 갈등이나 조장할 땐 리더십과 경영 부담으로 돌아온다.

일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건 노동자 입장에서 기분 좋은 일이다. 전삼노의 요구가 하찮다는 뜻은 아니다. 반도체 불황을 넘어서야 하는 삼성 앞에 임금 교섭이나 성과급 체계라는 보상 구조가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리더십이 흔들려선 안 되는 삼성의 바쁜 발길을 생각하면 빠른 타결은 필수다. 각국이 주도하는 긴박한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노사관계에 발목 잡혀 상생의 길을 못 찾고 헛걸음한다면 시간은 삼성 편이 아닐 수 있다. 회사의 도약 기회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길 노조(전삼노)에 당부한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한 가지만 생각해도 삼성으로선 노조 리스크나 경영상 리스크 없이 달려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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