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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끝나지 않는 전세사기 고통

입력 2024-06-10 14:03 | 신문게재 2024-06-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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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건설부동산부 차장

1만7593명.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 1년만에 피해로 인정된 숫자다. 지금도 많은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정부는 2년 한시법인 전세사기 특별법 일몰 전까지 피해자가 3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두 배가량의 피해자가 더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참담하다.


지난 2022년말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빌라왕 전세사기는 해가 두번이 바뀐 최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세사기는 비단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엄청난 그늘을 지게했다.

우선, 청년들은 전 재산을 잃었다. 전세 사기 피해자를 연령별로 보면 피해가 주로 40세 미만 청년층이 73.7%에 이른다.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섰거나 아직 부동산 거래에 익숙치 않은 젊은층에게 피해가 집중된 것이다. 이들에게 전세 보증금은 거의 전 재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자금을 사기 당해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다.

전세제도 존립 자체도 흔들린다. 지난해 수도권의 빌라 등 비(非)아파트 주택의 신규 임대차 계약 10건 중 7건은 월세다. 전세 사기로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위험한 전세 대신 안전한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오랫동안 서민들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했던 빌라도 몰락했다.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거래 4건 중 3건이 아파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하루아침에 전재산을 잃게 된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여전히 전세사기 피해 구조를 입법화 하는데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도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하루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에 묻는다.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장원석 건설부동산부 차장 one2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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