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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사람잡는 가짜뉴스의 세계…좀 맞자, 가짜뉴스 백신!

입력 2019-07-15 07:00 | 신문게재 2019-07-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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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가수 신신애의 노래 ‘요지경 세상’처럼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가짜뉴스 판치는 세상이다. 

 

금전적 이득 때문이든 정치적 목적이 있든 누군가가 가짜뉴스를 만든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것을 퍼 나른다. 대중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이를 접한다. 무시하거나 받아들이거나의 결정은 오롯이 대중들의 몫이다. 하지만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기엔 폐해가 심각하다. 공신력 있는 언론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이다. 

 

AUSTRALIA-BRITAIN-ROBINSON-PROTEST
(AFP)

  

가짜뉴스가 대중들의 구미를 당기고 팔로워를 늘려가는 동안 누군가는 호주머니 속 쌈짓돈을 날리고, 나라를 이끌 ‘왕좌’의 주인은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가짜뉴스, 파급력이 큰 만큼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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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그레이드된 찌라시 ‘가짜뉴스’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용어는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전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사전적 정의는 “언론보도의 형식을 띠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는 거짓뉴스”이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특정세력이 정치 또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도로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내용은 찌라시인데 포장은 공신력 있는 기사 형태라 많은 이들이 속게 된다. 

 

Japan South Korea Rift <YONHAP NO-1782> (AP)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촬영된 사진. (AP=연합)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몰아가는 가짜뉴스는 일본이 압권이다. 정치와 언론이 똘똘 뭉쳐 한국을 대북제재 위반국, 더 나아가 ‘북한 지원국’으로 기정사실화한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강화 조치를 단행한 이후 처음 실무회의를 가진 12일 한국 측은 규제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석간후지 온라인판 ‘ZAKZAK’는 13일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는 강한 혐의가 있다”며 북한 선박에 정제유를 넘긴 혐의로 한국국적 선박이 적발된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은 일본에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일본을 위협하는 북한을 지원한다”고 강변했다.

이 같은 억지주장은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 일본의 우익 국수주의자들은 한국에 적대적이다. 이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지지하는 고정유권자들이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이 한국의 규제조치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여론몰이로 지지층을 결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스피, 개인 매수에 2,080대 강세<YONHAP NO-3166>
12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경제적 이득, 또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가짜뉴스가 기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증권사 리포트의 불편한 통계는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보다 부정확한 정보 또는 의도된 정보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임을 시사한다. 2018년 4월 초부터 올해 3월 말까지 1년간 국내 증권사 32곳 가운데 기업분석보고서의 ‘매도’(sell) 투자의견 비율은 단 0.1%에 불과했다. ‘매수’(buy) 의견이 평균 90%, ‘중립’(hold·보유)이 9.9%다.

1000개의 기업분석보고서 중에 900건이 해당 기업종목 ‘매수’를, 99건은 ‘보유’ 의견을 냈고, ‘매도’ 의견은 단 1건 뿐이었던 셈이다. 이런 통계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 즉 투자자를 위해 기업을 분석하는 증권사가 해당 기업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들여다보면 개미(개인투자자)가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헤아릴 수 있다. 실태가 이런데 정보가 부족한 개미들이 ‘카더라 통신’에 던지는 투자금이 온전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 멜버른대의 엘레나 솃처 강사는 ‘니만저널리즘랩’ 기고문에서 “가짜뉴스는 선거,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USA WHITE HOUSE CONGRESSIONAL PICNIC <YONHAP NO-1906> (EPA)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의회 소풍의 날’ 행사 도중 한 무리의 사진기자들을 ‘가짜뉴스’라고 부르고 있다. (EPA=연합)

 

◇ ‘가짜뉴스 방지법’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커지는 가짜뉴스 영향력을 막기 위해 일부 국가들은 정보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이러한 정보를 배포하는 행위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서 가짜뉴스 방지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정부 당국이 ‘허위’ 정보로 판단하면 미디어는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가짜뉴스를 유포한 개인은 최대 10년의 징역형, 관련 기업은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667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독일과 말레이시아,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도 이미 가짜뉴스 규제가 도입됐다.

다만 이 같은 가짜뉴스 규제는 반대급부가 있다. 권한남용이다. 인권활동가들은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나 언론의 정당한 게시물과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데 가짜뉴스 방지법이 오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싱가포르의 가짜뉴스 방지법은 관계 당국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가짜뉴스인지를 판단할 뿐만 아니라 공익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이면 해당 콘텐츠를 제거하도록 매체사에 지시할 수 있다.

문제는 공익을 저해하는 ‘가짜뉴스’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에서부터 선거의 무결성, 정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망라한다. 솃처는 “이는 정부를 당황케하거나 해를 끼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어떤 콘텐츠라도 이제 ‘가짜뉴스’라는 딱지가 붙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trunp twitter
트럼프가 북한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이 트윗을 보게 된다면 당신의 반응은 다음중 무엇인가. 리트윗? 호응의 댓글? 무시? 무엇이든 가능하겠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본다면 이 글을 쓴 이는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Trump)가 아닌 ‘트런프’(Trunp)임을 알수 있다. (사진=badnews 캡처)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의 ‘가짜뉴스’ 공격이다. 12일 백악관에서 개최한 ‘소셜미디어 총회’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보수진영 미디어 인사들 위주로 초청장을 발송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가짜뉴스’들은 대중의 신뢰나 지지부족으로 빠르게 폐업하게 될 것이고, 소셜미디어도 가짜뉴스와 함께 퇴출당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가짜뉴스 방지법’을 도입했더라면, CNN이나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가짜뉴스’ 낙인이 찍힌 주류언론들은 모두 폐업 압박에 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짜뉴스 방지법. 버리자니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하고, 취하자니 역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계륵’(鷄肋) 같다. 그러는 동안 기술은 가짜를 더욱 진짜처럼 만들고 있다. 가짜뉴스의 업그레이드 ‘딥페이크’가 이쪽 업계의 최신 트렌드다. 인공지능(AI)이 정치인과 유명인사 등 영향력 있는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로 진짜 같은 조작영상을 만든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술 취한 동영상이나 연예인 얼굴을 합성한 가짜 포르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세상에서 뉴스 소비자는 더욱 깨어있어야 한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는 노래가사가 틀린 말이 아니다. 언론도 ‘중도’(中道)와 ‘정론’(正論)의 가치를 되새겨야 함은 물론이다. 이것만으로 ‘가짜뉴스’를 막을 순 없겠지만 말이다.

◇ 예방이 최선… 가짜뉴스 ‘백신’을 맞자

약도 없는 가짜뉴스. 그렇다면 예방이 최선이다. 캠브리지대학의 연구진들은 가짜뉴스 백신을 만들었다. 게임으로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에 대한 대응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게임 이름은 ‘나쁜 뉴스’(Bad News)다. 사이트(getbadnews.com)에 접속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해당 게임은 페이스북 소유의 왓츠앱으로부터 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기사를 읽을 때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함께 살피는 노력도 중요하다. 여러 방송매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는 텍스트를 쓴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왜 그런 방식으로 썼는지 등 맥락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은 언론과 독자만의 몫이 아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의 Toril Aalberg 교수가 주도한 포퓰리즘에 관한 연구 결과는 아래처럼 시민, 정치인, 언론이 함께 하는 가짜뉴스 대응 팁을 제안한다. ▲시민=① 특정한 소리만 통과시키는 자신의 필터(확증편향)를 알라 ② 의사소통시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 ③ 뉴스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라. 품질에는 돈이 든다. ▲정치인=① 언론의 자유를 공격하지 말라 ②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라 ③ 논쟁을 피하지 말라. ▲언론인과 언론사=① 자신의 역할에 대해 반성하고 그것을 숨기지 말라 ② 팩트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정정하라 ③ 언론사 자체의 포퓰리즘에 유의하라.

(가짜뉴스 문제의 정답은 #1)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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