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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H지수 ELS 손실 사태, 설 이후 제대로 풀어야

입력 2024-02-07 14:11 | 신문게재 2024-0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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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이 난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Equity Linked Security) 원금 손실 사태가 설 연휴 직후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로 떠올랐다. 지수 활황 시기인 2021~2022년에 판매가 집중돼 양상이 매우 복잡하다. 그 상품들의 만기가 돌아오면 날린 투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상반기 투자자 손실을 6조원으로 어림잡는다면 개인투자자를 넘어 사회문제라고 봐야 한다. 지수가 가입 당시의 70%, 못해도 65% 수준은 돼야 원금손실을 피하는데 그도 아니다. 1만2000선까지 솟구친 지수 활황으로 국민 재테크로 여겼던 상품이 5000선 안팎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특정 주가지수 변동에 연계되는 구조여서 손해액 대비 손실 배상 비율을 정하기도 녹록하지 않다. 성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과거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준할 수만은 없다. DLF 사태가 만든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오히려 최고 배상 비율이 낮아질 가능성까지 있다.

워낙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데다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 또한 모호하다. 불완전 판매인지, 개인투자자가 상품을 완벽하지 이해했는지 등을 식별하긴 어렵다. 과거 ELS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도 많다. 상품 자체에 사기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모펀드 손실 때와는 달라진다. 그리고 홍콩 주가와 연계된 정상적인 증권 상품이다. 원금 자체가 보장 안 되는 부분에서는 예·적금 자체와도 다르다.

2008년, 2015년, 2020년 등 수차례 원금 손실 공포를 안긴 경험이 있으나 똑같지는 않다. 불법 아닌데 만기손실액이 크다고 해서 금융권 자율 배상을 밀어붙이면 금융 시장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는 주주·채권자 등 제3자로부터 배임 이슈가 불거질지 모른다. 뒤늦은 감독에 나선 당국이지만 소비자 보호와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 사이의 경중을 지금부터는 제대로 헤아리고 대처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 H지수 기초 총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이 설 명절 이후 2차 현장조사를 통해 주요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가리는 일은 사태 해결의 기본이다. 홍콩 H지수 연계 ELS의 판매 잔액 가운데 79.6%인 15조4000억원이 올해가 만기인 상품이다.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는 쓰나미의 서곡에 불과하다. 아울러 다른 금융상품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국내 기업 연계 종목형 ELS에서도 원금 손실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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