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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국민연금 개혁 왜 해야하나… “기금소진 공포 경계해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 발표
국민연금 고갈시점 2년여 가량 앞당겨져
“기금 고갈론 공포마케팅 강조 옳지 않아”
보험료율 인상 도마위… 국고투입 필요해
“은퇴 계층 부양은 국민 전체로 확대해야”

입력 2023-01-29 13:55 | 신문게재 2023-01-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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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PG)
(사진=연합)

 

지난 며칠간 대한민국 전역이 국민연금으로 떠들썩했다. 연금 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는 정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껏 안정적인 노후를 꿈꾸며 노동소득에서 일부분을 연금 보험료로 납부했던 국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는 ‘안티 국민연금’ 세력까지 등장해 연금 폐지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는 현 정부의 연금개혁 불을 붙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집권시기인 오는 2027년까지 ‘3대개혁(노동·연금·교육)’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지금 연금제도로는 머지않아 기금이 소진돼 국민의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또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재정계산을 진행했다. 이 계산을 근거로 국회에서는 연금개혁 방향을 논의하고 정부는 오는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운영계획안’을 확정한다.

문제는 기금 고갈에 대한 시각이 지나치게 공포로 물들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금 고갈로 인해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라 선을 긋는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없으면 적립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민간연금이 아닌 공적연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정 파탄을 겪은 그리스도 GDP의 15%를 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만약 2055년에 정말로 기금이 모두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그때부터는 기금 적립이 없는 완전 ‘부과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는 해마다 연금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돈을 그 해 생산세대에게서 보험료를 거둬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부과방식’을 택한 국가는 연금 기금이 없거나 매우 소규모로 운용된다.

이번 5차 재정추계에 참여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금 고갈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연금이다. 민간연금은 가입한 사람들의 보험료를 계속 불려야만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대부분 국가에선 예비적 규모의 소규모 완충 기금만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국가 재정으로 보존하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되도 연금 지급을 못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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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재정추계 결과… 2041년부터 적자·2055년엔 기금소진

앞서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지난 27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시험결과)’를 발표했다. 재정계산은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연금 재정의 건전성 평가와 발전적 방향 제시를 위해 지난 1998년에 도입됐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실시되는 재정계산은 본래 3월 말까지 실시하도록 규정돼있으나 이번 5차 재정추계는 국회 연금특위의 논의 지원을 위해 예정보다 2개월 일찍 그 결과가 발표됐다.

재정추계는 현재 국민연금 제도의 유지를 전제로 향후 70년(2023~2093년)의 재정수지를 추계한 시산결과다. 재정추이를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앞으로 20여년간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구조를 유지한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지출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2041년 지출이 수입(보험료수입+투자수익)을 상회하는 수지적자가 발생하고 이후에는 급속히 감소해 2055년에 기금 소진이 전망된다.

이는 4차 재정추계와 비교해 수지적자 시점은 2042년에서 2041년으로 1년, 기금소진 시점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빨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한 재정목표를 제시하고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재정목표를 달성한다는 가정하에 필요한 보험료율 수준을 제시했다. 그 결과 7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25년엔 17.86%로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다만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이번 재정추계 결과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현행 그대로를 유지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재정안정화 조치를 취한다면 그만큼 보험료를 조기에 부과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연금개혁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도 “5차 재정추계는 보수적인 가정을 향후 70년간 고정한 결과에 불과하다”며 “일례로 고령화가 심각한 미래에도 여전히 65세가 되면 은퇴한다는 명제는 현재 은퇴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를 배제한 것으로 노인의 정의가 달라지면 이들이 생산인구로 재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 임박…보험료 인상 불가피 (CG)
(사진=연합)

◇“공포마케팅 그만… 보험료 인상·국고 투입 고려해야”

정부의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발표 이후 연금개혁은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를 산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보험료를 어느 정도까지 올릴 것이냐는 문제다. 현재 보험료율은 노동소득의 9%다.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3%에서 시작해 5년마다 3%씩 올랐지만 1998년부터는 23년째 9%에 묶여있다. 이는 영국(25.8%), 노르웨이(22.3%), 독일(18.7%)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연금제도에 대한 개혁이 단 두 차례에 불과하고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 반발이 큰 만큼 연금개혁에 통증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정론자들이 연금개혁을 주장할 때 기금 고갈 시점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독에서 물이 새고 있다고 떠드는데 어느 누가 그 독에 물을 채우겠냐는 것이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노후보장을 위해 상당한 부담을 이미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등 민간연금은 노후보장수단으로서 실효성이 없으며 사실상 국민연금 등의 공적 연금만 남은 상태”라며 “연금개혁은 공적연금의 본질적 기능인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기금 고갈론의 ‘공포 마케팅’은 되려 연금 불신을 키워 ‘연금 무용론’을 양산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는 GDP 대비로 세계 1위 규모이며 절대액을 기준으로는 2020년에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다. 오히려 기금이 과도하게 많은 상태다. 그런데 기금이 거의 없는 영국, 독일, 스페인에서도 연금을 못 받았다는 노인은 한 명도 없지 않냐. 우리나라와 이들 국가와 다른 점은 바로 국고투입이다. 결국 기금 고갈을 시점을 늦추기 위해선 보험료를 올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국고 투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현재 노동소득에만 부과하고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자본소득에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 교수는 “고령화가 심화하는 미래에 은퇴인구의 부양을 노동자에만 전가하는 것이 문제”라며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자본소득자에게도 보험료를 부과해 은퇴계층 부양을 부담시키고 있다. 즉 인구구조 변화로 부양을 짊어지는 인구가 부양하는 인구보다 월등히 적다는 점을 감안해 그 짐을 국민 전체가 짊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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