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금융 > 은행

[단독] 홍콩ELS 항의하자 우리은행 모 센터장 "보상방안 나오면 더 신경쓰겠다"

입력 2024-02-07 10:52 | 신문게재 2024-02-08 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눈물 흘리는 홍콩H지수 연계 ELS 투자자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가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에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입한 투자자가 제대로 된 상품설명과 원금손실 위험성을 듣지 못했다고 항의하자, 우리은행 측 판매직원은 “통장도 보며 설명했다”고 답한 것으로 녹취록에서 나타났다. 통장은 상품 가입이 완료된 후 고객에게 제공되는 것인데 고위험 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가입자에게 상품 가입전 초고위험 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이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겪고도 여전히 고위험 상품의 불완전판매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7일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A씨(50대)의 제보 녹취 파일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특정금전신탁·ELT)상품을 지난 2021년 4월 A씨와 A씨 가족에게 각각 판매한 우리은행 모 지점(ㅇㅇ센터)부지점장은 A씨 등이 상품의 원금손실 위험성을 뒤늦게 알고 지난해 12월 지점에 찾아와 제대로 설명해준 적이 없다고 항의하자 “제가 통장도 보면서 말씀(설명)드렸다”고 말했다.

제보자 A씨가 “저한테 가입할 때 한번이라도 이 상품에 대해서 몇% 이자를 주지만 몇% 잘못되면 밑으로 나락으로 0원이 된다고 입으로 나한테 설명해 보신적 있나”라며 항의하자, 부지점장이 내놓은 대답이다. 통장은 ELS 상품 가입이 완료된 고객에게 최종 단계에서 제공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품 신규가입 후 설명을 했다는 것이므로 불완전판매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지점장이 통장을 보며 했다는 설명은 1차상환 시점 등 제한적인 정보를 전달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제보자 우리은행 통장_2
제보자 A씨의 우리은행 주가연계증권(ELS) 통장. 해당 ELS를 판매한 지점의 부지점장은 통장에 형광펜을 칠하며 1차 상환시점 등을 설명해주었다고 한다. (사진=제보자 제공)
 

 

제보자 A씨가 “저한테 뭐라고 설명했나”라고 재차 묻자, 부지점장은 “(설명의무 이행 확인) 녹취도 설명이거든요”라고 말했다. 당시 부지점장이 A씨 등을 초고위험 상품 ELS에 가입시키면서 진행한 녹취는 ‘설명의무 이행 확인’ 단계로 총 길이가 4분 가량에 불과하다. A씨가 우리은행에서 ELS를 가입한 2021년 4월에는 가입자가 만 65세 미만인 경우 설명의무 이행 확인 단계가 의무적인 녹취 대상이었다. 은행에서 ELS 판매과정은 크게 ‘투자성향분석 → 적합 상품 안내 → 상품 설명 안내 → 설명의무 이행 확인 → 상품가입’으로 진행된다.

A씨는 “그때 점심에 무슨 약속이 있다고 둘(부지점장과 지점의 다른 직원)이서 같이 후닥닥 (계약을) 하고 나갔다. 상품 설명할 때 알려줘야 될 것 아닌가. 얼마나 이게 위험한 상품인지, 전액 손실 나는 건데 위험한 거 하시겠어요 (하고)”라며 “우리은행이 (ELS) 많이 안 팔았다고 해서 괜찮다는 게 아니다. (DLF 사태로) 이미 리스크 다 알았던데 한번이라도 이 상품설명에 대해 해본 적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A씨의 항의는 해당 지점에서 판매자인 부지점장과 지점장, 센터장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계속되는 항의와 부지점장의 대응을 지켜보던 ㅇㅇ센터장은 “대표님(A씨 가족)과 사모님(A씨)도 요식행위지만 이름도 썼고, 이런 부분에 경중을 따져서 어떤 보상방안이 나오면 저나 지점장이 본점에 얘기해서 이분들 좀 더 신경써줘야 한다(고 말하겠다)”며 A씨 등을 회유했다. 옆에 있던 지점장은 “홍콩지수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떨어졌다 드라마틱하게 올라가고, 변동성이 큰 지수”라며 “그러다보니까 결국 (상환시점까지) 기다려봐야 된다”며 막연히 기다려볼 것을 제안했다.

ㅇㅇ센터장은 “이게 틀림없이 전사회적으로도 이슈화될 것”이라며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에서 판결을 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A씨 및 가족이 가입한 ELS는 기초자산인 S&P500, 유로스톡스50, 홍콩H지수 중 하나라도 특정가격 아래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가입당시 원금 2억5500만원은 H지수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현재 반 토막 상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난 2019년도 이후 강화된 금소법과 투자자보호방안과는 거리가 있고, 금감원이 말하는 불완전판매에 해당된다고 본다”며 “여전히 판매절차와 설명의무를 형식적으로 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어 우리은행이 (DLF 사태를 겪은) 5년 전과 다를 게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홍콩H지수 ELS 사태에 앞서 DLF 불완전판매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지난 2020년 DLF 사태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효력정지 가처분 및 징계무효 행정소송 등을 통해 연임 도전을 이어갔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 속에 결국 용퇴를 결정한 바 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