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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주총시즌…‘밸류업’ 타고 행동주의펀드 공격력 높일까

입력 2024-03-12 13:14 | 신문게재 2024-03-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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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주총 입장하는 한전 주주들<YONHAP NO-2282>
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입장하는 주주들 (사진=연합뉴스)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명분이 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등 강력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이들의 과도한 요구에 기업들의 경영 불안 역시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행동주의펀드는 기업의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한 영향력을 특히 확대하고 있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뒷전으로 하고 단기 차익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최대주주 견제 및 경영전략에 깊이 관여하겠다는 게 올해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이날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국내외에서 KT&G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주주총회 안건을 열고 현 KT&G의 거버넌스 붕괴 사태를 집중 조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FCP가 분석한 KT&G의 해외 담배사업 수익성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FCP는 경영권 견제를 위한 이사 선임건에서 집중투표제 요구와 함께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 및 FCP 지지후보가 지지하는 후보를 사외이사에 앉히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KT&G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거론된 만큼 FCP가 이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으며, 이번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로의 입지를 키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동주의펀드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요구에도 적극적이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자사주 524만8834주를 2025년 12월까지 전량 소각을 제안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 역시 삼성물산에 5000억원 자사주 매입, 보통주 4500원, 우선주 4550원씩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했다.

대표적인 행동주의펀드로 꼽히는 KCGI자산운용의 경우 최근 의결권 행사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즉 올해 주주총회부터 주주환원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세가지 핵심 지표를 내세웠다. 이 중 두가지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사선임, 재무제표 승인,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등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현재 KCGI자산운용이 가장 먼저 겨냥한 상장사는 고려아연으로, 세 지표 가운데 PBR과 ROE가 ‘기준 미달’이라고 평가를 내렸다.

금융권 역시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로 행동주의 펀드의 입김이 얼마만큼 작용할지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얼라인파트너스 운용에 따르면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이 지금보다 10% 높은 50%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KB·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 등 국내 7대 금융지주사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 환원하라’고 공개 요구했으며, 최근에도 서한을 통해 “지난해 약속한 주주 환원 정책을 충실하게 이행하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바뀐 부분에 대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등장과 함께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에 힘이 실렸다고 평가한다. 이에 주주제안이 늘어나고 수용하는 사례도 과거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다만 주가 부양을 위해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는 것엔 동의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행동주의펀드의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이행하다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건전성 부담 우려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팽배하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고금리 여파 속 순이익 감소와 특히 금융지주의 경우 막대한 충당금까지 쌓인 상황이라 무리한 주주환원에 의해 오히려 기업 가치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행동주의 투자자에 의한 주주제안이 실제로 정기주총에서 통과하는 비율은 20% 내외에 불과하다”며 아직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차익 실현과 단기 업적에 열중하는 양상이 과열되면 경영권 불안은 불가피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해 기업에 또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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