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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게임체인저 된 AI, 게임업계 성패 가른다

입력 2024-06-10 06:18 | 신문게재 2024-06-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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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제 인공지능(AI)은 특정 산업에서만 이용하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보다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IT를 비롯해 금융·제조·물류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게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게임은 그 어떤 분야보다 AI와 친숙하다. 입력하는 명령에 따라 캐릭터가 동작하는 등 기본적으로 게임은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기에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AI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많은 공을 들여 왔다.

최근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의 고도화가 이뤄지면서 더 높은 수준의 AI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AI 전문 부서를 설립, 게임에 적용된 기능의 고도화와 함께 이용자가 보다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넥슨은 2017년 4월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룰, 시나리오, 그래픽 등 게임을 구성하는 콘텐츠 외에 개인화 메시지, 광고 효율화, 다양한 추천 서비스를 비롯해 게임 플레이와 연계된 이용자경험(UX) 전반을 개선하는 연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2021년 데이터 조직과 플랫폼 조직을 통합, 700여명 규모의 인력을 확보한 인텔리전스랩스는 넥슨의 라이브 서비스 노하우 전반을 발전시키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플랫폼 및 데이터 솔루션을 ‘게임스케일’로 묶어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임스케일은 회원, 결제, 상점, 쿠폰 등 게임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 서비스와 탐지, 추천, 보안, 마케팅, 데이터 및 UX 분석 등 정량·정성적 데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솔루션으로 구성됐다.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게임스케일은 여러 가지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22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출시 당시 서비스 시작 3시간 만에 핵 사용 이용자를 발견했는데,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데이터로 구축한 탐지 모델과 자동 제재 시스템을 활용해 신속히 대응했다. 2020년 코로나 재난 지원금 지급과 맞물려 사회적 이슈가 된 일련의 명의·결제 도용 사건도 게임사 중 가장 빠르게 대응했다.

‘V4’에서 발생한 결제 도용 피해 경험에서 축적한 모델은 ‘HIT2’에 적용해 유사한 도용 패턴을 조기에 억제했으며, 작업장 탐지를 위한 연구 도중에 예상하지 못한 작업장과 진성 이용자를 구분하는 기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서는 최적의 이용자 조합을 위한 매칭은 물론, 이용자의 실력과 조합에 따른 트랙도 추천하고 있으며 ‘FC 온라인’에서는 이용자의 플레이 패턴에 따라 선수를 추천하고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이용자 성향에 따라 성장·치장형 아이템을 추천한다. 이는 선수 기용률과 아이템 구매율, 구매 후 플레이 지속 등에 유의미한 증가를 가져왔다. 

 

넥슨 월핵 탐지
불법 프로그램 ‘월핵’을 AI로 탐지하는 모습. (이미지제공=넥슨)

 

넷마블은 △마젤란실 △콜롬버스실 △빅데이터실로 구성된 ‘넷마블 AI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넷마블 AI 센터는 AI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이용자 만족도 극대화’를 위해 게임 개발에 적합한 AI 연구 과제를 선별, 순차적으로 게임에 적용하고 있다.

모바일 액션 RPG ‘더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에서 넷마블은 ‘AI 대전’ 콘텐츠의 퀄리티 제고를 위해 강화 학습 기반 AI 플레이어 기술을 접목했다. 이를 통해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AI가 아닌,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와 닮은 행동 패턴을 제공해 실제 사람과 대전하는 것과 유사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AI가 활용된 기계 번역 기술도 게임에 활용됐다. 기계 번역은 컴퓨터가 서로 다른 언어를 번역하는 것으로 ‘자동 번역’이라고도 한다. 해당 기술은 시간 단축·일관성 유지 등 이용자의 편의성을 향상시켜 주지만 자연스러운 문장 및 동음이의어 번역에 신뢰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고자 넷마블은 다년간 쌓아온 다국어 번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 번역 AI 기술을 개발, 지속해서 퀄리티를 향상시키고 있다.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에서 이용자가 ‘대전’이라는 단어 입력 시, AI가 지역명 ‘대전’으로 오번역 하지 않고 문맥 분석을 통해 전투를 의미하는 ‘대전’으로 번역 입력한다.

마젤란실은 음성 언어를 기반으로 한 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A3: 스틸 얼라이브’에 적용한 음성 명령 기능 ‘모니카’는 복잡한 게임 진행을 음성 명령어를 통해 손쉽게 플레이하도록 돕는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음성 합성 기술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외국어, 사투리 등의 음성을 제작해 추후 다양한 게임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출시한 신작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에도 AI 기술을 접목했다. MMORPG는 작업장과 매크로 등의 부정적인 이슈가 늘 도사리고 있다. AI 이상 탐지 시스템은 24시간 내내 이용자들의 플레이 패턴을 자동으로 분석해 평소와 다른 패턴의 모습을 보이는 이용자를 파악, 제재한다.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넷마블이 서비스 중인 MMORPG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이미지제공=넷마블)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AI 연구 조직을 꾸린 엔씨소프트는 게임 제작에 활용 가능한 AI 기술 R&D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 ‘AI TF’로 출범한 AI 조직은 2017년 9월 자연어처리(NLP) 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현재 엔씨의 AI 관련 R&D를 담당하는 ‘엔씨 리서치’는 ‘바르코 센터’와 ‘AI 테크 센터’로 구성됐다. 바르코 센터는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 ‘바르코 LLM’과 AI 기반 창작지원 도구 ‘바르코 스튜디오’, 백엔드 서비스 ‘바르코 서비스’의 개발·적용·확산을 담당하며 AI 테크 센터는 AI 전 영역의 모델 학습 및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게임업계 최초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는 ‘AI를 통해 독창성을 실현하라’는 의미를 가진 엔씨의 AI 통합 브랜드 명칭이다. 엔씨는 지난 4월 향상된 성능의 ‘바르코 LLM 2.0’을 공개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4개 국어를 지원하는 고성능 다국어 언어모델로 △문서요약 △정보추출 △챗봇 등 다양한 환경의 NLP 태스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품질 학습데이터 증강으로 성능도 개선됐다. 오는 9월에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하나의 맥락으로 이해하는 멀티모달 언어모델 ‘바르코 MLLM 1.0’ 시리즈도 선보일 계획이다.

바르코 스튜디오는 바르코 LLM을 기반으로 게임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생성형 AI 기반 창작 도구다. 지난 1월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식 오픈한 바르코 스튜디오는 아트, 텍스트, 오디오, 그래픽, 아바타 등 게임 개발 전반의 과정에 활용돼 업무 효율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UX 증진을 위해 개발된 바르코 서비스는 △게임 가이드·콘텐츠 검색△고객 FAQ 대응을 맡는 ‘바르코 챗’ △AI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르코 기계번역(MT)’ △데이터 기반 AI 기술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바르코 어날리틱스’ 등으로 구성됐다. 바르코 MT의 경우 엔씨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에 적용 중이며 바르코 챗은 사내 업무용 챗봇 ‘나노 챗봇’을 제공, 사내 행정 업무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게임 콘텐츠에도 AI를 적용 중이다. PC·온라인 게임 ‘리니지 리마스터’에서는 2022년 강화학습 기반 AI가 적용된 콘텐츠 ‘거울전쟁’을 출시, 다양한 클래스로 구성된 AI 혈맹이 이용자와 전투를 벌여 다이내믹한 즐거움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AI 용병’이 등장했다. 이들은 이용자의 경험치 및 아이템 획득을 지원하고 적대적인 관계의 이용자와 PVP를 수행했다. 

 

리니지 리마스터 '거울전쟁'
‘리니지 리마스터’에서 다양한 클래스로 구성된 AI 혈맹이 이용자와 전투를 벌인 콘텐츠 ‘거울전쟁’. (이미지제공=엔씨소프트)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딥러닝과 AI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도록 연구 및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는 NLP, 비전&애니메이션, 음성인식기술(STT·TTS), 강화학습(RL), 멀티모달 모델 등을 R&D 중이다.

전사적으로 AI 기술 도입 및 활용에 적극적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3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딥러닝 솔루션 이용료 일체를 지원하고 딥러닝 본부에서 자체 제작한 기술을 다양한 업무 상황에 맞춰 빠르게 활용하도록 돕고 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현재 전체 직원의 90% 이상이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가 연구개발 중인 대부분의 기술은 올해 안에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게임플레이 AI’를 활용한 기술이 사내 개발 스튜디오 라이징윙스가 출시한 실시간 전략 디펜스 모바일 게임 ‘디펜스 더비’에 적용될 예정이다. 여러 AI 기술을 접목한 ‘버추얼 프렌드’도 개발 중이다. 버추얼 프렌드는 이용자와 함께 멀티 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AI로 △이용자와 실시간 양방향 소통 △자연스러운 외형과 동작 구현 △게임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능력 등을 갖췄다.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크래프톤 산하 게임 개발사 렐루게임즈는 지난달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즈큥도큥)’을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로 출시했다. 즈큥도큥은 이용자가 마이크에 육성으로 마법 주문을 외쳐 상대방과 전투하는 게임이다. 3명의 개발진이 1개월 만에 완성한 이 게임은 모든 그래픽 요소를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해 1명이 전담했고 자체 개발한 AI 음성 인식 기술이 도입돼 이용자의 감정과 의도를 분석한다.

또 다른 AI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이용자가 탐정이 되어 사건의 단서를 추적해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찾는 추리 게임이다. 기존 선택지형 추리 게임과 달리 사건 용의자들과 자연어 처리 기반의 자유로운 채팅을 통해 용의자를 심문하고 증거를 파헤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
AI 기술을 활용한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 (이미지제공=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도 AI R&D 조직을 운영 중이다. 2020년 8월 공식 발족한 ‘스마일게이트 AI 센터’는 △분석 AI 서비스팀 △AI 서비스 기획팀 △생성 AI 서비스팀 △선행 AI 기술팀 △뉴미디어서비스팀 등으로 구성됐다.

AI 센터는 △기존 딥러닝 기반 언어모델의 고도화 △실시간 영상을 입력받아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부여하는 ‘영상 변환’ △악보 데이터를 입력받아 노래 부르는 음성을 만드는 ‘음성 합성’ △지정한 감정을 가진 음성으로 바꾸는 ‘음성 스타일 변환’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음성 신호로 인식을 수행하는 ‘스트리밍 입력 음성 인식’ △생성형 AI로 이미지·영상·음성 리소스 제작을 지원하는 ‘리소스 창작지원 도구’ △욕설 및 혐오 분류 모델 등을 연구하고 있다.

‘실용적인 연구’를 지향하는 AI 센터는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술은 적극적으로 소싱하고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비즈니스 밸류를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속도와 편리함, 효율성을 더하고, 향후에는 ‘AI가 없으면 성립하기 어려운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며 “AI 센터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 요소에 공감하는 AI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세대 놀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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