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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AI 기관사·로봇 용접공·드론 관제사'…스마트 변신 중인 'K-조선'

[테크리포트]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중무장.. 新성장 동력 만든다
'첨단 집약'…

입력 2024-05-27 06:15 | 신문게재 2024-05-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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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과거 조선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쇳소리와 용접 불꽃, 그리고 위험하고 힘든 노동이었다. 업계 특성상 중대재해 발생률도 높아 안전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조선소의 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 기술이 대규모로 도입되면서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품질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미래형 스마트 조선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스마트 기술을 적극 도입해 작업 환경을 혁신하고 있다.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는 AI, IoT, 로봇 등을 활용해 작업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한편,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숙련공의 노하우를 디지털화해 인력 수급 문제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 조선소로의 전환은 조선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우수 인재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디지털 트윈 실시간 살펴보는 중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디지털 트윈 실시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HD현대. 2030년까지 ‘퓨처 오브 쉽야드’ 구축 청사진…“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 만든다”

HD현대가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완전 무인화와 자율화가 구현된 ‘퓨처 오브 쉽야드(Future of Shipyard, FOS)’를 구축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1단계에서는 조선소 운영의 실시간 가시성을 확보하는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구현하고, 2단계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공정 최적화와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로 진화시킨다는 구상이다. 최종 3단계에서는 완전 무인화와 자율화를 통해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완성함으로써 생산성을 30% 높이고 건조 기간을 30% 단축한다는 목표다.

HD현대는 이를 위해 이미 다양한 AI·로봇 솔루션을 개발해 조선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AI 기술은 용접 불량 검사, 도장 품질 관리, 크레인 안전 관제 등에 활용 중이며, 작업자의 행동과 건강 상태를 분석해 사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AI 기관사가 탑재된 스마트선박, AI 기반 무인 해양드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자율운항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HD현대는 최근 그룹 내 흩어져 있던 AI 조직을 ‘AI Center’로 통합하고 전문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는 한편, 방대한 조선해양 데이터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구글 클라우드 등 첨단 AI 기술을 접목해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기술원을 설립해 스마트 건설기계와 미래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AI 해커톤’, ‘산학연 AI 포럼’ 등을 통해 우수 인재 확보와 내부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중공업 레이저 고속 용접 로봇
삼성중공업의 레이저 고속 용접 로봇.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전사적 통합 관제 시스템 ‘SYARD’ 구축…“생산 효율 극대화”

삼성중공업 역시 스마트 조선소 구현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사적 통합 관제 시스템인 ‘SYARD’를 구축해 설계에서 생산,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공정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분석·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설계 변경, 자재 조달, 인력 배치 등을 최적화함으로써 생산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비용 낭비 요인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설계 부문의 디지털화와 자동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AI 챗봇 ‘SBOT’을 개발해 방대한 설계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설계자들의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게 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나아가 디지털 트윈,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선박 설계에서 생산까지 전(全) 과정을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설계 오류와 품질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 현장에서 인공지능 만큼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로봇이다. 용접, 도장 등 인간 근로자에게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신함으로써 안전사고 위험을 낮추고 근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이미 70여종의 협동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개발해 용접, 도장, 운반 등 다양한 공정에 투입했다. 용접 부문에서는 최근 조선업계 최초로 초고속 레이저 용접 로봇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로봇은 기존 용접 방식 대비 속도가 5배 빨라 LNG운반선의 건조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도장 부문에서는 도장 로봇을 통해 근로자의 유해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리얼 블라스트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내부에 위치한 VR 도장교육센터에서 새롭게 개발된 ‘RealBLAST’를 통해 VR 블라스팅 직무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조선소 관제 시스템 ‘디지털 생산센터’ 구축

한화오션 역시 ‘Green & Smart Shipyard’ 비전 아래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사 중 최초로 조선소 관제 시스템인 ‘디지털 생산센터’를 구축해 드론, IoT 센서 등으로 블록 위치와 공정 현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를 통해 야드 내 블록의 이동 동선을 최적화하고 크레인 작업 계획을 세밀하게 조정함으로써 물류비를 절감하고 납기 준수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한화오션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을 다양한 영역에 접목해 활용 중이다. 선박 내부 설계를 가상현실로 구현해 설계 품질을 높이는 한편, 작업자 교육에도 VR 콘텐츠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용접, 도장, 배관 등 실제 작업 공정을 VR로 시뮬레이션 해봄으로써 숙련공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신입 사원들의 수습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안전 부문에서도 VR 기술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한화오션이 자체 개발한 ‘VR 안전체험관’은 작업자가 가상현실에서 다양한 사고 상황을 미리 경험해 봄으로써 위험 요인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대처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울러 중량물 운반, 고소작업 등 고위험 공정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도입해 작업자의 활동량과 스트레스 지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사고 위험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레이저 아크 하이브리드 용접 시스템
한화오션의 레이저 아크 하이브리드 용접 시스템. (사진제공=한화오션)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 환경, 스마트 조선소가 이끈다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개발 중인 스마트 조선소 기술들은 무엇보다 작업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중량물 운반, 고소작업, 밀폐공간 작업 등 위험요인이 큰 작업은 최대한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담당하게 함으로써 작업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또한 IoT 센서, CCTV,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으로 작업자의 위치와 행동, 바이털 사인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나아가 협동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을 도입해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작업자들의 교육과 훈련 체계를 혁신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각 조선소가 구축한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툴은 작업자 개개인의 행동 패턴과 숙련도를 정밀하게 분석해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상 징후나 사고 위험이 높은 작업자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집중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인한 숙련 기능공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조선소에서는 IoT 센서를 활용해 숙련공의 작업 노하우를 데이터화한 뒤, 이를 신입 사원 교육에 활용함으로써 기능 전수 기간을 크게 단축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향후 조선업 인력 수급에 있어 중요한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 빅3사에 이어 중소형 조선사들도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스마트 조선소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여겨졌던 조선업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HD현대
HD현대와 팔란티어가 공동개발 중인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의 조감도. (사진제공=HD현대)

 

◇한국 조선업의 차별화 전략, 스마트 조선소에서 찾는다

조선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어 온 효자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3D 업종’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인력 수급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 조선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조선업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바뀌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국내 주요 조선사의 채용 설명회가 청년층의 높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치러지는 등 스마트 조선소가 우수 인재 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스마트 조선소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현장 적용이 확산된다면,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의 기술력과 품질, 여기에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력이 보태진다면 한국 조선업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 조선소는 조선업 전반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설비,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작업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스마트하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것이 스마트 조선소가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다.

조선업 근로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거듭난다면 대한민국 조선업의 재도약을 기대해 볼 만하다. 스마트 조선소 혁신이 우리 조선업계에 새로운 희망의 돛을 달아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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