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명의칼럼

[명의칼럼] ‘보약’ 원하는 수험생, 기본 체질부터 파악해야

입력 2023-02-14 07:00 | 신문게재 2023-02-14 14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이종훈 원장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남학생이 내원했다. 중3때까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특목고에 진학했는데, 진학 후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본인은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싶은데 ‘집중’이 안 된다고 한다. 원래 공부하는 습관에 익숙해 책상에는 오래 잘 앉아있는데, 앉아서 책을 보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멍해지는 증상을 자주 느낀다는 것이다.

이 학생은 키는 큰데 마른 편이었고 어릴 때부터 감기를 자주 앓았다. 감기가 오면 기침이 잘 낫지 않아 오래 간다고 한다. 지금도 2개월 전 코로나19를 앓은 뒤부터 마른기침이 남아있다. 추위를 타고 체력이 약한 편이라 손발도 찬 편인데 겨울이 되면 더 심하다고 했다.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소위 ‘멍 때림’ 증상은 효과적인 치료 약재들과 그에 따른 처방이 있기 때문에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처방에 앞서 그 사람의 기본 체질을 파악해야 한다.

체질이라고 해서 꼭 사상체질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체격이 건실한지 왜소한지, 더위를 타는지 추위를 타는지, 소화기나 호흡기가 약한 지 등을 체크하다 보면 기본 체질이 파악된다.

이 남학생처럼 마른 편으로 체력과 호흡기가 약한 편일 때는 오미자가 들어간 처방을 선택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오미자는 뇌혈류 순환을 개선해주면서 중추신경 계통을 흥분시킬 뿐 아니라 강심 작용까지 있다.

이 학생에게는 복령, 육계, 백출, 감초, 오미자, 맥문동을 처방했다. 이후 멍 때림 증상이 확실히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오래가던 만성 기침이 없어지고 체력도 좋아졌다고 한다.

수험생과 같이 내원하는 부모들 중 ‘총명탕’ 처방을 받으러 왔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총명탕은 백복령, 원지, 석창포 3가지 약재로 구성된 처방인데 동의보감에는 건망증을 치료하고 장복할 경우 하루에 천 마디를 외울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렇다고 이 총명탕이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처방은 절대 아니다. 사람마다 어떤 약재와 처방을 선택해야 학습 능력에 도움이 되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공부에 대한 의지는 강한데 체력이 약해 집중이 안 되는 수험생은 체력을 먼저 올려줘야 하고, 의지와 체력은 강하지만 멍 때림 위주의 증상을 보이는 타입은 뇌를 깨워주는 처방을 써야한다.

물론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는 다 좋은데 공부의 의지가 없는 수험생이라면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