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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칩에 물 한방울 허용 못해"…반도체 수율 1등 공신 '저스템'

[브릿지 초대석] 임영진 저스템 대표

입력 2024-02-27 06:16 | 신문게재 2024-02-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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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템 사옥 전경 3
저스템 사옥 전경.(사진=저스템)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핫한 단어는 ‘수율(收率)’이다. 수율은 전체 생산된 제품 중 양품의 비율을 의미한다. 실제 판매되는 제품량과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체다. 특히 칩 제조 원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반도체 제조사간 생산 기술력의 척도로까지 여겨진다.

특히 초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수율을 잡는 것은 기업 사활의 문제다. 기업으로써는 웨이퍼 위, 나노미터(nm) 단위의 미세한 선폭 회로 패턴을 새겨야 하는 만큼 기술 난이도가 높아 양품 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잡아야만 살아 남는다.

토종 장비기업 저스템(Justem)은 반도체 습도제어 장비를 통해 칩 제조사의 수율을 확 끌어올린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통상 반도체업계에서 추산하는 수율 상승률은 2% 안팎이다. 금액으로는 1000억~1500억원 상당의 가치다.

임영진 저스템 대표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대기 중의 습도는 수율을 떨어뜨려 수익성과 제품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저스템은 FOUP(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가 보관되는 곳) 내 습도를 제어해 수율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브릿지초대석]임영진저스템대표
임영진 저스템 대표가 22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저스템은 지난 2016년 창업한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만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임 대표는 습도제어가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란 확신 아래 이 일을 시작했다. 실제로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서 이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습도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의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임 대표는 “반도체 공정 환경에서 습도(물)가 분해되면서 산소가 발생하게 된다. 근데 이 산소가 반도체 공정용 가스와 반응해 제품을 산화시켜 불량률을 높이게 된다”고 면서 “반도체를 만드는 크린룸의 습도를 낮춰버리면 인체에 유해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오직 제품에만 습도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저스템은 글로벌 반도체 습도제어 장비의 85%를 점유하며 사실상 전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아직 시장규모가 크지 않지만 반도체 제조업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습도제어 장비시장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효용성으로 인해 저스템은 최근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우수기업연구소에서 ‘최우수연구소’로 선정됐다. 국내 중소기업 중 유일한 선정으로 저스템의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 받은 것이다.

그는 “기술혁신 성과와 R&D(연구·개발) 역량이 뛰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기업으로 인정받은 것 같다”고 겸연쩍어하면서도 “습도제어 솔루션의 지속적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우위를 유지, 수율 향상을 위한 3세대 제품까지 개발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2차전지,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매출 비중과 출처 다양화로 회사의 외형과 수익을 키우려는 것이다. 자체 기술의 범용성을 확인, 인접산업군까지 사업 영토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술이 디스플레이 정전기 제어다. 저스템은 이온소스를 활용해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없애는 ‘고진공 이오나이저 시스템(VSI)’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LG디스플레이 공장에 공급됐다. 디스플레이 한 종류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공정 시 필연적으로 정전기가 발생한다. 이 문제는 이 정전기가 기판 절연을 파괴하거나, 증착 성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OLED 수율을 떨어뜨리는 중요 원인이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공정 전체에서 30% 가량을 차지하는 롤투롤 장비 분야에 진출했다. 알루미늄박과 동박을 회전하는 롤에 감으면서 물질을 입히는 기능을 하는 이 장비는 전극을 연속적으로 가열해 수분과 불순물을 제거해 성능을 제고한다.

임 대표 “저스템의 미래 고객은 글로벌 반도체와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기업들이다.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라고 기술적 확장성을 강조한 뒤 “저스템은 장비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고 산업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저스템은 연구개발분야의 끊임없는 도전과 미래지향적, 창조적 혁신을 통해 세계 소부장 시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적시에 그리고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브릿지초대석]임영진저스템대표
임영진 저스템 대표가 22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영진 저스템 대표는

임영진 대표는 인하대학교 대학원 금속공학과 박사 과정을 거쳐, 삼성전자 R&D 센터에 입사했다. 이후 주성엔지니어링 기술영업팀에 근무하며 지식경제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저스템 창업 이후에는 무역의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상공의날 산업통상부장관표창을 수상한 국내 1세대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이자 경영자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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