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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살아 있지만 죽은,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사령들의 연극 ‘햄릿’, 삶에 대한 철학적 고찰

입력 2024-05-1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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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연극햄릿] 기자간담회 단체 사진 (1)
연극 ‘햄릿’ 출연진과 창작진(사진제공=신시컴퍼니)

 

“지난번에는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살아 있는 채로 죽어 있는 또 죽은 채로 살아 있는 듯한 비존재의 존재인 사령들의 연극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그 미로 속을 배우들과 잘 해치면서 만들고 있죠.”

손진책 연출은 24명의 배우들과 한창 준비 중인 연극 ‘햄릿’(6월 9~9월 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2024연극햄릿] 손진책(연출)
연극 ‘햄릿’ 손진책 연출(사진제공=신시컴퍼니)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그 경계를 한번 더 적극적으로 허물어보자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배우들을 사령들처럼 연결하고 무당 개념의 배우 1, 2, 3, 4가 건너와 그들을 보게 했죠. 그만큼 삶을 어떻게 진지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추궁함으로서 삶을 반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어 손 연출은 “진실을 묵살하고 비겁하게 산다면 그건 살아도 죽은 거고 곧바로 죽음을 맞을지언정 진리를 따르며 제대로 존재하는 것이 사는 것”이라며 “진실을 비겁하게 외면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남는 사르트르 식 실존주의의 원형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연극 햄릿
연극 ‘햄릿’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건 예술밖에 없습니다. 삶과 죽음에 경계가 없다면 삶 자체가 다시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어떻게 삶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해보고 싶었어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햄릿’은 2016년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9명(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유인촌·윤석화·전무송·정동환·한명구,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배우가 론칭해 2022년 햄릿 강필석과 오필리어 박지연을 영입한 데 이어 또 다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함께 한 강필석과 김성녀·박정자·손봉숙·손숙·전무송·정동환·김명기·길해연·이호철에 햄릿 역에 이승주, 오필리어 역에 f(X) 루나 그리고 김재건·길용우·남명렬·박윤희·박지일·양승리·이충주·이호재·이항나·전수경·정경순·정환이 새로 합류했다.

손진책 연출은 강필석과 이승주의 햄릿에 대해 “외향적 사유형과 내향적 사유형, 아폴론과 헤르메스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니체가 (1872년 출판해 바그너에게 헌정한) ‘비극의 탄생’(Die Geburt der Tragodie aus dem Geiste der Musik)에서 아폴론적 인물과 헤르베스적 인물로 분류합니다. 이를 빌자면 외향적 사유형의 강필석은 아폴론적 인물이고 내향적 사유형인 이승주는 헤르메스적인 햄릿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박철호 드라마트루기의 말을 빌어 강필석은 “그리스 조각같은 햄릿” 그리고 이승주는 “슬픈 코러스의 선율이 흐르는 햄릿”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곤 “강필석 배우는 대사의 파워나 정교함이 그리스 조각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이승주 배우는 슬픈 코러스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햄릿”이라고 부연했다.

 

연극 햄릿 이승주 강필석
연극 ‘햄릿’의 햄릿 역 이승주(왼쪽)와 강필석(사진제공=신시컴퍼니)

 

2016년 초연부터 세 번째까지 함께 하고 있는 손숙은 “이 작품을 하면서 고전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나 크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며 “너무 무궁무진해서 세번을 했지만 50%나 이해했나 싶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런 세계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고전은 하면할수록 재밌고 깨달아 간다는 느낌입니다. ‘햄릿’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같아요.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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