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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숨 막히고 살찌고… 임신 후 달라지는 몸 걱정 마세요"

[맘 with 베이비] 류지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분만·여성 건강'

입력 2023-10-17 07:05 | 신문게재 2023-10-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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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의 날’과 맘스커리어 2주년을 기념한 제 39회 K클래스가 지난 10일 서울시 동작구 스페이스살림 다목적 홀에서 열렸다. 이날 류지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분만과 여성 건강’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류 원장은 임산부들이 궁금해하는 대표적 임신 증상과 분만 법, 그리고 여성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주어 참석한 200여 명의 임산부·육아맘 200명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류지원 원장은 이날 “산모들에게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숨이 막힌다’라는 말”이라고 했다. 실제로 임신 중에 산모가 숨을 쉴 때 는 아기에게도 산소를 넣어 줘 호흡 중추가 자극된다. 우리는 호흡 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주고받는다. 이때 몸에서 축적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 중추는 ‘제대로 호흡을 안 했구나. 빨리하고 뱉어내야지’ 하고 작용하게 된다.

또 프로게스테론이 호흡 중추에 이산화탄소에 대한 농도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도록 작용해, 숨을 쉬었음에도 끊임없이 한숨을 쉬게 되고 호흡량이 많아진다. 류 원장은 “산모들이 가빠지는 숨을 걱정하시는데, 숨을 잘 쉬고 있는 것이 맞다. 이 증상은 출산 후 호르몬이 정상이 되면 사라진다”며 안심시켰다.

임산부들은 또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위장관 운동이 길어져 위에 음식물이 정체된 시간이 늘어나고 위식도 조인근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류 원장은 이에 대해 “밥을 먹고 산책을 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신 전에 비해 과식하지도 않는데 체중이 증가하는 것 역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임신을 하면 몸의 구조가 변해 일반인과 똑같이 먹어도 체중이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류 원장은 “우리 몸은 어떤 환경에서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임산부가 음식을 먹으면 일반인과 비교해 혈당이 높아지고, 활동량은 똑같거나 더 줄어들기에 살이 찌게 된다”면서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 팔뚝 안쪽 등으로 저장 지방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잇몸도 잘 붓고 약해진다며 “스케일링이 필수”라고 말했다. 류 원장은 “임신 중이라 치과 가는 것을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평소에 안 갔더라도 임신 중에는 꼭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치은염’이 잘 생긴다며, 스케일링을 잘해 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은 또 “임산부의 경우 분비물이 많아지는데, 이는 외부 물질에 대해 방어 체제로 몸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기도 아닌데 날씨가 쌀쌀해지면 콧물이 많아지거나 코가 막히고, 잘 때 코를 골게 되는 것도 모두 임신 증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는 호흡 때 외부 물질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이라며 “먼지나 오염 물질, 균 등이 들어왔을 때 산모의 몸에서는 ‘나는 아이를 가진 몸이니 아프면 안 돼’라며 분비물을 늘린다”고 소개했다.

질 분비물도 많아지는데, 이런 분비물은 외부의 오염 물질을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나쁜 물질을 들어오는 걸 막아 주고자 분비물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미가 생기고 피부가 착색되는 현상에 대해선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멜라닌 세포가 임신한 몸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져 평상시보다 활성화 된다”면서 “기미가 생기거나 사타구니, 속옷라인 등이 까매지는 것도 자극 접촉으로 인한 색소 침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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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원장은 특히 임신의 장점들을 소개하며 산모들을 격려했다. 임신을 하면 먼저 머리카락이 풍성해지고 윤기가 난다고 했다. 머리카락 역시 몸을 보호하는 도구 가운데 하나이기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몸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카락의 성장을 촉진하고 빠지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평상시 50개가 빠졌던 분도 임신 후 하루에 5~10개밖에 안 빠진다고 전했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도 줄어 든다고 밝혔다. 임신 중에는 난소가 쉬기 때문에 난소암 발생률이 낮아지며, 모유 수유를 하면 유방암의 발생 비율도 낮춰 준다고 소개했다. 식욕 역시 좋아진다고 소개했다. 몸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에 관한 산모들의 오해도 바로잡아 주었다. 그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머리가 더 좋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딱 잘라 말했다. 또 예전과 달리 요즘은 아이와 산모에게 문제가 없다면 39주 이후에 제왕절개를 하기 때문에 아기의 호흡이나 움직임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자연분만을 하면 질이 늘어져 여성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부부 생활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류 원장은 “노화와 개인이 지닌 근육의 특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제왕절개를 하면 아이를 두 명밖에 낳을 수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최근에는 가로 절개를 하기 때문에 분만 횟수에 제한이 없다”고 일러 주었다. 류 원장은 “유착이 있을 수 있고 수술이 쉽지는 않지만, 원한다면 넷째, 다섯 째도 낳을 수 있다”고 말해 모두를 웃음 짓게 했다. 특히 “‘자연분만은 선불이고 제왕절개는 후불’이라고 얘기들 하는데 그 말이 딱 맞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분만이 10시간에서 1박 2일 정도 아프다면, 제왕절개는 그 고통을 일주일 간 나눠서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만 방법이든 편안한 것은 없다”며 “출산은 인내와 회복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왕절개 시 출혈이 많기에 대비해야 하고, 상처가 남거나 간지럽고 따가워 불편할 수도 있다”면서 “이런 걸 보면 제왕절개도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 원장은 “태아는 엄마 자궁에서 무균 상태로 있다가 출산할 때 수많은 미생물을 전해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질을 통과하며 신체에 많이 받아들이는 ‘질 샤워’를 거치게 되는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아 가지고 있는 세균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의 평생 면역을 결정하는 ‘태균’은 분만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작용하게 된다”면서 “분만에서 산모와 아기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 이 때문에 자연분만을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출산 시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0%는 아니다”라며 “분만은 여성에게 대사건이고, 위험이 따를 수 있기에 엄마와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산모에게는 “거짓말처럼 좋아진다”며 안심시켰다. 4주 정도 우울감이 있지만 대부분 좋아지고, 체중도 6개월 이내에 회복되며 요실금도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5%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산 후 100일 이후부터 운동할 것을 권유했다. 더불어 출산 전후로 갑상선 기능과 유방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며, 갑상선과 자궁, 유방암 검사도 꼭 받아 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빈혈과 혈당, 고지혈증 검사도 필수”라며 “엄마 몸을 잘 챙겨서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류지원 원장은 마지막으로 “오늘 참석한 임산부와 육아맘들부터 아이들을, 또 다른 엄마들을 서로 배려해 아이가 많아지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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