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신현암 전성률

입력 2022-08-27 09:00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1
이 책은 오래도록 사랑받는 세계적 브랜드들이 어떻게 계속 유지되고 발전하는지를 고찰한다. 저자들은 그 해답으로 ‘ACES 모델’을 제시한다. 목적 있는 성과를 추구하고 이윤을 창출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적합성(Adaptability), 일관성(Consistency)과 효율성(Efficiency), 그리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브랜드 에센스’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Substantiality)을 두루 갖춰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ESG경영 등 글로벌 파워 브랜드 기업들의 장수 비결과 사회적 책임 경영에 관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 파타고니아가 왜 맥주를 만들까 - 등산용품 제조업체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직접 즐겨본 사람만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회사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파도가 치면 거리낌없이 서핑을 타러 나간다. 쉬나드는 환경보호에 관한 한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모든 면직 의류는 100%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면으로 만든다. 2011년에는 자신이 만든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새 제품을 사기 보다는 가능한 기존 제품을 수선해 쓸 것을 권장한 것이다. 2012년에는 느닷없이 식품시장에 뛰어들었다. 환경보호를 위해 진짜 해야 할 일이 식품사업이라며 훈제연어를 선보였다. 파토고니아 프로비번즈를 설립해 100% 유기농 에너지바, 수프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갔다. 맥주 원료로 여러해살이 밀 품종인 컨자(kernza)를 쓴다. 뿌리가 3미터가 넘을 정도로 깊어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저장할 수 있어 기후변화 대응작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주 이름도 ‘롱 루트(긴 뿌리)’다.

* ESG 경영의 출발점 ‘블랙록’ - ESG 경영이 거대한 흐름이 된 것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덕분이다. 그는 초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에서 일하다 창업자들과 리스크에 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1994년 독립해 블랙록을 설립했다. 2020년 1월 14일 보낸 연례서한에서 그는 “ESG를 자산운용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가 넘는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고, ESG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150개 이상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2021년에는 투자대상 기업들에게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본주의의 힘(The Power of Capitalism)이란 개념을 앞세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매진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그의 첫 연례서한이었던 2012년에도 그는 ‘가치집중형 인게이지’를 얘기하며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주주권 행사 등 적극적인 참여를 예고했었다. 2018년 서한의 제목은 ‘기업의 목적의식’이었다. 재무적 성과 외에 사회에 대한 긍정적 기여를 본격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2019년 8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선언의 기초가 되었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자본주의 실현이 그의 목표다.

* ‘유니버설 오너십’과 ESG - 블랙록이 ESG를 강조한 이유 중에는 ‘유니버설 오너십’의 관점이 존재한다. 한 나라 전체 업종의 주식을 보유한 거대한 기관투자가를 말하는 유니버설 오너십은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성장 패턴에도 관심을 갖는다.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사태 직전인 2020년 4월에 블랙록은 ‘실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고 2060년~2080년 기후위기가 미국 각 주에 미칠 경제적 리스크를 측정해 위험을 알렸다. 같은 해 9월에 유럽중앙은행(ECB)는 ‘경제 전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보고서에서 탄소 중립 전환의 시나리오별 영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ECB는 당장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유럽 GDP(국내총생산)가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탄소중립경제로 전환하는 비용은 GDP의 2%를 넘지 않을 만큼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래리 핑크는 “우리가 관리하는 돈은 대부분 교사 소방관 의사 사업가 등 수많은 개인과 연금 수혜자들을 위한 퇴직금”이라며 ‘선량한 청지기’ 역할을 다할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또 “향후 주력 투자자로 부상할 밀레니얼 세대, 즉 MZ 세대들이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며 거듭 ESC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200년을 생각하는 ‘세븐스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 - 천연세제로 유명한 세븐스제어레이션은 미국의 인디언 부족에서 유래한 ‘결정은 7번째 후대에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격언을 브랜드에 담았다. 창업자 제프리 홀렌더는 사업가 보다 사회운동가에 가깝다. 1977년 토론토에 ‘스킬스 익스체인지’라는 비영리 기관을 세워 어른들에게 코딩부터 사진 인화 및 집 구매법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25~50달러만 받고 가르쳤다. 1990년에는 북미 최초로 재생종이를 활용한 무독성 생필품 제품 라인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2001년에는 수질오염 방지를 위해 인산염을 뺀 식기세척기 세제를 선보였다. 제품 뿐 아니라 기업의 모든 생산 단계에서 친환경 행보를 펼쳐 동물실험반대(Creulty Free) 인증을 받았고, 모든 직원은 자신의 근무 시간 중 1% 또는 20시간을 들여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의무화토록 했다. 2016년 유니레버에 인수된 후에는 유니레버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업’을 새롭게 정의한 ‘유니레버(Unilever)’ - 1929년 영국의 비누 회사 레버 브러더스와 네덜란드 마가린 회사 마가린 유니가 합병해 탄생한 유니레버는 1998년 경영위기를 맞아 브랜드 대정리에 들어간 적이 있다. 이 때 총수익의 90%를 차지하는 고수익 브랜드 외에 모두 매각키로 결정했다. 2009년에는 대대적인 개혁을 위해 P&G·네슬레 출신의 폴 폴먼을 CEO로 수혈했다. 그는 회사를 환경 및 사회가치 중시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며 분기별 실적 전망을 중단시켰다. “유니레버의 장기 가치 창출 모델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다른 곳에 투자하라”고 도발했다. 2010년에는 ‘지속가능한 삶 계획’이라는 구체적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제품에서 트랜드지방 사용을 줄이고 포장재 사용도 최소화했다. 그는 지구를 살리는 게 돈이 된다고 굳게 믿었다. 2018년 사퇴했지만 그의 통찰력 덕분에 유니레버는 ESG 시대에 가장 걸 맞는 브랜드가 되었다.

* 사업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H&M - 창업자의 손자인 칼 요한 페르손은 2009년 회장 취임 이후 수익 중심 경영에서 탈피했다. 돈 없는 사람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옷이면서 동시에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경영철학을 세웠다. 한 철만 입고 버리는 옷이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려 2013년에는 ‘헌 옷 수거 프로그램’으로 의류 재활용에 적극 나섰다. 옷 상태에 따라 재착용, 재사용, 재활용의 ‘순환 경제’를 실천했다. 환경보호와 보전에 기여하면서 상업적 가능성까지 엿보이는 아이디어들을 엑센추어에서 1년간 컨설팅 받도록 했다. 환경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5가지 방법도 제시했다. ‘제품의 서비스화, 소유에서 공유로의 전환, 제품 수명의 연장, 회수와 리사이클, 재생형 공급망 구축’이 그것이다. ‘패션과 품질을 가장 좋은 가격에’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회사는 자체 공장이 한 곳도 없다. 비서 없는 임원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매장 만큼은 거대도시의 한복판 1급지를 고수한다.

* 국영기업의 대변신 ‘오스테드(Orsted)’ - 1970년대 초반 오일 쇼크 때 덴마크는 북해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맡는 ‘동(DONG)’을 설립하고 이후 2006년 해상과 풍력발전 회사를 합병해 ‘동에너지’를 설립했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계기로 덴마크 정부는 이 회사 구조를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15%, 재생가능에너지 85%로 바꾸기로 한다. ‘레고’ 출신의 헨리크 폴센을 CEO로 영입해 ‘블랙에서 그린’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12개 사업부 중 블랙에 해당하는 8개를 걷어내고 사명도 오스테드로 바꿨다. 전자기를 발명해 발전 분야 초석을 다진 자국 과학자 ‘크리스티안 외로스테드’에서 이름을 따 발전 분야의 혁신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2025년부터는 거의 모든 전기를 녹색 에너지로 생산하겠다며 새 비즈니스 모델로 해상 풍력발전을 선택했다. 육상 풍력보다 2배나 비용이 들지만, 혁신적인 비용 절감 끝에 현재 이 회사는 세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인 세계 최대 해상 풍력발전 회사가 됐다.

* 60세 이상만 채용하는 ‘가토제작소(加藤製作所)’ - 일본의 4대째 이어오는 가족기업으로 1888년 쟁기 등 농기구 생산부터 시작해 지금은 자동차와 항공기 가전제품용 금속부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의욕 있는 사람을 구함. 남녀·경력 불문. 단, 나이 제한 있음. 60세 이상인 분만’이라는 광고를 냈다. 이때 채용된 15명의 고령 직원들은 주 28시간 이하를 근무했다.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 중 3분의 2 이상 일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없음을 감안한 배려였다. 주중에는 젊은 직원 위주로 일하게 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고령자를 젊은이와 함께 작업케 했다. 현재 가토제작소에서 60대는 젊은이로 통한다. 2022년 2월 현재 전체 92명 중 43명 직원이 시니어다. 2018년에는 1명이 근속 60년, 5명이 50년 상을 받았다. 고령층을 고용함으로써 이 회사는 시니어들에게 자립심과 건강을 돌 볼 기회를 주었고, 젊은 직원들에 대한 기술교육을 가능케 했고, 지역민 고용으로 지역사회에도 기여했다.

* P&G를 위해 추도묵념 한 ‘킴벌리’ - 킴벌리는 P&G가 종이 소비재 시장에 뛰어들 무렵에 같은 시장에 진출했다. 1971년에 취임한 다윈 스미스 CEO는 20년 동안 재직하면서, 케케묵은 제지회사에 불과했던 킴벌리를 탁월한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경쟁기업인 P&G와 스콧 페이퍼를 가볍게 눌렀고, 당대 최고 기업인 코카콜라나 HP 보다 탁월한 실적을 올렸다. 그는 전통적인 핵심사업인 코팅한 종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P&G와의 일전을 위해 배수진을 쳤다. 한 내부 모임에서 그가 갑자기 묵념의 시간을 청했다. 경건한 침묵의 시간이 지난 후, 영문도 모르던 직원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은 P&G를 위한 묵념의 시간이었습니다.” 참석자들 모두 짜릿한 흥분감을 느꼈고 이 기운은 전 직원에 전파되었다. 스미스는 제지공장을 모두 매각하는 결정을 발표하고 하기스, 크리넥스 같은 소비재 브랜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덕분에 지금은 8개 관련제품 카테고리 중 6개 부문에서 P&G를 앞질렀다.

* “옳다고 믿으면 행하라” 머크(Merck) - ‘회선사상충’이라는 기생충이 1970년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창궐해 ‘리버 블라인드니스’라는 ‘실명증’을 확산시켜 공포에 떨게 했다. 머크가 1987년에야 ‘멕티잔’이라는 기생충 박멸제 개발에 어렵게 성공했다. 문제는 경제성이었다. 연간 2000만 달러의 생산비용과 200만 달러의 유통비용이 필요했다. 세계보건기구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미 국제개발처와 국무부에도 간청했으나 대답은 같았다. CEO였던 로이 바젤로스는 결단을 내렸다. 멕티잔을 전 세계에 무상 제공키로 한 것이다. 그는 즉시 유니세프 등과 함께 ‘멕티잔 기부 프로그램(MDP)’을 시작했다. 오너인 조지 머크 2세도 “의약품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익은 저절로 따라다닌다”며 거들었다. MDP는 1993년에는 중남미 지역으로 확장되며 큰 성공을 거두어 머크를 사회적 책임감이 큰 기업으로 올려 놓았다. 머크는 2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세계 치대 제약회사가 되었다.

* “유통기한이 닥친 음식을 구출하라” 알버트 하인(Albert Heijn) - 네덜란드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 하인은 유기농 판매와 플라스틱 절감, 식품 폐기물 최소화 등에 노력하는 기업이다. 유통기한이 다가올수록 값을 깎아주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라는 식품 폐기물 관련 사업이 압권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유통기한 날짜를 정확히 파악해 소비자에게 정상가격과 할인 가격을 함께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아예 ‘인스톡’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유통기간이 얼마 안남지 재료로만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까지 차렸다. 할인 가격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를 팔다가 남은 식재료를 인스톡에서 소화하는 식이다. 현재 인스톡은 독립해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21년 9월 말 기준으로 인스톡 레스토랑이 구조해낸 음식물은 1080톤에 달한다. 푸드 트럭도 운영한다. 식재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훈제, 발효 등 저장방법을 소개하는 책까지 출간해 관련 요리 교실도 매달 연다.

* 마약단속국 앞에 대마초 심은 ‘닥터 브로너스(Dr. Bronner’s)’ - 유기농 보디케어 제품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대마초의 합법적 허용을 주장한다. 대마초는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의 함량이 0.3% 이상이면 마리화나(Marijuina), 미만이면 헴프(Hemp)로 구분된다. 이들은 “헴프는 마약이 아니니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장례용 수의에 쓰는 ‘삼’도 헴프다. 빨리 자라고 밀집되어 토지 이용률이 높고, 내구성과 쓰임새가 다양해 밧줄이나 어망부터 종이나 페인트, 헴프 오일같은 식재료 원재료로도 쓰인다. 닥터 브로노스도 이를 활용한 보디 케어 제품을 생산 중이다. 오바마 정부가 2009년 대마초 규제안을 발표하자 마약단속국 앞 마당에 대마초를 심는 퍼포먼스까지 벌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회사는 공정무역과 환경을 배려한 제품을 최우선 한다. 유기농 인증을 위한 ‘95%-3km-3년-4번’ 법칙을 자체 운영 중이다. 물과 미네랄을 제외한 모든 원료가 95% 이상 천연성분이어야 하고, 유기농 원료 재배지역의 반경 3km 내에 화학시설이 없어야 한다. 3년 이상 재배된 유기농 원료만 사용하며, 국제적으로 검증된 유기농 인증기관이 연 4회 제조시설 실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회사는 매년 이익의 3분의 1을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 “가격과 환경, 둘 다 잡아라” 리플푸드(Ripple foods)’ - 친환경 프리미엄 세정제 시장을 주도하는 ‘메소드(Method Products)의 창업자 애덤 로리가 재생가능연료 기업 아미리스(Amyris)의 창업자 닐 렌닝거와 2014년에 공동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완두콩을 주원료로 한 ‘대체 우유’를 만든다. 하지만 두유와 달리 콩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고 거의 우유 맛에 가까워 큰 인기다. 제품 패키지에 ‘단백질 함유 8g, 우유 대비 당분은 절반, 칼슘 함유는 1.5배’라고 명기할 만큼 영양도 잡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물론 물 사용량 등 각종 환경적 측면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자랑 한다. 아직 대체 우유 시장 규모는 고기나 우유시장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잔 물결(ripple)’이라는 이름과 달리, 시장의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뭉쳐 있다.

* 월마트 지역전략에 무너진 골리앗 ‘K마트’ - 1962년은 미국 유통업 역사상 특이한 해다, 3대 할인업체인 K마트, 월마트, 타깃이 탄생한 해이다. 1976년 K마트는 미국 전역에 271개 매장을 보유하며 할인점의 초강자로 군림했다.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한 경영진은 음식점, 비디오 대여점 같은 비 연관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런 동안 일선 매장의 컴퓨터는 노후화되었고, 소비자 선호 상품의 재고 관리는 엉망이 되었고, 결국 가격 경젱력마져 잃게 되었다. 그 사이 경쟁자 월마트는 유통 시스템을 혁신하며 추격전을 펼쳤다. 특히 K마트가 인구가 많아 회전율이 높은 대도시를 공략하는 동안 월마트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효율성 극대화를 노리고 소규모 도시를 집중 공략했다. 150개 매장으로 구성된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100만 명이라는 인구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2년 K마트는 결국 파산을 선고했다. 제3의 경쟁자였던 타깃은 그나마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차별화에 성공해 살아 남았다.

* ‘여성과 환경을 위한 콘돔’ 서스테인내추럴(Sustain natural) - 유기농 탐폰을 팔던 제프리 홀렌더는 2014년에 딸 미카와 함께 콘돔과 윤활제를 대표 상품으로 하는 친환경 성(性) 제품 제조회사를 차린다. 이들 부녀는 콘돔을 피임도구로만 여기지 않았다. 배고픔과 질병, 가난, 그리고 기후변화와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았다. 다른 브랜드의 꽤 많은 콘돔에선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이 검출되어 2010년에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할 정도였다. 부녀는 공정무역을 통해 천연고무만을 원료로 쓰고, 알로에 성분을 활용한 수용성 오일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다. 덕분에 ‘비건 콘돔’이라고 불렸다. ‘콘돔은 남성 사용품’이라는 이미지도 바꾸었다. 누구나 부끄러움 없이 파우치 백에 넣고 다니게 했다. 품 포장부터 밝고 차분한 색상으로 바꾸었다. 2014년에는 홀푸드마켓에 입점해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여성 건강을 위해 세전 이익의 10%를 기부한다. 특히 저소득층 여성의 성 건강과 가족계획을 중점지원한다.

* ‘헤어 디자이너 양성소’ 비달 사순(Vidal Sassoon) - 헤어 디자이너 비달 사순은 미용업계의 전설이다. 1954년 런던에 자신의 첫 살롱을 연 그는 1963년 평범한 단발머리의 고전적 보브컷에 기하학적인 ‘사순 컷’을 접목해 혁명 같은 변화를 일으킨다. ‘사순 스타일’로 커트하면 머리를 감고 드라이만 해도 그럴싸한 머리 모양이 완성됐다. 1967년에 그는 미용 아카데미를 열었다. 그전까지는 도제 시스템으로 비밀스럽게 기술 전수가 이어졌다. 미용업계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순 아카데미는 당대 최고의 미용 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매년 최신 트랜드를 발표하고 교육함으로써 미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1973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헤어케어 브랜드를 만들어 P&G에 매각한다. 하지만 2003년 P&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라이센싱 계약 때 한 약속을 P&G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에게 미용과 미용제품은 대단히 특별한 창조행위이자 지켜야 할 가치였다.

* “할인보다는 로열티” 칙필레이(Chick-Fil-A) - 매년 7월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레스토랑 순위가 발표된다. 2021년 1~3위는 맥도날드, 스타벅스, 타코벨이었다. 그런데 4위가 낯선 이름의 ‘칙필레이’였다. 닭(Chicken)과 필레(fillet. 저민 살코기), A 등급이란 뜻의 이 레스토랑은 맛도 맛이지만,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로열티 경영’이 성공 비결이다. 창업자 트루에트 캐시는 쿠폰 고객의 행동을 연구 관찰한 끝에 이들이 돈은 더 적게 쓰고, 반복 구매도 덜 하면서 가장 바쁜 시간에 쿠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즉각 거의 모든 쿠폰 사용을 없앴다. 대신 어린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판촉물을 차별화했다. 장난감 대신 동화, 어린이 도서, 유익한 내용의 CD로 부모의 마음을 얻었다. 매장 한 곳에서 1년에 10만 달러 이상 벌 수 있는 곳은 칙필레이가 유일할 정도로 가맹점 로열티 제고에 힘썼다. 직원 평균 이직률도 미국 평균의 10분의 1인 4~6%다. 다른 체인에 비해 소득은 평균 50%나 많기 때문이다.

* “직원만족이 최우선” 오아시스 솔루션(OASYS solution) - 2016년에 창업 10년을 맞은 이 회사는 수도관 관리 및 유지보수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그 해 창업자인 세키야 유조는 천편일률적인 지저분한 작업복을 리뉴얼해 젊은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정장 차림의 작업복으로 바꾸는 결정을 했다. 출근할 때 부끄럽지 않고, 작업 막간에 그대로 식당을 가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아도 될 복장이었다. 정장처럼 멋진 디자인이지만, 제품 속성을 들여다보면 완벽한 작업복이다. 튼튼하고 신축성이 뛰어나며 방수기능도 갖췄다. 내부 만족도는 물론 외부 반응도 좋았다. 1년 반도 안돼 300여개 회사가 오아시스 작업복을 채택했다. 저자는 “오아시스 혁신의 출발은 ‘아픔에 공감하는 것’ 이었다”고 말한다. 자신과 동료들이 겪은 작업복에 대한 아픈 추억을 멋진 신사업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