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비바100] 변호사 스타트업 전문가, 손영택이 말하는 "더 좋은 실패 법"

[BOOK]4차 산업혁명 시대 주목받는 스타트업 성공 노하우 공유위해 신간 '유니콘의 기적이 시작되는 : 스타트업 네이션' 출간
변호사 10년 생활 후 유학떠난 영국에서 스타트업 가치 발견
한국으로 돌아와 스타트업에 대한 다리 역할을 위해 고군분투

입력 2019-04-10 07:00 | 신문게재 2019-04-10 15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손영택
안정된 변호사의 삶보다 국가의 미래 혁신인 스타트 업 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길잡이 역할을 자처한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원장. (사진제공=공간정보산업협회)

 

“스타트 업 기업들을 지원하는 경험, 기술, 사람에 대한 전문적인 기관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10년 동안 성공적인 변호사로 활동한 손영택(47) 공간정보산업협회 원장이 ‘유니콘의 기적이 시작되는: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을 발간했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CEO 7명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이 책은 블록체인, 인공지능(AI),빅테이터, 클라우드 등으로 미래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원)의 기업을 만든 노하우가 가득 담겨있다.

저자가 만난 이채현(데이블), 김종윤(스캐터랩), 이한주(베스핀글로벌), 박외진(아크릴), 이효진(8퍼센트), 이복기(원티드), 권순범(이큐브랩)의 성별과 나이, 직업은 모두 천차만별.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섭외해 던진 질문들은 날카로우면서도 흥미롭다. 변호사와 스타트업 전문가라는 극과 극 지점에서 던지는 직접적인 궁금증은 세계 전반의 트렌드를 몰라도 이해될 만큼 가독성 높은 문장으로 완성됐다.

“사실 스타트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모든 걸 다 버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유도 사실은 아이들의 교육이 우선순위였고요. 변호사들은 학위를 따러 대부분 미국으로 떠나지만 ‘이왕 공부를 한다면 법률로 유명한 브리스틀대학교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주변에 먼저 말해 버린 게 행동으로 이어진거죠. 거기서 겪은 성숙한 사회문화와 역동적인 창업 분위기를 보고 겪으면서 한국의 미래에 답이 스타트 업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스타트업 네이션 표지
유니콘의 기적이 시작되는 : 스타트업 네이션| 손영택 저 |1만 6000원. (사진제공=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전재산을 들고 떠난 유학 생활은 쉽지 않았다. 120명 정원에서 한국인은 손 원장이 유일했다. 2년 반 동안 오롯이 학업에 매진하며 인생 터닝포인트를 겪었다. 어려서는 크는 것도 몰랐던 아들 둘과 같은 학생 입장에서 겪은 크고작은 에피소드들이 가족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학교가 끝나면 가족 모두가 모여 저녁을 먹었고 하루 일과를 도란도란 이야기했다. 사람들을 직업과 외모로 판단하지 않고 가치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정착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손 원장 자신의 시각도 점차 변했다. 그의 말대로 “변호사로 떠나서 스타트업 전도사가 되어 귀국”한 셈이다.

“돌아와서 아내에게 약속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게 가장 미안하죠.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제 인생 최고의 성공은 결혼이에요. 이해해주는 아내와 아빠를 최고로 쳐주는 아이들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똑똑한 친구들이 안정적인 대기업과 공무원만 고집하는 나라는 뭔가 잘못된 게 확실하니까요. 성공만을 지향하는 삶이 나쁜 건 아니지만 제 자식들이 겪을 사회는 좀 더 달라야 되지 않겠어요?”

책에서 손 원장이 만난 CEO들은 한국 사회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왜 창업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해진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실무 등이 담겼다. 그는 “결국 이왕 하는 실패라면 좋은 실패를 하자는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에는 창업 3번, 그만큼 실패한 인재들의 몸값이 가장 높다”면서 “그런 좋은 실패들이 쌓여야 제대로 된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시각을 한국에서도 조성하고 싶다. 느리더라도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며 핑크빛 미래를 제시했다.

“국내 유니콘 CEO들이 하는 불문율과 정책들을 들어보면 결국 ‘일단 해봐’로 귀결됩니다. 스타트업의 강점은 유연성과 빠른 속도예요. 대기업이나 이미 시장을 선점한 입장에서 이리저리 경우의 수를 잴 때 스타트업들은 실패 걱정 없이 맘 놓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저자들과는 계속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지속적인 협약을 하려고 합니다.”

저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청사진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손 원장은 책에서 경쟁력 없는 좀비 기업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최근 정부가 이른바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기 위해 2022년까지 유니콘 20개를 조성한다는 발표에 대해 “이미 유럽은 스타트업이 아닌 스케일업(기반을 잡고 경제적인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란 단어를 쓴다”면서 “이 업계 부실채권인 좀비 스타트업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정책의 표준화입니다. 육성한다고 돈 한번 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해요. 무엇보다 자율성을 갖춘 공무원들이 책임자로 있으면서 경쟁은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여러 기업들이 나름의 데모 데이를 만들어요. 전문성과 아마추어가 어우러지는 그 장면에 저는 아직도 가슴이 뜁니다. 한국인은 비상한 머리와 남다른 손재주를 가진 민족이죠. 아직 가능성이 있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