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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저성장시대 부동산 소사이클 반복, 새해 상저하고… 거래량 주시해야"

[브릿지 초대석]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입력 2024-01-02 07:00 | 신문게재 2024-01-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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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위원은 "부동산 시장은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는 사이클이다"며 "내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집값 반등의 신호탄인 거래량 증가를 항상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채훈식 기자)

지난해 정부의 1·3대책 효과로 반등하던 아파트값이 9월말을 기점으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새해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브릿지경제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로 꼽히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부동산학 박사)을 만나 ‘갑진년’ 부동산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 부동산시장이 순식간에 싸늘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주택시장이 본격 조정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작년 9월 27일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이 트리거가 됐다. 집값이 단기간 급반등하면서 싼 매물이 소진된 데다 금리까지 높아 수요자 입장에서는 집을 살 메리트가 떨어졌다. 지금은 광속의 시대다.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MZ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전광석화처럼 움직인다. 과거 통계를 가지고 분석하는 순간 구버전이 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이 확 달아오르다가 어느 순간 돌변해서 얼어붙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 2024년 부동산시장 전망은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소사이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시장은 9년간 초장기 상승랠리를 나타냈다. 단군이래 이런 장기간 상승은 없었다. 앞으로도 이런 큰 사이클이 또 찾아올까? 미래는 가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지금은 잠재성장률이 2%를 밑도는 저성장 국면이다. 저성장은 국가경제가 큰 폭의 성장을 하기 어렵단 얘기다. 부동산은 그 나라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또 다른 거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시장도 저성장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볼때 1월부터 9월까지 13.3% 올라 한마디로 미니 상승랠리였다. 9월을 정점으로 한번 꺾였기 때문에 하락추세는 어느 정도 지속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하락폭이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쇼크 때만큼 깊거나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상저하고(上低下高)’ 속에 ‘소(小) 박스권’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3월까지는 하락세, 4월부터 6월 말까지는 약세, 7월부턴 보합세 혹은 강보합세 전환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거래량은 예년처럼 많지 않아 불황 장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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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사진=채훈식 기자)

 

- 올해 부동산시장 변수는


가장 주목해봐야 할 것은 금리 동향이다. 금리는 다른 요인보다 주택시장에 막강파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는 미국 기준금리와 한국 기준금리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금융계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24년 하반기 이후 2~3차례 낮출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금융기관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4년말 기준금리를 연 3%로 전망한 곳이 45.2%로 가장 많았다. 연 2.75%로 전망한 곳이 32.3%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물론 시장의 예측은 기대가 섞여 있지 않나 싶다. 인하 폭의 문제이지, 방향은 인하 쪽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금리 인하가 집값을 당장 자극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매매시장보다는 전세시장에 더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세는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금리 동향에 좀 더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월부터 출시될 27조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은 주택가격을 떠받치는 특급재료이다. 주택가격 9억원 이하를 구입할 경우 연 1.6~3.3%의 저리에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2023년 주택시장의 받침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생아 특례대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기보다는 하락을 막는 방패 역할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

4월 총선도 시장의 관심거리다. 총선 결과에 따라 계류되어 있는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될 수 있어서다. 가령 아파트 매입임대사업 허용,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단기 양도세율 완화, 거주의무 등이 그것이다. 다만 정치 선진화로 돈 선거가 사라지면서 과거처럼 선거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 내 집 마련 수요자의 대응법은

요즘은 광속의 시대다. 비슷하게 생각(집단사고)하고 무리 지어 행동(군집 행동)하다 보니 시장이 순식간에 돌변한다. 그래서 현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발 늦은 통계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장바닥 시세를 주목해야 한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격언은 소(小) 사이클 장세에선 먹혀들지 않는다. 무릎이 상투일수 있기 때문이다. 집은 불황기에 사야한다. 철저하게 시장을 조사해서 매입가를 어떻게서든 낮춘다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런 차원에서 2000가구 이상 대단지 랜드마크 아파트 매물가격이나 실거래가격을 보는 것이 좋다. 랜드마크 단지는 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의해서 지켜봐야 한다.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하는 사람은 시황에 너무 연연하기 보다 가격 메리트를 보고 판단하는게 바람직하다. 아파트 실거래가 고점(2021년 10월) 대비 강남 등 인기 지역은 20~30%, 나머지 지역은 30% 이상 싼 급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접근해야 한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는 평론가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평론가는 주로 비관론으로 명성을 얻어 유명 인사가 된다. 시장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다 현장보다 너무 늦기 때문이다. 또 한쪽만 얘기하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시장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왜곡하거나 각색을 할 수 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극단론과 공포론이 기승을 부린다.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불안한 미래는 대비해야 하지만 ‘공포 비즈니스’의 희생물이 되지 말아야 한다. 시장은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는 사이클이다.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다. 그 신호탄은 거래량 증가이다. 특히 바닥권에서 거래량 증가는 의미 있는 지표다. 시장 흐름의 바로미터인 거래량을 항상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1주택자 갈아타기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쉽게 이뤄질 수 있다. 갈아타기 대상은 내가 살고 있는 집보다 좋은 집일 것이다. 인기지역이나 같은 동네라도 대형 아파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집은 비싸게 팔고, 남의 집은 싸게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꿈이다. 갈아타기를 할 때에는 내집은 싸게 팔고, 남의 집도 싸게 산다는 생각을 갖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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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사진=채훈식 기자)

 

-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집값에 영향 미칠까

건설사 PF는 분양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요소다. PF문제가 어떻게 터질 지는 알 수 없다. 정부가 지난해 레고사태의 파장을 잘 알고 있기에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다. PF문제와 주택시장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PF문제는 바로 신규 분양시장, 공급자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준공된 기존 주택가격은 직접적인 관계보다 간접적인 관계이다. 말하자면 두 시장은 한 다리 건너서 존재한다. 만약 PF문제로 집값이 급락하려면 건설사나 시행사의 부도 사태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시중 금리도 크게 올라야 한다. 금융위기나 경제위기가 와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터진다면 지금 당장 국내 주식투자를 관둬야 한다. 주식시장이 더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건설사 PF문제 역시 기존 주택시장을 짓누르는 위험요인이라는 점 정도 체크하고 예의주시하자.

 


- 내 집 마련은 필수인가

집은 홈(home)과 하우스(house)라는 2가지 기능을 한다. 홈이 삶의 안식처라면 하우스는 투자 자산이다. 삶의 안식처인 홈은 필수지만, 하우스는 하나의 자산 항목에 들어갈 뿐이다.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다. 집값 상승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으로 갭투자가 그렇다. 홈 비중을 높이면 아파트값이 출렁거려도 덜 불안하다. 집이 하우스보다 홈이 되는 시대. 이상적이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하우스보다 홈에 무게를 더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하우스푸어’, ‘영끌 푸어’라는 고통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홈과 하우스의 비중을 50대 50으로 맞추는게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 부동산 심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을 바라볼 땐 참여자의 심리도 고려해서 판단하는 게 좋다. 매매시장에서는 ‘손실 회피’, ‘처분 효과’, 그리고 ‘미래 기대치’가 크게 작용한다. 불황이 찾아와도 가격이 바로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량부터 줄어든다. 매수심리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현재의 수급을 반영하는 전셋값은 크게 떨어지지만, 매매가격은 약세만 띠는 것은 이런 심리적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은 공급과 정책 외에도 인간 심리를 함께 읽어야 제대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출렁이는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에서다. 단기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심리 게임 결과로 가격이 움직인다.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매도자가 심리적으로 매수자에게 밀렸다는 이야기고, 상승한 것은 그 반대일 것이다. 가격이 내재가치를 넘어 폭등이나 폭락하는 것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심리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광기 국면에선 내재가치보다 큰 폭으로 절상되고, 공포 국면에선 내재가치보다 크게 절하될 것이다.

글·사진=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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