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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김선영·김우형 ② “소통의 부재, 나약한 인간, 우리 이야기…결국 사랑”

[Pair Play 인터뷰 ②]

입력 2022-03-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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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우형(왼쪽)과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오르페우스는 가난한 시인이고 에우리디케는 먹을 것이 없어 걱정하는 처지지만 저희는 못할 게 없는 신이에요. 하물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는 상위 신들이어서 지상과 지하의 모든 것을 관장할 수 있는 힘을 가졌어요. 물질적으로도 풍족하죠. 하지만 그런 존재들이 서로의 마음을 얻지 못해 허덕이는 걸 보면 이 부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소통의 부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전한 김선영은 “페르세포네도 긍정적인 얘기를 하지만 자기 목소리만 낸다. 이 남자한테 일말의 연민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을텐데 내가 생각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하데스도 마찬가지예요. 이 여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얘기를 들어줘야 겠다기 보다는 ‘이거면 되는 거 아냐’라는 식으로 치부하고 들으려 하지 않죠.”  

 

김선영의 말에 김우형은 “보통 남녀의 모습”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김우형의 “남자들은 해결을 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 서로 나누고 싶어하는데 그걸 남자들은 잘 모른다”고 말을 보탰다.

 

◇같은 지향점 그러나 전혀 다른 언어들로 점철된 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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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하데스 역의 김우형(사진=이철준 기자)

“저(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요. 페르세포네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둘은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요. 저는 이 여자만 바라보는데 이 여자는 세상을 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주려고 하지만 페르세포네에게는 충족이 안되는 거죠.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 같아요. 그렇게 달라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게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선영은 “하데스가 쌓는 벽이 소통이 부재한 요즘 우리 사회 같다”며 “다들 소통이 중요하다며 SNS 등을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얘기만 하고 있다”고 빗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궁금한 것 등을 보여주지 ‘너는 어때?’라고 궁금해 하지 않거든요. 그런 모습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로 단적으로 보여지는 것 같아요.”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단절과 소통 부재의 상태가 지속되는 지금을 예언한 듯한 세계관에 “아나이스 미첼과 레이첼 채프킨, 두 사람이 너무 놀랍다”는 김선영에 김우형은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으나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에는 정치적 상황이 딱 맞아 떨어져 풍자가 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 세상에 하데스같은 인물은 많아요.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에 현혹돼 돈이면 다 된다고 믿거나 자신의 생각만 맞다는 오만과 자만에 빠진 리더들이요. 너희들이 선택했고 나는 안전하게 너희들을 지켜준다고 계속 얘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분들이요.”

 

그리곤 “저는 내실이 튼튼해야, 가정과 가족이 행복하고 서로 사랑해야 밖의 일도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하데스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며 “밖에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주지만 늘 마음속에 두려움과 의심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부연했다.

 

“그래서 사람들을 줄 세우고 장벽을 쌓아 외부와 단절시키고…가진 힘은 이렇게 강하지만 속으로는 곯아터지는, 늘 불안해하면서 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1막 엔딩 곡인 (하데스가 하데스타운 주민들에게 벽과 영원한 노역이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선전하는) ‘와이 위 빌드 더 월’(Why We Build the Wall)은 히틀러를 상상하면서 해요. 히틀러 연설 영상을 본적이 있는데 눈에 광기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 곡을 할 때는 객석의 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히틀러 같은 에너지로 피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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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중 하데스 김우형(사진제공=에스앤코)

 

김우형의 말에 김선영은 “이 장면을 하면서는 저도 모르게 하데스를 노려보는 순간이 생긴다”며 “가난이 곧 우리의 적이고 적을 막기 위해 벽을 세우고 일해야 한다는 하데스를 보면서 굉장히 절망하는 눈빛으로 보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남편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됐는지,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도와야 한다는 자괴감을 표현하려는 게 제가 그리는 페르세포네 같아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가 ‘에픽3’(Epic III)에서 춤을 추기 위해 마주 보기 전 뒤에서 오르페우스가 하데스를 묘사하는 말들이 너무 가슴 아파요.” 

 

이어 “페르세포네는 극 시작부터 사랑하고 믿은 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 절박함과 절망, 그런 것들이 넘칠 대로 넘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페르세포네가 예쁘다고 생각되는 건 남편과 ‘에픽3’에서 춤을 추면서 서로의 지난 시절을 회상하고 관계를 회복하죠. 그러다 아이들(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을 보내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데스에 대한 희망을 품어요. 우리도 저들처럼 다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먼저 ‘기다려줘’라고 말하는 게 페르세포네 같아요.”


◇지상과 지하, 그곳을 오가는 페르세포네와 그를 기다리는 하데스 “희망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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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중 페르세포네 김선영(사지네공=에스앤코)

“페르세포네는 극 시작부터 봄여름은 지상, 가을겨울은 하데스타운에서 지내는 의무가 이미 설정돼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연의 흐름이 망가지니까요. 하데스타운에 내려가는 자체를 부담스럽고 힘들어 하죠.”


김선영은 “핏기 없고 죽을 만큼 따분한 사람들과 같이 6개월을 지내려면 약도 있어야 하고 술도 마셔야 한다”며 “지하세계로 내려갈 때는 오리지널 가사처럼 ‘병에 가득 찬 모르핀’을 준비하지 않으면 그 6개월을 못버틴다는 걸 알고 살아 간다”고 부연했다.

“하데스타운에 가면 의상 색도 변해요. 시든 나뭇잎처럼 살죠. 그러다 지상으로 오는 순간 싱싱한 나뭇잎 위 연두빛 벌레처럼 발랄해지죠. 선택의 여지 없이 의무처럼 하데스타운에 내려가지만 그럼에도 가는 건 남편 하데스에 대한 사랑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전한 김선영에 김우형은 “우리 작품은 인간의 두려움과 의심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에 대한 극복, 용기와 희망에 대해서도 얘기한다”고 말을 보탰다.

“우리는 계속 희망을 가지고 살잖아요. 오늘은 좌절했지만 내일은 괜찮겠지, 앞으로 좋아질 거야…그렇게 생각하면서요. 페르세포네도 그랬을 거예요. 지상에서 6개월을 지내다 내려가면 하데스가 좀 달라져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똑같거나 더 심해져 있죠. 하데스 입장에서도 신나고 자유롭게 6개월을 놔뒀으니 돌아오면 나를 봐주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밀어내기만 하죠.”

이어 김우형은 “좌절의 연속임에도 하데스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도전한다”며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주다가 이번에 배를 따주자, 아니면 딸기를 줄까…계속 도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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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페르세포네가 빛을 좋아하니까 전선을 깔아요. 인공적인 빛이라도 보여주려고. 근데 페르세포네는 그걸 또 ‘축제 열렸어?’라고 비꼬죠. 그렇게 계속 극복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거기서 오는 좌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죠.”

김우형의 말에 김선영은 “이 작품은 인간의 연약함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다. 여신들을 통해 ‘그래 봐야 소용없어’ ‘너무 애쓰지 마’ ‘인간이란 그런 거야’ 등 부정적인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낸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의 말은 부정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인 우리 일상이에요. 친구들끼리도 그러잖아요. ‘괜찮아. 그렇게 사는 거야’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그럼에도 한번 노력 해보자’고요. 인간은 한없이 연약하고 비겁하고 졸렬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면 내일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 약한 거 몰랐어? 그러니 또 가보자! 그러는 것 같아요. 나약하지만 연대하고 사랑할 때 강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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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하데스 역의 김우형(사진=이철준 기자)

 

김선영의 말에 김우형 역시 “사랑”을 외쳤다. 김우형은 “사랑이란 소재와 감성은 어떤 작품이든, 누구든 공감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이야기든 근간은 사랑, 이타적인 사랑”이라며 “사랑하는 마음, 그게 밑바탕이 돼야 용기가 생긴다. 그 용기가 있어야 두려움과 의심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랑이에요. 우린 사랑하면서 살 수밖에 없거든요. 이 세상에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같은 사람들도 많지만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같은 사람들도 있어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아져 다시 춤 수 있는 것, 그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같아요.”

김선영은 “아나이스와 레이첼이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두 커플을 전면에 배치한 게 대단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시대와 연령대를 초월해 삶이 지속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두 커플로 보여주고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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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무대에서 있다 보면 복합적인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리빙 잇 업 온 톱’(Livin’ It Up On Top)부터 ‘웨이 다운 하데스타운’(Way Down Hadestown)을 하기 전까지 앉아서 보고 있으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동시에 나도 저런 모습이 있었는데, 나도 저렇게 떨려하고 감정이 충만하던 때가 있었는데…싶어요. 하데스타운 안에서의 페르세포네로서, 배우 김선영으로서 후배들을 바라보면서 복합적인 것들이 느껴지죠.”



◇결국 인간, 그들의 연약함이 주는 희망 “우리 모두 괜찮다”

“하데스도 한때는 오르페우스처럼 열정 가득한 청년이었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했죠. ‘에픽3’가 지나고 마지막에 오르페우스에게 기회를 주죠. 진심으로 이 친구를 응원하고 싶었을 거예요. 어쩌면 내가 못한 걸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거예요. 나(하데스)는 아직도 두려움과 의심에 허덕이며 왕좌를 부여잡고 아등바등 살고 있지만요. 하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하죠. 안타깝지만 그게 사람이고 인생인 것 같아요.”


김우형은 결국 그 두려움과 의심을 극복하지 못하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비극적인 결말에 대해 “그게 인간의 삶”이라며 “그래서 일상을 사는 지금의 우리가 공감하게 된다”고 밝혔다.

“젊은 시절엔 뭐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모두를 바치고 무엇이든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세상사는 그렇질 못해요. 그렇게 내버려 두질 않죠. 계속 벽에 부딪히고 의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계속 뒷걸음을 치기도 하잖아요.”

이어 “완벽하게 인내하고 에우리디케를 구해냈다면 오르페우스는 영웅이 되고 승리자가 됐을 것”이라며 “승리자가 있다면 나머지는 패배자인데 그런 결말(해피엔딩)이었다면 ‘하데스타운’에서 패배자는 보여주지 않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파격적인 변주지만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는 비극적 결말을 유지한 데 대해 김선영도 “오르페우스가 마지막까지 참았다면 그는 완벽한 영웅이 되고 이야기는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 원작을 따른 결말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 게 너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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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우형(왼쪽)과 김선영(사진=이철준 기자)

 

“오르페우스는 연약하지만 정의, 윤리, 도덕 등을 지키려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에요. 살면서 그런 사람을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런 오르페우스가 너무 씩씩하게 에우리디케를 지켜냈다면 우리는 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었을까요. 절대 선 같은 존재가 끝끝내 자신을 의심하면서 정말 한없이 나약해지는 모습을 마지막에 도장을 찍듯 보여주죠. 그러면서 헤르메스가 ‘이게 인간이야. 오르페우스 같은 사람도 저렇게 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또 한번 가볼까?’ 하는데 그게 너무 감동이었어요.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면 그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곤 “오르페우스라는 지극히 평범한, 절대 선처럼 보이는 인물이 왜 그렇게 되도록 배치했을까를 생각하면서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고 어떤 선택을 할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뭐든 척척 해결하는 해결사의 모양새로 결론 짓고 완벽한 해답을 얻어내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배치했으면 훨씬 쉽고 통쾌했을 거예요. 하지만 개미처럼 사는 우리에게는 히어로 한명 늘었을 뿐이죠. 그렇지 못한, 나약한 인물을 통해 결국 사람이 대단한 존재는 아니지만 실패해도 자신만의 무언가를 추구하고 희망을 가진다는 걸 보여주는 마지막이 멋있어요. 영웅이 결정을 내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결말이죠. 선택의 순간에 조금만 비겁해지고 이기적이면 쉽게 쟁취할 수 있는데도 어려운 선택을 하는 것 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메시지 같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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