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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채권·리츠·배당주 등 안전투자, 기본 노후소득 보장"

[브릿지 초대석]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입력 2023-12-05 07:00 | 신문게재 2023-12-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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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은퇴 후 5년 이상 혹은 65세 이상은 재취업을 병행하면서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하면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마련과 함께 은퇴 후를 대비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자산 전문가인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을 만나 바람직한 은퇴 후 삶과 구체적인 자산 축적 및 관리 요령을 들어 보았다. 김 고문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캐피탈 대표를 역임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CIO와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소장을 지냈다. 그는 은퇴 후 노후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 “은퇴 없는 삶이 가장 확실한 노후 준비”라고 강조했다.

 

 

- 베이비 붐 세대가 속속 은퇴하고 있다. 은퇴 후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튼튼한 노후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 은퇴 예정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으로 무엇을 들 수 있을까.

“‘은퇴를 하지 않을 준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크게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일을 하는 기간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선진국 등에 비해 5년~10년 이상 짧다. 60세가 정년이지만 서구 사회는 60대 후반이 정년이며, 정년이 없는 경우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60세 이전에 은퇴를 맞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정년 60세’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은퇴 후에 75세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20%, 92세 이상까지 건강하게 살 가능성도 20%다. 당연히 후반 20%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후자에 속하면 삶을 하나 더 받는 것이다. 건강은 삶을 하나 더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셋째, 일과 건강과 함께 관계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직장이나 공동체 외에도 자녀가 떠난 이후의 노후 부부 관계 재설정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친구와 가족은 20년 이상 가꿔온 관계망이므로 잃어버려선 안 되며, 이를 잘 다지는 것이 매우 소중하다. 관계망은 마치 20년 된 아름다리 참나무의 그늘과 같다.”


- 은퇴 후 행복한 100세를 보내려면 ‘건강’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는 삶’이 중요해 보인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은 앞으로 어떻게 재무설계의 원칙을 잡아야 할까.

“자산은 ‘축적’ 보다 ‘인출’이 더 중요하다. 인출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몇 세까지 살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산을 모두 소진할 수도 있고, 인플레이션 때문에 자산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 이들 리스크에서 보호되려면 적어도 종신연금, 투자계좌, 혼합(하이브리드) 상품의 3가지는 만들어 두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 네덜란드는 은퇴 시 자산을 인출할 때는 강제로 종신연금에 가입하도록 한다. 미국, 호주 등은 투자계좌를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자동화된 인출상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퇴직연금의 ‘축적’과 관련된 제도정비에 힘써 왔고, 아직 인출에 관련된 제도는 미흡하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이제 연금 인출을 시작하는 시기가 왔다. 축적해 놓은 자산을 어떻게 평생 쓸 것인지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자산 축적기 후반부의 효과적인 운용과 은퇴소득 만드는 설계를 미리 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 후 10년의 자산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브릿지초대석]김경록미래에셋자산운용고문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 우리는 아직 제도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인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샤프는 10년도 전에 은퇴 인출에 관한 연구와 어드바이스로 크게 성공한 바 있다. 우리는 그런 연구가 별로 없다. 제도가 바뀌어야 인식이 바뀐다. 자동화된 디폴트 옵션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자산 축적을 벤치마킹하지 않았나? 60세를 기준하면 앞으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40년 동안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60대 10년에 자산관리를 잘 하면 100세까지도 좋다. 60세 전후가 자산이 극대화되는 시기인데 이 때 어떻게 자산을 관리하고 인출할 지가 중요하다. 5억 원으로 출발해 매년 4000만 원을 지출한다고 했을 때, 재취업 않고 지출만 하면 10년 후에 2억 원 밖에 남지 않는다. 반면에 재취업으로 지출 비용을 충당하고 5억 원 자산을 4% 수익률로 운용하면 70세에 7억 4000만 원으로 불어난다. 최소한 은퇴 후 5년 이상은 혹은 65세 이상은 재취업을 병행하면서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정년이 빠르고 열악한 일자리의 비정규직으로 오래 살아야 하니 더더욱 재취업과 병행한 자산관리가 중요하다.”


- ‘3층 연금’을 많이들 얘기한다. 연금 운용의 원칙과 슬기로운 활용법에 관해 조언을 부탁 드린다.

“올해 국민연금을 개시하는 사람들의 수령액 평균이 103만 원이다. 70대와 80대는 국민연금 제도가 늦게 도입되어 훨씬 적다. 현재 베이비 부머들은 이런 면에서 이전 세대에 비해 유리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2005년에 다소 늦게 시작되다 보니 사적 연금이 부족하다. 50대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퇴직금과 개인연금을 중도해지한 경우가 많다. IRP에 대해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주기로 한 것도 이런 분들에게 다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생각한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퇴직급여를 온전하게 많이 받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60대 재취업과 병행한 자산관리가 중요하다.

연금자산을 축적할 때는 중간에 자산을 빼 쓰면 안된다. 예금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것도 좋지 않다. 투자형이냐 예금형이냐 왔다 갔다 해서도 안된다. 투자 시장이 좋든 안 좋든, 꾸준히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연금 가입으로 공간 분산(종목 분산)하고, 장기로 20년~30년 꾸준히 적립 투자해 시간 분산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로벌 자산에 대한 투자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연금 펀드에 글로벌 자산, 특히 미국의 글로벌 초우량 자산을 편입하거나 S&P나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투자하게 되는데 의외로 투자와 외환 사이의 ‘케미’가 좋다. 글로벌 우량자산을 편입하면서 환 헤지를 하지 않으면 그 케미를 누릴 수 있다.”

 

[브릿지초대석]김경록미래에셋자산운용고문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 직장인들은 그나마 노후 대비를 어느 정도 하지만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들은 연금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어떤 노후 대비 방법이 있을까.

“우선, 국민연금부터 충실히 준비하시길 당부 드린다. 가입 기간이 짧아 수령액이 적을 수 있고 지속가능성도 문제지만, 공적연금부터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들처럼 연금을 반드시 깔고간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으로 급여의 8.3%를 저축하고 국민연금에도 9%를 저축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사적 퇴직연금이 없다. 다행히 연금 관련 세제혜택 상품이 상당히 많다. 세액공제 상품 뿐만 아니라 비과세 1800만 원까지 가능하다. 연금보험은 월 150만 원 이하면 보험차익을 모두 비과세 해 준다. 배당과 이자, 자본차익 등이 모두 비과세라는 의미다. 공적연금과 함께 사적연금으로 꼭 보완하시길 바란다. 노후 준비수단이라고 보고, 한 달 정도 수입을 저축한다 생각하고 사적연금을 들어두는 것이 좋다. 퇴직연금의 공백을 다른 사적연금으로 채우라는 것이다. 적은 돈이라도 IRP나 연금저축, ISA에 투자하실 것을 권해 드린다.”


- ETF IRP 주택연금 등 다양한 노후 대비 상품들이 나와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한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상품이 있나.

“주택연금은 ‘스페어 타이어’다. 일종의 대출이며, 복리로 차입금이 증가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70대 중반 정도에 활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 까 싶다. 종신 연금은 되도록 수령 개시일을 늦추는 것이 좋다. 주식은 배당주, 특히 환 헷지 하지 않은 미국 배당주식, 부동산은 리츠(REITs), 그리고 채권까지 ‘인컴 자산’ 위주로 가져가면 자산가격이 급락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자산 가운데 채권에 40%, 리츠와 배당주에 각각 20% 씩 모두 80%를 배분하고 나머지 20%를 성장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지금은 채권 펀드만 해도 연 4%의 금리가 보장된다. 채권에 직접 투자해도 만기 까지 갖고 있으면 확정된 높은 금리로 돌려 받기 때문에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된다.”

 

[브릿지초대석]김경록미래에셋자산운용고문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 ‘은퇴 후를 대비한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성공한 한 두명을 따라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철학과 투자 관점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투자론 교과서’를 따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투자론에서는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강조한다. 개별 종목 투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정 하려거든 20개 종목 이상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장기투자를 하면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주식시장이 아닌 일정한 패턴이 있는 주식시장에 투자하게 된다. 장기투자는 랜덤이 아닌 패턴에 투자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무엇보다 연금과 투자자산, 인적자산 세 요소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에 가능한 오래 남아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에 오래 있어야 연금도 많이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맞벌이가 가능한 노동시장에 정년제도까지 잘 갖춰져 있고 여기에 연금제도까지 잘 갖춰지면 노후 준비는 자연스레 된다.”


-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연금개혁이 임박한 듯 하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현재 더 많이 내고 약간 더 받고, 덧붙여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모수 개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연금 개혁은 ‘상생의 개혁’이 되어야 한다. ‘세대 상생’이 필요하다.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은 안된다. 그래선 대 타협이 이뤄질 수 없다. 받는 사람과 내는 사람이 조금 씩 희생을 하는 것이 좋겠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 연금 받는 금액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유럽의 정책도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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