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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 참으로 클래식다운 유머!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

입력 2024-05-0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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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대단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그래서 가능한 기획이었다. 그리고 지극히 클래식답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Family Concert: Humoresque, 5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는 각 분야의 대단한 비르투오소(Virtuoso)들의 조화가 돋보인 공연이었다.

사실 클래식으로 박장대소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잦지 않은 기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클래식에는 작곡가들이 저마다의 방식대로 비틀거나 박자를 밀당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유머들을 숨겨두고 있다. ‘유머레스크’는 그 유머들을 연주자들의 연출을 곁들여 관객들과 공유하는 음악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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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사진제공=축제사무국)

 

음악 속 유머를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 온 피아니스트 주형기를 주축으로 마냥 진지하고 고요하게만 보였던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마저 큰 웃음을 자아내는 데 나섰다.

더불어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MBC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눈길을 끌었던 대니구,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신연 황과 김상진, 첼리스트 마리 할린크(Marie Hallynck), 피아니스트 무히딘 뒤뤼올루(Muhiddin Durruoglu)까지 한데 어우러졌다.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객석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졸면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엘리제를 위하여’(Baratelle in A Minor, WoO 59 ‘Fur Elise’)를 연주하다 바닥에 널브러지면서도 손은 건반 위를 떠나지 않는다. 두 피아니스트가 자리부터 악보, 건반 등까지를 유리하게 차지하기 위해 혹은 더 튀기 위해 아귀다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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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사진제공=축제사무국)

 

하이든의 ‘현악4중주 no. 2 The Joke-피날레, Op.33’(String Quartet No. 2 ‘The Joke’-Finale, Op. 33)은 끝낼 듯 끝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장난질이다. 야마하 피아노는 신용카드를 긁어야만 열리고 은행 ARS처럼 원하는 번호를 선택해야만 연주할 수 있는가 하면 한정된 연주 시간도 연장할 수 있다.

연주를 하던 연주자들이 ‘혼자라 외롭다’ 통곡을 하는가 하면 ‘하하하’ 소리를 내며 크게 웃어젖히기도 한다. 속도를 올리며 익숙한 레퍼토리마저 새롭게 해석하더니 급기야 신연 황은 폴 힌데미트(Paul Hindemith)의 ‘비올라 솔로 소나타’(Sonata for Viola Solo No. 1, Op. 25, 4th mov.)를 1분 17초여만에 끝내며 환호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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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사진제공=축제사무국)

 

자칫 유치해질 수도 혹은 ‘감히’ 클래식과 작곡가를 희롱하거나 웃음거리로 전락시킨다는 오해 또는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을 유머들은 숙련된 연주자들로 인해 한껏 클래식다웠다. 웃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지한 연주도, 코믹 연기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숙련된 연주자들로 객석의 웃음소리는 더욱 크고 선명해졌다.

그렇게 실력과 끼를 두루 갖춘 데다 서로에 대한 믿음까지 굳건한 베테랑들이 그리고 음악이 걸어오는 농담에 마냥 진지하고 엄숙하게만 연주되던 곡들은 ‘클래식다움’으로 객석에 박장대소를 선사했다.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가히 대단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그래서 가능한 기획이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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