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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경단녀 아니라 경보녀… 육아는 가장 소중한 경력"

[맘 with 베이비] 이윤아 샘표식품 '새미네부엌' 플랫폼 총괄기획자 겸 홍보팀장
"워킹맘의 모든 경험이 창의력 원천...'워라블' 찾아보세요"

입력 2022-07-12 07:00 | 신문게재 2022-07-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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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 샘표식품 홍보팀장.

 

샘표식품 ‘새미네부엌’의 플랫폼 총괄기획자이자 홍보팀장인 이윤아 팀장. 중 1 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회사에선 ‘샘표의 팬’을 만드는 일을 한다. 연두, 티아시아 등 제품을 홍보하고 ‘된장학교’, ‘발효학교’, ‘맛있는 추억을 그리다’ 같은 캠페인과 사업을 기획·운영한다. 최근에는 즐거운 요리를 돕는 ‘새미네부엌’ 플랫폼을 만들어 엄마들의 요리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즐거움을 찾아 일하다는 그를 만나 워킹맘의 어려움과 그 극복 방안 등에 관해 들어보았다.

 

 

- 워킹맘으로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 인지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 (웃음) 일은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면서 예상되는 변수를 반영하는 등 어느 정도 어려움을 예측할 수 있잖아요? 특별한 긴급상황이나 업무 어려움이 생길 때는 나누거나 조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데 육아는 결코 제 맘대로 되지 않아요.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난처한 상황이 돌발적으로 생겨납니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엄마를 대신할 사람도 없기에 이런 부분들이 늘 어렵습니다.”


-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 4학년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20년이 넘는 동안, 한 해도 쉰 기간이 없었어요. 제 사회생활은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 딱 두 갈래로 나뉘죠. 첫 회사는 패션 기업이었는데 첫 아이를 낳으면서 식품회사로 이직했습니다. 엄마가 되면서 너무 딱 알맞게 이직한 것 같아요. 그런데 첫 아이가 아토피가 있었어요. 먹는 것에 따라 피부 반응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먹는 게 너무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그러면서 제가 처음으로 아이와 가족을 위해 요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다 보니 ‘좀 더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좀 더 맛있게 건강하게 하는 법은 없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 마침 샘표가 창립 75주년을 맞아 ‘새미네부엌’이란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요리 플랫폼도 만들게 되었는데, 이 플랫폼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나처럼 요리에 어려움이 많은 워킹맘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였습니다. 지금 제게 가장 유용한 사이트이기도 합니다.”


- ‘새미네부엌’ 플랫폼에 관해 좀 더 설명 부탁 드립니다.

“요리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정말 좋은 점이 많습니다. 특히 가족이 함께 요리하면 정서적 신체적으로 건강에 매우 좋습니다. 가족에게 좋은 요리를 보다 더 쉽고 맛있게 제공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플랫폼이 바로 ‘새미네부엌’입니다. 이 플랫폼에 들어오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요리법을 볼 수 있습니다. 요리하다가 어려운 점을 물어보거나 가족이 함께 한 요리를 자랑하는 코너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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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 샘표식품 홍보팀장.

 

- 경력 단절 여성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출퇴근에만 총 4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손사래 쳤지만 저는 그 4시간이 저를 위한 여유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게임도 하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워킹맘’이라는 사실이 제게 큰 로열티가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는 일이 부엌에서 사용하는 각종 소스를 만들고 요리하는 방법을 알리는 일이다 보니, 집에서 엄마나 아내로 보내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노하우가 일을 더 성장하게 하고 역량을 키우게 해줬습니다. 결혼과 임신, 출산 등 여성들이 겪는 이러한 경험도 또 다른 공감 능력과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됩니다. 엄마가 되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더라고요. 이런 경험들이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생각을 반영하는 바탕이 됐습니다.”


-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특별한 성장 팁이 있을까요?

“제 노하우는 ‘도망갈 구멍’을 없애는 것입니다. 아예 일을 그만둘 생각조차 안 하는 거죠. 이 방법이 제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해법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해결책에 ‘일을 그만둔다’라는 선택지는 없었어요. 또 가족,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양보다 질을 높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많이 이야기하고, 스킨십 하는 기회도 늘리고 같이 체험하거나 놀이하는 것도 역동적으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활동을 할 때, 놀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놀자는 마음이지요.”


- 주변 도움 없이 워킹맘 자리를 지켜가는 분들에게 우리 정부나 사회가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을런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엄마를 이해하는 사회적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광고 시사회에 가는데 어쩔 수 없이 3살 딸을 데리고 갔어요. 아무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하는 수 없었습니다. 당시 제가 무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동료들이 아이들을 매우 귀여워하고 이뻐해 주고 돌봐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일하는 엄마를 이해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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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아 샘표식품 홍보팀장.

 

- 일과 가정 양립을 뛰어넘어 일과 가정의 융합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어떻게 실천하고 계신지요.

“워라블이 가능한 직장 중 하나가 식품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요리하고 즐기는 것 자체가 업무를 발전시키는 힘이 되더라고요. 제가 고민하고 기획하는 많은 상황이 우리 집 부엌에서도 일어나니까요. 저는 아주 행복하게도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습니다. 지난해 멸치볶음 소스가 나왔어요. 멸치에 기름과 소스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정말 맛있는 멸치볶음이 돼요. 쉽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보니 우리 집 막내가 멸치볶음 담당이 됐습니다. 삶이 일을 서포트하는 상황이 된다는 점에서 제가 워라블의 대표 선수인 것 같네요.”


-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타개 방안이 없을까요?

“사회적 소통 부재와 가족 붕괴가 일어나면서 황혼 이혼도 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요리하는 남편들이 있는 집은 이혼이 없다(혹은 적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리를 하면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고, 자연스럽게 대화량이 늘면서 가족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어요. 요리하는 가정이 늘고, 부엌에서 대화들이 많아지고, 요리하는 아빠들이 많아지면 부족한 소통의 문제들이 줄고 가족문화가 더욱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 경력 보유 여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경력 단절이 아니라 ‘경력 보유’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실제 주부들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됐어요. 때문에 요리 관련 프로그램 기획사 패널들에게도 다양한 육아, 주부 감정을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이런 작은 의견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봅니다. 아이 낳고 육아 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과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출산과 육아 또한 경력을 쌓는 하나의 기회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야 말로 돈을 떠나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이 소중하고 이것들이 모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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