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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새해엔 승풍파랑… 저출산·고령화 어촌 희망될 것"

[브릿지 초대석] 강신숙 수협은행장

입력 2023-12-26 07:00 | 신문게재 2023-12-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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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강신숙 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사진=Sh수협은행)

  

최초의 여성 지점장, 최초의 여성임원(부행장), 그리고 최초의 여성 행장으로 유리천장을 깨뜨려온 강신숙 수협은행장(62). 행장직 수행 1년여만에 그는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두 영역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둬 “역시 ‘강신숙’”이란 평가를 받았다. 오랜 숙원과제인 공적자금도 조기에 상환했다. 취임 1주년이 지난 시점의 성적표는 만족스러웠을까. 세밑 서울 수협은행 본점에서 만난 강 행장은 현직인 뱅커로서의 확고한 경영철학은 물론 누구보다 어촌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관심과 문제해결 의지를 품고 있어 또 다른 ‘강신숙’을 엿보게했다. 금융을 천직으로 삼고 모성애 가득한 강 행장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경청했다.

 

◇ 어촌 생활고·저출산 문제 해결 노력

“어촌이 고령화되면서 점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어촌현장이 됐으면 좋겠다. 수협중앙회의 비전이 ‘어업인이 부자되는 어부(漁富)의 세상’이다. 수협은행이 중앙회 수익센터 역할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부가 부자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어촌에 후계자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고객들에게도 안내해 자발적인 아기울음소리 듣기 기금활동도 해보고 싶다. (사람들이) 어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수협은행은 1962년 수협중앙회로 시작해 2016년부터 수협은행으로 분리됐다. 예금과 대출, 카드, 외환, 보험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 업무를 취급하며, 어업인과 수산업 관계 고객 금융지원 등 해양수산 전문 특수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설립 취지에 맞게 올해 어업인과 수산단체에 수산정책자금 4조3747억 원, 수산해양일반자금 8839억 원을 공급했다. 회원조합이 어업인에게 정책자금을 융자하는데 필요한 대출재원도 지원하고 있다.

여성으로, 부모로서 강 행장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의 시대적 문제에 대해 깊은 인식과 해결방안에 대한 자기철학을 보여줘 깜짝 놀라게 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사람들이 호응을 하지 않고 해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도 엄마지만 자식을 낳으면 어떻게든 교육 등 지원을 잘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으면 낳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게 현실이다.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지원해주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결혼 기피 현상 등으로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000만명대인 한국의 총 인구는 50년 후인 2072년에는 3000만명대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중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병역자원을 확보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출산을 장려하는 국가적 중장기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게 강 행장의 소신이고 지론이다. 수협은행부터 가능한 영역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자녀를 출산할 때 우대금리를 주거나 3명 이상 낳으면 금리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수협은행 직원도 자녀를 낳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생각해 볼 정도로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싶다. 저와 같은 사람이 인구절벽이라는 문제에 통감하고 점을 찍으면, 같은 마음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동참해 점을 선으로 잇고, 정부당국이 선을 면으로 만들어주는 실질적인 움직임이 있었으면 한다. 그만큼 인구절벽은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문제다”

최근 수산물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촌을 돕기 위해 우리 수산물을 구매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Sh수산물을 좋아海’ 적금, 어업·수산업 종사자와 해양수산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Sh어촌청년을 응원海’ 적금 등 어촌경제 활성화와 어업인 금융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넓게 보면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해양수산 유관기관들과 ESG (환경·사회·지배구조)공공금융협약을 체결하고, ‘Sh해양플라스틱 Zero! 예적금’ 상품을 활용한 해양환경 개선자금 출연, 해안가 플로깅 활동 등으로 어촌지역 환경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 올해 당기순이익 ‘역대 최대’… “100년 갈 길 만들고 싶어”

 

강신숙 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사진=Sh수협은행)

강 행장은 연초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은행 예수금 증대와 거래처 다변화를 추진했고, 이를 통해 은행 순이자마진과 생산성 지표를 개선했다. 그 결과, 올해 10월 기준 당기순이익이 3103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말(2047억 원) 실적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내년은 세전 당기순이익 3300억 원을 목표로 핵심전략을 수립했다. 우선 수익창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우량여신을 중심으로 자산을 늘리고 핵심예금 확보, 예수금 조달처 다각화 등으로 조달구조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론칭한 PB브랜드 ‘Sh수퍼골드클럽’을 필두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기업고객 마케팅 확대, 디지털금융 경쟁력 확보를 병행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방침이다.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비은행 금융 자회사 인수, 미래 신규 사업 발굴,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회사 인수를 통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강 행장은 “수협은행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공적자금을 상환한지 이제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릴 뿐 좌고우면할 틈이 없다. 은행의 초석을 다지고 100년을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놓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후배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걸음을 걷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 “2024년 승풍파랑(乘風破浪)의 정신으로 헤쳐나가자”


강 행장은 지난 44년간 영업현장과 본부 부서들을 두루 거치며 행장에 오르기까지 보물처럼 소중히 여겨온 것이 있다. 고객의 투자성향, 자금흐름, 보유상품 등을 꼼꼼히 기록해놓은 ‘고객관리노트’다. 지금은 디지털 초개인화 시대로 마케팅 방법이 많이 달라졌지만 디지털로 할 수 없는 ‘관계마케팅’이 여전히 필요하고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하루 3번 고객사 방문, 고객 5명과 통화, 고객을 위한 금융 솔루션 10번 생각’이라는 ‘1日, 3訪·5通·10思’ 마케팅 실천을 당부하고 있다. 일선 영업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뛰어다니며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以聽得心·이청득심)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행장에 취임한 후에도 직원들을 직접 찾아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리더십으로 이어졌다. 전국 19개 금융본부를 방문하는 ‘찾아가는 현장경영’을 실시했고, 신입행원들과의 대화, 영업점 책임자 워크샵 등 다양한 소통의 장을 통해 업무 최일선에 있는 직원들 목소리를 직접 듣고 행내 개선점을 파악해 경영에 반영했다. 무더운 여름에도 보수적인 행내 분위기로 긴팔 셔츠만 입어야했던 직원들에게 즉석에서 반팔 등 시원한 복장을 착용하도록 했던 것이나,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지 않으면서 잘하는 직원들에게는 더욱 동기부여가 되도록 성과급 제도를 개편한 일 등이 이러한 현장소통의 결과로 이뤄졌다.

강 행장은 후배들도 기회를 찾고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준비된 리더가 되길 바란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준비할수록 주변의 기회를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10년, 20년, 30년 후의 모습을 그리며 목표를 정했다면 그 목표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강 행장의 모습에서 과거 여성에게는 기회조차 없었던 여신업무를 배우려고 남몰래 규정집을 외우고 상환된 대출서류들을 파헤쳤던 행원 시절의 열정이 엿보였다.

강 행장은 오는 2024년 경영의 핵심 사자성어로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나가다’는 의미의 ‘승풍파랑’(乘風破浪)을 선정했다.

올해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가 지속되며 우리 경제를 강하게 짓눌렀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분쟁 등으로 유가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 가격이 심한 변동을 보였던 쉽지 않은 한 해였다. 국내 부동산과 건설시장은 현재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 내년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 행장은 보고 있다.

“내년에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비롯해 모든 국민들이 바람을 이용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승풍파랑의 정신으로 잘 이겨냈으면 한다. 브릿지경제 독자여러분도 긍정적인 몰입으로 오는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자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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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숙 Sh수협은행장 (사진=Sh수협은행)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1961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다. 1979년 수협중앙회에 입회했으며,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자 주경야독으로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오금동 지점장(수협은행 최초 여성지점장), 2008년 심사부장(여성 최초), 2013년 마케팅 담당 부행장(수협은행 최초 여성임원), 2016년 수협중앙회 상임이사(여성 최초), 2022년 수협은행 최초 은행장 등 44년간 수협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감성과 소통의 리더십 경영으로 성과를 창출해왔다.

 

대담=명재곤 금융증권부장

정리=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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