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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중심의 증권사 ESG 경영…지배구조는 여전히 뒷전

입력 2024-03-10 11:13 | 신문게재 2024-03-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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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이제는 필수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도 ‘ESG 경영’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비우호적 환경에서도 기부금을 늘리며 사회 공헌활동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전담조직을 신설해 ESG경영 실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은 사회공헌(S)에만 치중되어 있고 지배구조(G) 개선은 특히나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연달아 증권업계에 터진 내부통제 이슈나 윤리경영, 주주권익 보호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부금 지출을 공시한 전체 증권사들의 총 기부금 규모는 390억원으로, 전년대비(339억원) 15% 가까이 늘었다. 또한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NH·메리츠·신한투자·하나·키움·대신증권)의 기부금 총액은 지난해 319억원으로, 전년도 281억원보다 13.5% 늘어났다.

특히 개별 증권사 중 하나증권이 84억원으로, 연간 기부금 기준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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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대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전년대비 17% 정도 줄어든 상황에서도 기부금 총액은 늘리며 사회공헌 활동에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고금리 여파 등 비우호적 환경에 이익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사회공헌활동을 늘려 ESG경영에 앞장서는 증권사로 도약을 꾀해야만 했다.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ESG 경영은 불가피한 요소가 됐다.

실제로 대형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거래 증권사 선정 평가 시 ESG관련 평가 배점을 2배로 늘리겠다고 했고, 거물급 투자자들도 ESG 기준을 철저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겠다는 뜻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결국 증권사들이 지켜야하는 1순위인 주주권익보호와 수익창출, 내부통제와 연관된 지배구조(G) 면에선 현저히 떨어져 ‘반쪽짜리 ESG 경영’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연말 발표된 한국ESG기준원(KCGS)이 내놓은 증권사 ESG 성적표 가운데 ‘ESG 통합’ 등급 기준으로 따져보면, 다수의 중소형 증권사가 하위 등급인 C~D(취약~매우취약)에 머물러 있었다. 부국·유안타·유화· 이베스트·한양· 상상인·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대부분 중소형사에 해당한다.

A(우수)에는 미래에셋·NH투자·한화투자·현대차증권 단 4곳만 있었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증권사 중 유일하게 KCGS ESG 평가에서 4년 연속 ESG 통합 A 등급을 획득하며 중소형사의 약진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됐다.

B+(양호) 등급에는SK·교보·다올투자·대신·삼성·신영·키움증권, B등급(보통)에 해당하는 증권사는 유진증권이다.

특히 지배구조만 평가를 받은 증권사의 등급표에선 A+등급 이상이 단 한곳도 없었다. 가장 높은 점수인 A에 해당하는 증권사가 신한투자증권· KB증권이며 메리츠·하나·하이투자증권이 B+, IBK투자·한국투자증권이 B등급으로 대형사들 마저도 B+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두차례나 발생한 주가 하락 사태, 채권형 · 랩 신탁 돌려막기, 증권사 임직원들의 모럴헤저드 등 주주권익보호와 윤리경영과는 한참 멀어진 모습”이라며 “단순히 투자를 잘 받기 위해 ESG평가 점수만 맞추려 급급한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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