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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파란 꽃밭부터 샹들리에까지…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너의 감정과 기억’

입력 2020-05-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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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감정과 기억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중 로빈 미나드의 ‘Into The Sound’(사진제공=디뮤지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를 따라 들어가면 이런 공간이 펼쳐질까. 미지의 세계에서 맞닥뜨린 미로 혹은 보기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만화경 속을 부유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파란 꽃밭부터 환상적인 샹들리에까지 11개 공간에 13팀이 만들어낸 소리와 빛, 공간의 어울림은 누군가 인도해 주지 않으면 길을 잃을 것만 같기도 하다. 상상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 빛과 색, 공간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독특한’ 혹은 ‘낯선’ 전시다. 그래서 제목도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5월 19~12월 27일 디뮤지엄)이다. 

 

‘인투 더 사운드’(Into The Sound), 그 입구부터 남다르다. 공간음향의 거장 로빈 미나드(Robin Minard)가 꾸린 입구는 크고 작은 스피커로 만들어진 꽃밭과도 같다. 파란 조명,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스피커들이 살아 움직이듯 산들거린다.


디뮤지엄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다비드 헬비히의 ‘Make No Music’(사진=허미선 기자)

 

실내악 작곡가이기도 한 다비드 헬비히(David Helbich)의 ‘메이크 노 뮤직’(Make No Music)은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객들이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하는 공간이다. ‘이어 요가’ ‘마이크로 리스닝’ ‘손가락 테크노’ 3개 섹션으로 나뉜 커튼에 설치된 화면을 따라 하다보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감각할 수 있다.

제목에서 짐작했든 ‘음악은 없다’(No Music).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공간에서 요가로 감각을 일깨우고 예민한 소리에 귀기울이며 음악이 흐른다는 생각과 공기 흐름에 집중하면 내 안의 소리들이 아우성을 친다.

시나 팝의 후렴구를 활용하는 미국작가 크리스틴 오펜하임(Kristin Oppenheim)의 ‘워터 유’(Water You)에서는 어디선가, 누군가 부르는 몽환적인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디든, 누군가든 결국 개인의 상상이다. 비치보이스의 ‘세일 온 세일러’(Sail on Sailor)의 후렴구가 중첩되며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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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중 랩212의 ‘Compose Score’(사진=허미선 기자)

 

프랑스의 인터랙티브 디자인 아티스트 그룹 랩212(Lab212)의 ‘컴포즈 스코어’(Compose Score)에서는 직접 나만의 피아노곡을 작곡할 수도 있다. 관람객과 공간, 빛 그리고 피아노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나만의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마치 그랜드 피아노의 줄을 연장해 연결한 듯 파랗게 빛나는 줄을 튕기며 홀로 혹은 여럿이 함께 연주할 수 있다.

들어서는 순간 파도소리가 들리는 ‘리슨 앤 파인드’(Listen and Find)는 한국의 현대미술가 박보나의 작품이다. 한국인이 ‘코타키나 블루’라고 잘못 알고 있는 지명 ‘코타키나 발루’의 ‘오해’를 소리에 빗댄 작품이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폴리 아트(Poly Art, 음향효과)를 활용한 작품으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들리는 파도소리나 물결소리의 정체는 뒷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화로운 휴양지의 파도소리, 바람소리 등과 예술을 위해 애쓰는 폴리 아티스트들의 노동현장을 병치시키며 예술, 삶 그리고 인간의 이중성을 빗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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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중 도론 사제의 ‘Rethink Noise’(사진제공=디뮤지엄)

 

노이즈 뮤직으로 주목받은 도론 사제(Doron Sadja)의 ‘리싱크 노이즈’(Rethink Noise)와 ‘타셋 타셋 타셋’(Tacet, Tacet, Tacet)은 익숙한 소음들이 만들어내는 파열음의 향연, 음파대로 움직이는 조명들로 듣는 소리들이 펼쳐진다. “귀퉁이에 자리잡고 눈을 감고 공간을 즐겨보라”는 도론 사제의 전언이다.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로버트 헨케(Robert Henke)의 ‘이머스 유어셀프 인’(Immerse Yourself In)은 레이저빔, 컴퓨터 알고리즘, 초기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한 리듬, 음색, 색상, 그림자를 조합해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다. 로버트 헨케는 “컴퓨터로 작업한 시퀀스들은 단 하나도 같은 게 없다”며 단 한명의 관람객도 똑같은 걸 보지 못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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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중 로버트 헨케의 ‘Immerse Yourself In’(사진제공=디뮤지엄)

 

CVM(Center For Visual Music)의 ‘시 사운드’(See Sound)는 1970, 80년대 MTV의 초석이 된 비주얼 아트, 소리와 이미지의 관계를 탐구했던 선구자들의 작품을 모아둔 아카이브 공간이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뉴트로’를 향유할 수 있는 섹션으로 오스카 피싱거(Oscar Fischinger), 조던 벨슨(Jordan Belson), 줄스 엥겔(Jules Engel), 메리 엘렌 뷰트(Mary Ellen Bute) 4명의 작가별 공간이 이어진다.

모놈(Monom)의 ‘저니 스루’(Journey Through)는 4D 사운드 기법으로 산길을 거니는 듯한 공간이다. 시간대별로 전혀 다른 소리들이 맞이하는 공간으로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가 하면 이슬이 맺히고 새들이 지저귀기도 한다.

원래 전시공간이 아니었던 3층에도 특별한 작품이 배치됐다. 체코의 보헤미안 유리공예 브랜드 프레시오사(Preciosa) 조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인 디자인 듀오 바스쿠와 클루그(Vasku & Klug)가 꾸린 ‘히어 미 라이츠’(Hear Me Light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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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 중 바스쿠와 크루그의 ‘Hear Me Lights’(사진=허미선 기자)

‘빛방울’이라고 이름 지어진 구슬 모양의 크고 작은 전구들이 올망졸망 샹들리에를 완성시킨다. 강철 대롱으로 불어서 만든(Free Blown) 전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샹들리에를 입으로 불어서 끄던 과거 방식에서 착안해 센서가 장착된 구슬을 불면 전구들이 점등되며 소리를 증폭시킨다. 3개의 센서를 동시에 불면 모든 조명이 켜지고 가장 화려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더불어 CVM 작가들의 경쾌하거나 서정적인 음악공간,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굿즈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굿즈모아전자상가’ 등도 만날 수 있다.

‘너의 감정과 기억’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온라인 시간 예약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현장 운영직원의 안내에 따라 입장하는 방식으로 한 회차 수용인원은 40여명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와 장갑 착용, 방명록 기입이 필수이며 곳곳에 소독기가 배치돼 있기도 하다.

마스크로 인해 ‘히어 미 라이츠’에서 직접 소리를 내볼 수도,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을 좀더 관람할 수 있는 여유도 없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디뮤지엄의 이정원 콘텐츠 마케팅팀장은 “안전에 만전을 기해 더 잘 관람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코로나19로 힘들고 지친 분들이 힐링하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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