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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필수불가결 외국인 노동자…‘상생 ’대책 마련 시급

한국, 고령화·저출생 등 여파 중소기업 인력난 가속화…외국인 역대 최대
내국인 저조한 외국인 인식 일상 횡행…임금체불·중대해재 지속 증가 추세
“외국인 값싼 노동력 아냐…같이 상생하는 동료로 우리 인식 개선돼야”

입력 2024-05-19 13:24 | 신문게재 2024-05-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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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라오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한국 입국을 위해 출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정다운 기자)

 

중소기업 등 이른바 3D종에 취업을 내국인이 기피함에 따라 이들 업종에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만 일반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E-9) 16만5000명이 들어온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임금체불·중대산업재해·인종차별의 문제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어 외국인에 대한 인식개선, 정주 여건 마련 등 상생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벼랑 끝 중소기업…인력난 심화 이유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발급받은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규모는 16만5000명이다. 이는 지난해 12만명보다 4만5000명(37.5%)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규모를 확대한 것은 중소기업, 내국인 기피업종 등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제조업체 1200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3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 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29.7%로, 약 3만5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근로 인력 부족 문제는 우리 사회의 복잡한 문제가 표출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중소기업 보다 중견기업, 대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를 보면 기업 규모별 미충원율은 기업 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300인 미만 기업의 미충원 인원은 12만8000명인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은 1만1000명으로 약 11.6배 차이가 났다. 또 해당 조사에서 미충원 사유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4.2%로 가장 많았다.

또한 산업현장으로 투입돼야 할 20대가 인구감소로 인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등의 지표를 보면 한국이 내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고령사회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초저출생 시대에 접어들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은 0.65명으로 집계돼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0.7명대도 무너졌다.

실제 노동부가 이달 공개한 ‘2024년 4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동향’ 결과에 따르면 20대 고용보험 신규가입자 20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국고용정보원 한 관계자는 “앞으로 향후 6~7년 뒤를 본다면 성남시 인구 규모의 20대 청년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 된다”며 “우리 한국 사회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대부분 경각심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 인력난이 가속화되며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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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팅팟 한국…내국인 인식은 ‘저조’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를 보면 체류 기간 만료 후 계속 체류를 희망하는 외국인은 89.6%로 집계됐다. 10명 중 9명은 한국에 계속 남기를 희망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 상주하는 15세 이상 외국인 수는 지난 2022년보다 12만9000명(9.9%) 증가한 143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빠르게 멜팅팟(다인종사회)으로 변모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에 대한 내국인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지난해 발표한 ‘인종차별 국가 순위’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전 세계 79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인종차별 정도가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높다는 얘기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위권 내 들어간 것은 한국이 유일했다.

또 지난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만 18세 이상 국민 1만614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인권의식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한국 사회가 이주민에 대해 혐오 또는 차별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54.1%에 달했다. 사실상 국민 2명 중 1명은 차별행태를 인지한 것이다

같은 기간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외국인 2만명 중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19.7%로 분석됐다. 장소별로 구분하면 상점·음식점이 43%로 가장 차별이 심했고 이어 직장·일터 41.7%, 거리·동네 35.2% 순으로 집계돼 일상 공간에서 차별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끊이지 않는 외국인 임금체불·중대재해…‘상생’ 위한 인식개선 필요

정부는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에 발맞춰 연일 차별없는 ‘상생’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불법체류자 포함)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임금체불액은 지난 2018년 972억원에서 지난해 121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2022년으로 한정하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체불임금액은 1086억원(5인 미만·540억원)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또 지난 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실태 및 구제를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9명은 임금체불을 경험했다.

체류자격별로는 제조업 85%, 농축산업 96.5%, 어업·선원·방문취업 100%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본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사업주들은 대체로 약속을 한 뒤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회피 또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2023년 고용노동백서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사망자는 지난 2012~2022년 기준 매년 평균 108명이 사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사고사망만인율은 1.39‰(퍼밀리어드)로 이는 전체 산재보험 가입자 평균(1.09‰)보다 높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수과정주임교수는 “조선업 분야에 약 1만3000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지만 의사소통 부재로 작업 중에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며 “중소기업은 차치하고 대기업들이라도 먼저 대학에서 도입하고 있는 내·외국인을 동등하게 대하는 정책을 벤치마킹하거나 조금 더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문화의 차이·의사소통 부족 등 다양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외국인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비롯한 차별적 인식이 초래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노동부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외국인 고용사업장을 찾아 현장 컨설팅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송출국의 16개 언어로 통역 상담을 지원하고,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기숙사·거점센터 등의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다만, 내국인의 인식 개선이 수반되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 관계자는 “외국인을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기보다도 같이 상생하는 동료로서 인식하는 문화가 먼저 자리 잡혀야 한다”며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에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간다면 장기적으로는 우리 국익에 플러스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다인종사회로 가고 있는 만큼 우리의 인식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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