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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15년 MBC 생활 마무리한 한준호 "말 잘하려면 '마음가짐' 바꾸세요"

[인터뷰] 스피치 책 '말할 수 있는 비밀' 펴낸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

입력 2018-12-12 07:00 | 신문게재 2018-12-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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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첫 책인 ‘아빠가 읽는 임신 출산책’을 쓴 뒤 셋째를 낳고 아이를 그만 낳기로 했죠. 싱가포르 유학경험을 녹인 두 번째 책 ‘가자, 싱가포르’를 집필하고 나서는 싱가포르에 못가고 있어요. 세 번째 책인 ‘말할 수 있는 비밀’을 쓰니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는 새 책 ‘말할 수 있는 비밀’ 출간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 2월 MBC를 퇴사한 그는 이 책에서 15년간의 아나운서 생활로 몸에 밴 스피치 노하우를 전달한다. 아나운서들이 집필한 스피치 책은 많지만 ‘말할 수 있는 비밀은 저자의 경험치를 녹여낸 ‘언어에 대한 고민’을 수사학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수학과 출신인 저자는 언어의 전달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도식으로 독자의 이해도를 높였고 풍부한 인문학적 상식으로 읽는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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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있는 비밀’ |한준호 지음 | 특별한서재 | 1만 4000원 |사진제공=특별한 서재

무엇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저자의 인생궤도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스피치 기술이다. MBC 입사 전 통신회사 프로그래머와 증권거래소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저자는 대학 시절 기업의 서류 전형을 통과한 자신만의 노하우와 MBC 입사 과정, 입사 후 뉴스 및 쇼 프로그램 진행방법 그리고 퇴사 후 국회의원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컨설팅, 사교육없이 국제고에 진학한 딸의 입학 비결까지, 각 상황에 적확한 스피치 기술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면접을 앞둔 지원자에게는 SWOT분석을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타이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적으라고 조언한다. MBC 입사 면접 때는 증권유관 기관 홍보실에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골프접대를 받지 않았던 MBC 기자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MBC가 글로벌 방송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CI를 교체하는 게 좋다고 경영진에게 조언하는 당돌함도 보였다.

국제고에 진학한 딸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 조언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2000자 내외의 자기소개서를 쓰며 ‘왜 그런 사람이 되려는지’, ‘왜 이 학교를 선택하게 됐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고민한다. 자기소개서의 첫인상을 강조하기 위해 나만의 타이틀을 붙이는 습관을 들인다.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자기소개서를 썼다면 면접도 수월하게 거칠 수 있다고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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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닥터스’ 진행 당시 한준호 전 아나운서 (사진제공=MBC)

 

“남들처럼 아나운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다 입사한 게 아니라서 신입 시절에는 실수가 잦았어요. 이를테면 프롬프터에 올라오지 않는 뉴스를 원고지 두세 장씩 넘기며 읽다 영상과 뉴스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죠. 생방송 중 제작진에게 대답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그때부터 꼼꼼히 준비하고 기록했어요. 제가 현장에서 느꼈던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쓰게 됐죠.”

입사나 입시를 통해 이해도를 높였지만 저자는 모든 말하기의 과정은 ‘경청’과 ‘관찰’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의 전달은 ‘Send’, 언어의 전달은 ‘Deliver’라고 정의한다. 글이 상대에게 단순히 전달했다면 언어는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협상에 가깝다. 특히 대중을 상대로 말해야 하는 정치인들이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 기업가의 경우 ‘방문판매’를 하듯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출연진이 남의 집을 방문해 벨을 누르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서 한준호 아나운서는 정치인이나 기업가 언어의 수사법을 세 가지로 압축한다.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들을 태도를 가져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자 했던 바를 다시 한 번 상기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복식호흡이나 시선처리, 손처리, 발성 등 스피치의 기본 기술도 설명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스피치 기술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 스피치의 기본 자세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책 제목인 ‘말할 수 있는 비밀’에서 ‘비밀’에 해당하는 스피치 천기누설은 결국 마음가짐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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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의원과 개그맨 김대범 씨와 함께 팟캐스트 ‘아개정’ 진행 당시 모습

 

“사투리 때문에 혹은 심약한 마음 때문에 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분들이 있어요. 결국 말을 잘 하는 것은 전달을 잘하는 것이고 전달을 잘하는 건 마음가짐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스피치 기술은 라면을 끓이는 정도의 기술력만 요하죠. 다짜고짜 타인에게 전달하려 하지 않고 듣는 이가 체하지 않을 정도로 스피치 식단을 짜보세요.”

지금은 MBC를 떠나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실에서 공무원 생활 중인 저자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예전에는 아나운서 자체가 하나의 방송 콘텐츠였죠. 지금은 지상파 방송사 시청률이 2% 미만이고 아나운서의 주업무인 정보전달자로서 역할이 약해진 상황입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방송사도, 현업 아나운서들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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