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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현대인들은 ‘디지털 중독자’인가 ‘기술 폭식’의 피해자인가

[‘신간(新刊) 베껴읽기’] 디지털 과잉 시대 해법서2

입력 2022-12-16 07:00 | 신문게재 2022-12-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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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디지털 중독’은 이제 실생활이자 현실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빅테크 기업들이 파 놓은 덫에 빠져, 삶과 소비의 모든 부문에서 중독과 벗하고 있다. 김병규 연세대 교수는 이를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 즉 중독 시대의 인간이라고 명명했다. 이광석 서울과기대 교수는 <디지털 폭식사회>에서 무분별한 기술 폭식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술이 해결사, 나아가 ‘인류 구원의 상징’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존중받으며 살 길은 없을까? 두 저자는 기술의 속박에서 스스로 헤쳐나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과 ‘인간 정보’의 가치를 인정하는 구체적 법제화의 시급함도 강조한다. 기술 시대의 멘토, ‘디지털 그루(digital Guru)’를 찾는 노력도 긴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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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규의 ‘호모 아딕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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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수는 첨단 디지털 기술이 탑재된 온갖 스마트 기기에 인간이 나날이 ‘중독’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마트폰을 ‘신종 마약’이라고 칭한다. 돈도 안 들고, 질리지도 않고, 부작용도 없다. 오히려 스스로를 자극해 중독하게 만든다.


저자는 우리가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 즉, ‘중독되는 인간의 시대’를 맞았다고 말한다. 중독이 쉽게 일상화되는 사회다. ‘중독 비즈니스’가 시장을 이끄는 ‘중독경제의 시대’이기도 하다. 빅테크 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데이터를 독점하고,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한다. 중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우리 10대 청소년과 유·아동의 30% 가량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다. ‘좋아요’ 버튼이 ‘디지털 마약’이 된지 오래다. 기업들은 ‘판매’ 보다 ‘중독’을 목표로 삼는다. 구글 개발자조차 “알고리즘은 당신을 중독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실토했다. ‘쇼핑 앱 중독’의 시대이기도 하다. 더 이상 지출이 고통스럽지 않다. 쉽게 돈을 쓰고, 쉽게 제품을 구입해 쉽게 버린다.

저자는 빅 테크 기업의 ‘중독 디자인 4단계 법칙’을 얘기한다. 사업적 의도를 숨기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시핑(sipping)이 첫 단계다. 다음은 낚아채기, 후킹(hooking)이다. 예상치 못한 보상으로 지속적 욕구를 심어준다. 담그기, 소킹(soaking)이 다음이다. 외부와 단절케 하고 디지털 공간에 빠져 돈을 쓰게 만든다. 마지막은 가로채기, 인터셉팅(intercepting). 현실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을 다시 디지털 세계로 몰아 넣는다. 이 모든 것의 기초가 ‘사용자 데이터’다.

저자는 “중독경제의 혜택과 편리는 모두 누리되, 지나치게 중독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독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생존법”이라고 말한다. 중독을 유도하는 트리거(방아쇠)를 제거하기 위해 태블릿을 침대에서만 사용하도록 기기별 용도를 스스로 규제하거나, 스마트폰 앱의 모든 알람 기능을 꺼놓는 방법이 있다. 달리기 등 보다 건강한 중독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중독경제 시대에는 소비 조절도 무척 어렵다. 최선의 방법은 욕구 자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광고를 멀리하거나 앱의 데이터 추적 기능(트래킹)을 비활성화해 앱이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 못하게 한다. 소비를 미루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는 소비 욕구가 생기면 무조건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그리고는 노트를 열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독시대의 인재상으로 ‘마인드 테크니션(mind technician)’을 제시한다. 프로그래밍과 수학,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인문학의 균형 잡힌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스로 정신의 지배자 ‘마인드 마스터(mind master)’가 되거나,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을 배양하거나, 무엇보다 ‘디지털 그루(digital Guru)’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 이광석의 ‘디지털 폭식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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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석 서울과기대 교수 역시 “디지털 플랫폼이 현실 속에 나날이 ‘디지털 독성’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고 말한다. 고객 별점과 평점은 인사고과 지표처럼 기능하고, 스마트폰 앱은 주위 사물의 질서를 조정하는 원격 장치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기술 폭식’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이 교수는 현대 사회를 ‘기술 폭식 욕망에 압도된 사회’라고 꼬집는다. 본말이 전도된 기술 과잉과 과신이 기술 폭식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데이터 3법’이 시민의 데이터 인권을 표류하게 만들고, 기술 리얼리즘과 어설픈 성장 논리에 시민의 개인정보가 유실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기술 효능감이 ‘기술물신’이 되어 자리잡았다. 기술이 만능 해결사가 되고, 인류 구원의 상징으로 행세하려 한다. IT 기술이 일으키는 ‘반 환경’ 독성은 간과되고 기술이 오남용 된다. 저자는 “기술이 늘 우리 삶에 이로운 것이라 착각하게 만들었다”며 ‘성찰 없는 기술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고 ‘기술 생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유대와 공감의 정서를 함유한 ‘공통감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무뎌진 ‘생태감각’ 회복을 강조한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실제 사회적 관계의 거리두기와 혼동하지 않도록, 약자와 타자의 사회적 돌봄과 연대의식을 되찾도록 한다고 촉구한다. 여기에 ‘연대감각’과 ‘기술감각’을 더한 3가지 감각을 배양해 ‘공통감각’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플랫폼이 ‘온라인 관제센터’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능형 기술을 통한 노동 통제의 ‘알고리즘 경영’이 위태로운 플랫폼 노동의 ‘유령 노동자’를 더 넓고 깊게 양산하며 ‘질 나쁜 노동’을 무한 증식시킨다고 분노한다. ‘데이터 권리 약자’의 데이터 오남용과 정보 인권의 잠재적 위협 문제를 선제적으로 함께 살펴, ‘디지털 인권’을 위한 정의로운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 시티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민의 데이터 인권 침해 문제도 문제다. 미래 첨단도시 건설, 중앙통제형 도시관리 시스템이라는 명분 아래 시민의 데이터 권리를 포기 또는 양도하게 만든다. 2015년부터 캐나다 밴쿠버와 구글이 진행한 스마트 시티 계획이 2020년 전면 백지화된 것은 지역 시민단체들로부터 ‘정보 인권’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에 스며든 ‘혐오’와 ‘편향’의 극복도 중요한 과제다. 저자는 2021년 호기롭게 등장했다가 오염되고 편향된 데이터 세트 탓에 20일 만에 사라졌던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를 떠올린다. 개발자의 약자 혐오와 성인지 감수성 미비, 사적 데이터 정보의 오남용과 유출 의혹, 혐오와 차별의 인공지능 설계 편향 등이 그런 참사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술 격랑의 시대에 인간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기술 인권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도 시급하다. 이를 구체화한 법제 마련도 시급하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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