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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지금’에 화두를 던지는 연극 ‘파우스트’…“원작에 충실한 해석, 미장센 살린 현대적 비주얼!”

입력 2023-02-2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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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연극 ‘파우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메피스토 역의 박해수(왼쪽부터), 그레첸 원진아, 양정웅 연출, 파우스트 유인촌, 젊은 파우스트 박은석(사진제공=샘컴퍼니)

 

“지금 가장 필요한 연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괴테가 오래 전부터 던져온 인간의 욕망에 대한 화두가 세속과 욕망으로 끝없이 질주하는 현대인에게 많은 질문과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1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파우스트’(3월 31~4월 29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 홀) 제작발표회에서 양정웅 연출은 “지금 왜 ‘파우스트’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한 ‘파우스트’는 황정민의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를 비롯해 ‘로미오와 줄리엣’ ‘헤롤드 앤 모드’를 선보여 온 샘컴퍼니의 연극 시리즈 5번째 작품이다. 

 

‘파우스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인간의 한계를 느낀 노학자 파우스트(유인촌)가 영혼을 건 악마 메피스토(박해수)와의 계약을 통해 젊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메피스토의 부추김으로 현세적인 욕망과 쾌락에 사로잡힌 젊은 파우스트(박은석)와 그가 첫눈에 반한 그레첸(원진아)을 통해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파우스트 포스터 [출처_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연극 ‘파우스트’ 포스터(사진제공=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코리올라누스’ ‘페르 귄트’ ‘햄릿’ 등 셰익스피어 스페셜리스트이자 고전에 심취한 양정웅 연출작으로 유인촌이 파우스트로, 최근 OTT에서 맹활약 중인 박해수가 메피스토로 분한다.

영혼을 건 계약으로 젊어진 파우스트는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연극 ‘아트’ ‘히스토리 보이즈’ ‘아마데우스’ 등의 박은석이, 그가 첫눈에 반한 그레첸은 ‘파우스트’로 첫 연극 무대에 오르는 원진아가 연기한다.

양정웅 연출은 연극 뿐 아니라 오페라,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변주돼 온 이전 작품들과의 차별점으로 “원본에 충실한 해석과 미장센을 살린 현대적 비주얼”을 꼽았다.

“1, 2부로 구성된 원작 ‘파우스트’ 중 학자 파우스트의 비극을 다룬 1부를 합니다. 원작을 그대로 하면 5, 6시간 정도라 절반 정도로 줄이지만 괴테의 텍스트가 가진 아름다움과 음악적이고 문학적인 것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변주할 예정입니다. 원본에 충실하게 해석해 작품 원전을 보여드리면서 현대적 비주얼, 미장센을 살린 연출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이어 양 연출은 “훌륭한 배우님들이 있는 것도 차별점”이라며 “더불어 LG아트센터 서울이 제작하는 첫 대극장 연극으로 스펙타클을 보여드리고 싶은 포부가 있다”고 덧붙였다.

“1부가 개인의 구원과 욕망, 사랑을 다룬다면 2부는 산업, 국가 등 굉장히 심오한 주제를 가지고 있죠. 2부는 1부에 비해 2배 이상 깁니다. 저희는 1부만을 다루기 때문에 그레첸을 통한 구원과 희생, 사랑 등의 메시지는 일부를 표현하며 2부 엔딩을 암시합니다.”

유인촌은 1997년 제작자 겸 메피스토 역의 배우, 우노의 낭독 버전의 1인 2역에 이어 이번 ‘파우스트’로 세 번째 인연을 맺는다. 그는 “파우스트 역할은 처음이지만 이 역할이 가진 인간으로서 최고의 지성을 알고 있다”며 “공부도 할 만큼 했고 여러 가지를 누리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 열망하고 그것을 향해 뭘 더 해보려는 욕망이 굉장히 강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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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우스트’의 유인촌(사진제공=샘컴퍼니)

 

“그 안에 항상 선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악도 있어요. 요즘 시대는 선악이 불분명한 느낌이 있죠. 저는 파우스트가 선악이 확실한 입장의 인물이 아닌가 싶어요. 그가 여러 가지 업적도 갖고 있어서 사실 좀 어렵기는 합니다만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배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낫심’ 이후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박해수는 복귀작으로 ‘파우스트’를 선택한 데 대해 “당시 제가 해야할 것을 매체 작품을 통해 만나다 보니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지금 이렇게 다시 공연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이유가 뭘까 스스로 생각해 보니 저한테 필요한 작품, ‘파우스트’가 찾아와준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더 큰 하나는 극단 여행자라는 식구들과 양정웅 연출님, 유인촌 선배님과 같이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더더욱이 ‘파우스트’였고 메피스토 역이어서 감사하면서도 두렵게 임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역할임을 알면서도 어렵게 악몽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즐거운 악몽과 새로운 세계에서 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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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우스트’ 메피스토 역의 박해수(사진제공=샘컴퍼니)

 

이어 박해수는 “대본 안에서 괴테의 세계관 그리고 그걸 같이 파헤쳐 주는 극단 여행자 식구들, 연출님, 선배님을 따라 그 세계에 무작정 녹아들고 있는 입장”이라며 “굉장히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저는 고전 좋아합니다.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 평행이 아닌 수직선상에 더 깊은 고민들이 놓여 있거든요. 연기하기 위해 좀 더 많이 고민을 해야 하고 주변 배우들이랑 연출에 더 많이 기대야 하고 배우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 고전 작품들이 지금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것들을 좀 재미있어 합니다.”

‘파우스트’ 그레첸으로 연극에 데뷔하는 원진아는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기회도,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무대에서의 연기는 어떨까 되게 궁금하기도 하고 마냥 꿈, 환상 같았다. ‘파우스트’로 선배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이 기회를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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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우스트’ 그레첸 역의 원진아(사진제공=샘컴퍼니)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편임에도 ‘파우스트’는 무조건 하고 싶다는 이상한 욕망이 생겼던 것 같아요. 지금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인데 너무너무 잘한 선택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를 완성해 가는 과정 안에서 모두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응원해가면서, 가르쳐주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행복감을 느껴요.”

젊은 파우스트로 유인촌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박은석은 “처음 리딩을 하던 날 언어의 힘과 딕션 그리고 그 맛을 내시는 게 넘사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미국으로 이민 갔다 연기를 위해) 한국에 와서야 한국어를 배워서 연기를 시작하다 보니 언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항상 있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 그 부분을 좀 더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인촌 선배님을 많이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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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우스트’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박은석(사진제공=샘컴퍼니)

 

박은석에 이어 박해수 역시 “가장 확실한 국어와 언어로 너무 멋진 화술과 고품격 연기를 보여주시는 유인촌 선배님을 보면서 자랐다”며 “첫 리딩에서는 오케스트라 느낌을 받았다”고 말을 보탰다.

“진심으로 소름이 끼쳐서 저는 조용히 녹음을 했습니다. 기쁨과 환희라는 단어가 이렇게 다른지 정말 몰랐어요. 국어가 이렇게 아름답고 장단음으로 표현들이 달라진다는 걸 느껴요. 계속 배우는 과정 속에 있죠.”

이어 자신이 연기할 메피스토에 대해서는 “파우스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서 쾌락의 길로 인도하는 컨설턴트 역할로 가장 중요한 건 ‘공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처음 ‘파우스트’를 봤을 때 악인이 악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게 많이 놀라웠습니다. 요즘은 선악이 불분명한 시대라서 ‘즐기라’ ‘감각적으로 행동하라’ 등 메피스토가 더욱 악마스럽지 않게 느껴졌어요. 더 세밀하게 만든다면 공감할 수 있는 메피스토가 되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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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우스트’ 메피스토 역의 박해수(왼쪽부터), 파우스트 유인촌, 젊은 파우스트 박은석(사진제공=샘컴퍼니)

 

유인촌은 “세대가 다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쉽지는 않다. 특히나 어울려서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지난해 ‘햄릿’이 거의 처음으로 나이든 선배와 후배가 같이 한 작품이었고 기억이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역시 선후배가 같이 작품을 하면서 관점도, 표현 방법도 굉장히 차이가 납니다. 어떤 면에서는 주고받으면서 저도 은연 중에 에너지를 받아요. 그렇게 한 차례 더 좋아질 계기를 젊은 배우들에게 받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업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연기할 파우스트에 대해서는 “사실은 연기로 해결할 수 없는 배역이라서 고민은 많다”며 “제가 파우스트처럼 인문학적으로 높은 학식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다 연기로 흉내를 내면 표현이 어려워져 어떻게 극복할까 배우로서는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선악을 동시에 가진 파우스트로 누구나 가진 다양한 선악의 표현을 이번에 잘 해봐야지 않나 싶어요. 더불어 종교적인 것과 그 외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의 것들은 공연 전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가진 숙제죠. 개막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될지는 저도 궁금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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