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 가족 ‧ 인간관계

[비바 2080]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 “지금이 저출산 골든 타임…고학력 이민자 수용, 남성 소득안정 등 적극 추진해야"

입력 2023-10-24 21:41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NISI20231024_0001394140_web

 

 

일본의 저명한 가족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일본 주오대 문학부 교수가 24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출범 1주년을 맞아 개최한 세미나에서 ‘소멸하고 있는 일본, 빠르게 추월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한국 실정에 맞는 저출산 정책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고학력 이민자 수용, 남성 소득 보장 정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 내각부 남녀공동참획회의 민간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일본 가족사회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왜 실패했는가>, <가족난민>, <패러사이트 싱글의 시대> 등의 책을 썼다. 이날 강연과 서전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해 일문일답식으로 풀어본다.

- 일본의 저출산 대책도 결국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본은 1.5명 이하의 합계출산율이 3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인구가 감소해 왔다. 일본 정부가 일본과 서양의 가치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서구식 모델을 일본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서구와 달리 일본은 자녀가 성인이 되어도 바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과도한 책임 의식 속에 청년 세대는 경제적으로 불안해 한다. 때문에 혼인율과 출산율이 낮아졌다. 일본 특유의 ‘패러사이트 싱글(한국의 캥거루족)’ 문제다. 성인 미혼자의 70~80%가 부모와 함께 사는데 이렇게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 수입이 불안정한 배우자와 사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반려동물도 한 이유다. 일본 청년들은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보다는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거나 아이돌이나 운동선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가상의 존재’에 애정을 쏟는 경우가 많다.”

- 교수님은 일본의 인구 정책을 ‘대실패’라고 단언한 적이 있다. 왜 그렇게 평가하나.

“일본에서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치적으로 이민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해외 노동력도 기대할 수 없어 노동력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인구정책은 ‘대실패’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일본 미혼율은 30~34세의 경우 남성이 51.9%, 여성이 38.5%에 이른다. 일본 남성 2명 가운데 1명 이상이 34세에도 결혼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50세 미혼율도 남성이 28.3%, 여성이 17.9%나 된다. 결혼은 경제적으로 새로운 생활의 시작임과 동시에 사랑 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의미가 있는데, 일본에서는 경제적 실현이 곤란해지면서 심리적인 측면도 약해지고 있다. ”

- 한국도 실패했다고 평가하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 저출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경쟁’ 때문이다. 한국은 너무나 경쟁 압력을 받고 있는 사회이다.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사회에서 배제가 돼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등으로 육아 때부터 부모들이 경쟁한다. 경제성장을 가파르게 이룬 한국과 중국은 ‘아이들에게 좀 더 돈을 써야 부끄럽지 않다’며 ‘체면’을 중요시한다. 이렇게 자란 청년들이 남들에 뒤떨어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결혼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중산층은 아이를 적게 낳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그 아이가 성공하고 집안을 번영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0f976741-992c-4ee0-8b0c-f07455b4ab02

- 일본과 한국의 저출산 상황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

“일본도 한국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속도는 한국이 훨씬 빠르다. 지난해 일본의 합계 출산율은 1.26명으로 0.78명인 한국보다는 나은 편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저출산·고령화가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일본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인구구조가 변화할 것이다. 지금이 인구문제 해결에 ‘골든 타임’이다.”

- 저출산 극복의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떤 일을 하건, 누구와 결혼해 아이를 키우든, 중류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자녀 교육비가 부담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소득이 불안정한 남성을 지원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는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 일본은 이 부분을 금기시하기 때문에 저출산 해결에 실패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이민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특히 ‘고학력 이민자 수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좌우파 모두 정부가 이민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그런 부분에서 조금 자유롭지 않을까 싶다. 이민과 여성 노동, 고령자 노동 등을 촉진해야 한다. 과도한 사교육비 해소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과도한 교육비가 저출산의 한 원인이다. 자녀 교육비를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

- 한국이 저출산을 포함해 인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국은 앞으로 잘하면 충분히 반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발생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고령화율도 10%대이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이 골든 타임이다. 고령자 은퇴 시점을 뒤로 미루면서 그 사이에 젊은이들의 역량을 키우는 두 가지를 같이 해 나갈 수밖에 없다.

- 저출산 만큼이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고령화 대응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절에 고령자들의 연금, 보험 등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확립되고 저출산이 완만하게 진행됐다. 덕분에 고령자 문제에 대응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고령화가 굉장히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사진 제공=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