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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 사람, 보통배우 아니네", 영화 '서울의 봄' 박해준

[人더컬처] 영화 '서울의 봄' 박해준, 대한민국의 근 현대사를 아우른 12.12 사태 속 노태건役
실제 13대 대통령 연기에 "사람관계 좋았던 실존 인물 착안해서 걱정과 의심, 견제 표현하고자 노력"

입력 2023-12-04 18:30 | 신문게재 2023-12-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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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은 군사반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9사단장 노태건 역을 맡았다. 전두광(황정민)의 친구이자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의심은 하지만 오른팔 역할로 쿠데타의 한 획을 긋는 인물이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이 파죽지세의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400만명을 넘어서며 일각에서는 서둘러 ‘1000만영화 탄생’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의외로 배우 박해준은 조용했다. 극 중 특유의 사투리로 “이 사람 좀 믿어주세요”라며 하나회 소속들에게 전화를 해 애걸하는 모습에는 실소가 흘러나온다. 

12·12 군사쿠데타를 통해 신군부 핵심 세력인 그에게서 훗날 ‘보통사람’임을 내세우며  한국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한 대통령이 교차되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고 2인자에 오르며 당시 여당인 민정당 대표를 거쳐 13대 대통령으로 올라선 실존 인물을 연기한 데 대해 “사실 저 대사를 하면서도 이렇게 화제가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역시 그 시대를 거쳤지만 실존 인물에 대해선 “그 당시 모두가 그랬겠지만 뉴스로 접한 게 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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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가장 오랜시간 붙어있던 황정민의 특수분장을 보고는 ‘이렇게까지 한단 말이야?’ 이런 놀람과 함께 ‘나는 과연 뭘 해야할까?’라며 나름의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놨다.(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대본에서는 못 느꼈지만 촬영 전날이 되자 ‘의도가 있는건가?’ 싶었어요. 그래서 성대모사처럼 안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뚜렷해요. 모르고 연기했으면 좋았을텐데 되려 더 힘들더라고요. 쿠데타가 성패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모든 인맥과 학연을 동원해 전화를 돌리는 모습이 한 편의 코미디 같았어요.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열댓 명의 배우가 한 방에서 살려달라며 읍소하고 때론 욕하고 물건도 던지면서 ‘전화액션’을 선보이는데 감독판으로 풀샷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한국 근대사를 군부정권으로 탈바꿈시킨 이들의 야욕은 육사동기라는 엘리트 의식에서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육사 11기는 정규 4년제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도입해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전 기수들은 2년제 출신으로 6.25가 터진 해에는 아예 졸업기수가 없을 정도로 ‘새끼 호랑이’로서 비빌언덕이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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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감독에게 들은 실존인물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자신의 연기적 출발에 대해 소개하는 박해준.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전두광과 노태건은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겁박과 회유를 오가는 설득전을 벌인다. 영화 속에서 전두광이 연희동 집에 모인 하나회 선후배들에게 “서울대 갈 실력인 너희들이 육사에 온 이유가 사실 집안에 돈 없고 백 없어서 온 거 아이가?”‘라고 일갈하자 다시 뜨겁게 뭉치는 장면이 당시의 시대상을 방증한다.

 

12.12 군사반란을 통해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실상 스스로 대장 진급을 해 버렸으며 전역하고 정치인이 된 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박해준은 모든 공을 김성수 감독에게 돌렸다. 실제로 19살에 한남동에 살았던 김성수 감독이 그 날의 총성을 직접 들은 경험을 시나리오에 녹여낸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올해로 62세가 된 김 감독은 ‘서울의 봄’ 제작보고회에서 “그날의 반란은 한국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사건이지만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이야기를 꼭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다”는 연출의도를 밝혔다.

그는 “감독님과 오래 대화를 하고 난 뒤 읽은 시나리오는 느낌이 달랐다. ‘노태건은 이런 인물이구나’라고 다시 깨닫게 됐다”면서  “사실은 완벽한 전두광의 편이라기 보다는 동업자 느낌으로 보이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물이 전두광을  마냥 따라가는 인물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늘 믿고 의지했던 친구가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걸어갔을 때 그걸 막아보려고 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빠져볼까?’라는 갈등이 계속 보이는 사람같이요. 겉으로는 동조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의심을 가지고 늘 견제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박해준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권력욕보다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무엇보다 ‘서울의 봄’ 현장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다니며 연극에 빠져 있던 당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뜨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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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불륜남 모습을 덮고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는 박해준은 정극보다 실험극을 통해 다양한 연기 경험을 쌓아온 배우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간 경험했던 어떤 영화보다 촬영 전에 리허설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 선배님들의 의도도 파악되고 그안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는 시간이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됐다”고 미소짓던 박해준은 상대 배우들과 느낀 에너지가 ‘하나의 생명체’로 꿈틀거리는 광경을 직접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몇번 합을 맞췄을 뿐인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좋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의외로 배움이 있는 곳이 적어요. 근데 감독님과의 작업은 현장, 연기나 연출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한분의 선생님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배우로서 많이 성장함을 느꼈죠.”

그는 곧 영화 ‘정가네 목장’ ‘야당’, 드라마 ‘머니게임’ ‘폭싹 속았수다’까지 내년에도 ‘열일’ 행보가 예정돼 있다. 대세배우를 넘어 다작배우로 거듭나는 이 시점을 박해준은 “큰 복”이라고 표현했다.

“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겁다는 마음이 더 큽니다. 나쁜 놈도 됐다가 한없이 착한 사람도 됐다가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저에겐 큰 복이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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