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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전통에 젊음 섞어 국가대표의 멋 살렸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무신사 스탠다드 맨즈디자인팀 김지훈 파트장

입력 2023-11-13 07:00 | 신문게재 2023-11-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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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무신사 스탠다드 맨즈디자인팀 파트장.(사진제공=무신사)

 

지난달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은 개·폐회식에서 아이보리 컬러의 단복을 입고 등장했다. 정장 디자인을 반영했던 이전 단복과는 달리 이번 단복은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미가 돋보인다는 평이 이어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개·폐회식 단복을 제작한 무신사 스탠다드 맨즈디자인팀의 김지훈 파트장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복의 차별점에 대해 “이번 단복이 이전과 다른 점은 선수들 각자가 원하는 핏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아시안게임을 위해 80벌 이상의 샘플을 들고 가서 직접 선수들에게 입혀보고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상의는 조금 더 크게, 하의는 타이트하게 입고 싶다면 이 같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 파트장은 “현장이 마치 무신사 스탠다드 피팅룸 같았는데 젊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입어보는 과정을 매우 즐거워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어느 핏이 더 예쁜지 물어보는 선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아시안게임 단복을 담당하게 된 것은 올 3월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작 제안을 받으면서다. 대한체육회는 ‘변화’와 ‘젊음’이라는 키워드가 단복을 통해 표현되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대한체육회와 디자인과 컨셉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과제였다. 이번 단복의 탄생에는 대한체육회의 과감한 결정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시안을 보여줬을 때 예상보다 훨씬 캐주얼한 디자인과 컨셉에 체육회 관계자들이 조금 놀랐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초반 아이디어 과정부터 내용을 디테일하게 공유하고 논의했기 때문에 방향이 정해진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는 게 김 파트장의 말이다.

김 파트장은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브랜드의 역량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컸지만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선수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었다”며 “디자인 과정에서도 ‘선수들이 입장할 때 어떤 모습이 제일 멋질까’를 상상하며 세부 디테일을 만들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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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개·폐회식 단복 8종.(사진제공=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 스탠다드가 제작한 국가대표 선수단의 단복 콘셉트는 ‘백의민족(白衣民族)’이다. 예로부터 지조와 기개를 상징하는 흰옷을 즐겨 입어왔던 우리 민족의 전통을 아이보리 컬러의 데님 셋업으로 재해석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 디자인을 개발할 당시 국립 중앙박물관에 자료 조사를 할 정도로 많은 자료를 참고했다고.

김 파트장은 “자료를 서치하던 과정에서 미색 옷을 입은 과거 조상들의 사진을 발견했고 거기서 ‘백의민족’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냈다”며 “한국의 강렬한 오방색 활용도 고민했었으나 무신사 스탠다드 브랜드의 정체성처럼 최대한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디자인한 국가대표 선수단의 단복은 상·하의, 신발, 가방, 벨트 등 액세서리까지 총 8개 아이템이 한 세트로 구성됐다. 대회 기간 항저우 현지의 덥고 습한 날씨를 고려해 기능적인 측면도 단복 소재에 반영했다. 데님 셋업 상하의 및 티셔츠는 접촉 냉감, 흡한 속건 등의 기능성 소재인 ‘쿨맥스’와 ‘아스킨’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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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무신사 스탠다드 맨즈디자인팀 파트장.(사진제공=무신사)

 

디자인 측면에서도 우리 전통 요소를 자연스러우면서도 디테일하게 녹여냈다. 재킷의 절개 라인과 팬츠의 주머니 자수는 한옥의 ‘팔작지붕’을 착안한 절개선이 들어가 있다. 단추는 태극 무늬가 중앙에 들어간 한국의 전통북인 ‘대북’ 모양에서 착안했다. 또한 전통 노리개 모양의 키링을 별도로 제작해 전체적인 착장에 포인트를 줬다. 이외에 벨트, 신발, 양말 등에 태극기와 ‘팀 코리아(Team Korea)’ 로고를 새겨넣었다.

김 파트장은 “노리개를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인 키링처럼 만들어 일상생활에서 착용해도 위화감이 없게 디자인했다”며 “키링은 현대적 매듭법으로 제작했지만, 사이에 끼운 고리는 백마노 원석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대표 선수단 단복에 대해 옛 것을 현대적으로 풀이하되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멋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무신사 스탠다드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번 단복 디자인이 공개된 이후에 긍정적인 반응을 체감할 수 있었다. 김 파트장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이렇게 성장해서 국대 단복을 만들다니 신기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무신사 스탠다드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안게임 무대를 통해 보여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4 파리올림픽대회도 대한민국 선수단의 개·폐회식 단복 제작을 대한체육회와 협업한다. 김 파트장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 선수단들을 위한 멋진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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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무신사 스탠다드 맨즈디자인팀 파트장.(사진제공=무신사)

 

무신사 스탠다드는 2017년 탄생한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다. ‘우수한 품질,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로 코로나19에 따른 패션업계 불황도 돌파하며 거침없이 나아갔다. 지난해 무신사 스탠다드가 올린 매출은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장 가능성을 김 파트장 역시 눈여겨봤다. 그는 오프라인 기반의 남성복 브랜드에서 근무를 하다 2021년 무신사 스탠다드에 입사했다.

김 파트장이 처음 패션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는 남성 컨템포러리가 트렌드였다. 상대적으로 작았던 온라인 시장이 점차 커지고, 변화하는 트렌드와 문화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온라인 브랜드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중에서도 폭넓은 스펙트럼과 잠재력이 우수한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일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좋은 기회가 찾아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파트장의 대표적인 컬렉션으로는 지난 9월 발매한 ‘시티레저 캡슐 컬렉션’을 꼽을 수 있다. 발매 직후 커뮤니티 등에서 반응이 좋았고, 빠르게 품절된 상품들도 있을 정도다. 셔츠나 다운 베스트와 같은 아이템들을 무신사 스탠다드 만의 감성으로 해석했고, MZ세대들이 키링이나 에어팟을 많이 하고 다니는 점을 보고 카라비너 디테일을 추가해 기능적인 요소를 더했다. 또 컬러는 카키, 그레이쉬베이지, 블랙을 핵심으로 이용해 원톤(One-Tone) 코디를 선보였다.

그는 “팬데믹이 끝나고 원마일 웨어(1Mile Wear, 집 부근에서 입고 다닐 수 있는 편안한 옷)가 익숙해져 있는 시대에 시티웨어와 아웃도어 경계가 허물어져 갔다고 생각한다”며 “도시에서도 레저를 즐기고 캠핑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흐름에서 착안해 ‘시티레저’라는 카테고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훈 무신사 스탠다드 맨즈디자인팀 파트장
김지훈 무신사 스탠다드 맨즈디자인팀 파트장.(사진제공=무신사)

 

무신사 스탠다드는 최근 온라인에서 나와 오프라인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홍대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인 이후 강남, 대구 동성로, 성수에 매장을 열며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외 지역에서 첫 선을 보인 대구 동성로 매장은 그랜드 오픈 이후 3일간 2만8000여명이 방문했으며, 3억8000만원의 누적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홍대점의 2배를 뛰어넘은 수치다. 최근에 문을 연 성수동은 현재 국내 패션 시장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모이는 곳으로, 큐레이션 스토어 컨셉을 적용해 소비층을 공략한다.

소비자들이 무신사 스탠다드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김 파트장은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에 트렌드를 반영한 실루엣을 갖춘 것이 큰 특징”이라며 “베이직하면서도 트렌디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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