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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저출생 해법으로 떠오른 ‘난임지원’… “여성건강권 함께 논의해야”

신생아 12명 중 1명 ‘난임시술’로 출산… 완만한 증가곡선 그려
건보 미적용시 고비용 발생에 소득기준·횟수제한 폐지 요구 빗발
“소득은 지자체서 결정·횟수는 여성건강권 보호 측면에서 중요해”
만45세이상 연령에 대한 기준 명확해야… 남성도 동등하게 참여

입력 2023-03-05 14:34 | 신문게재 2023-03-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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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 0.78명<YONHAP NO-3601>
(사진=연합)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26만500명)보다 4.4%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인 조출생률도 4.9명으로 전년(5.1명) 대비 0.2명 줄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출생아 수·조출생률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인구절벽이 점차 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1년에 태어난 26만500명 중 8.1%에 해당하는 2만1219명이 난임시술을 통해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생아 12명 중 1명꼴이다. 난임부부 지원사업이 도입된 지난 2006년만 해도 5453명에 불과했던 출생아 수가 완만한 증가곡선을 그린 것이다. 자연스레 난임부부를 지원해 출생아 수를 높이는 것이 저출생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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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난임부부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먼저 난임 부부들이 주장하는 소득기준·횟수제한 폐지는 현행 모자보건법에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난임시술 지원사업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공약 실현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와 사업을 실질적으로 집행·실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도 중요하다.

또 난임시술이 여성의 건강권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난임이라는 단어는 대개 여성에게 잘못이 있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곧이어 난임이라는 상태를 극복하는 것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 된다. 가부장제 문화에서 여성은 임신과 출산이 미덕인데 난임이라는 문제 요소를 만나게 되면 비판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난임 여성은 사회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시술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에서 난임 시술이 여성 건강을 얼마나 침해하는지 연구해 발표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MRI도 건강보험 된다…건보 적용 진료항목 확대(CG)
(사진=연합)


◇아이 갖고 싶은 난임부부… “소득기준·시술횟수 폐지” 주장

복지부에 따르면 난임이란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맺었음에도 자연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난임을 진단받은 부부(사실혼 포함)는 아이를 갖기 위해 난임시술을 받게 되는데 체내 수정을 시도하는 ‘인공수정’과 체외 수정 후 태아가 되기 전 배아를 이식하는 ‘시험관 시술’이 대표적이다.

현재 정부는 이들에게 인공수정 5회, 시험관 시술 16회(동결배아 9회·신선배아 7회)를 지원하고 있다.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은 만 44세 이하면 70%, 만 45세 이상은 50%이며 최대 110만원까지 적용한다. 지원 횟수를 모두 소진하면 이후부터는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난임시술 특성상 비급여 항목에서 고가의 시술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통상 1회당 4~5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그런데 지자체의 난임시술 지원금이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2인 가구의 경우 월 622만원),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하면서 소득기준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전에 거주하는 김지영(36·가명) 씨는 “아이를 갖고 싶은 사람들이 아이를 마음껏 낳을 수 있도록 나라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가적인 비용이 많이 드는데 소득기준으로 인해 지원을 못 받게 되면 생활에 타격이 있을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저출산이 문제라는데 아이를 출산하겠다는 사람들을 포기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소득기준 폐지와 관련해 일괄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난임시술 지원사업이 지난해 1월부터 지방으로 이양됐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은 지난해 1월부터 지자체별 재정 여건 및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지원기준과 규모를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 추진 중”이라며 “이를 중앙정부에서 조정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래지자 난임부부들의 눈은 용산으로 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당시 난임시술 지원사업의 소득기준을 폐지하고 시술횟수를 20회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대선공약에 담았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도 “난임시술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선 검토를 계획 중에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술영향평가 등을 통해 난임시술이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갈 사안”이라고 거리를 뒀다.



◇난임치료 과정서 여성건강권 보호해야… 정서적 지원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난임시술 지원사업에 있어 여성의 건강권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복지부는 2019년 난임시술 지원 대상의 연령기준을 폐지했지만 해외 주요국에서는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며 “현재 만 45세 이상 난임 여성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 기준이 명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이스라엘의 경우엔 체외수정은 최대 만 45세(여성)까지 시술을 받을 수 있으며 만약 4개월 연속시술을 진행했는데도 일정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8회차 시술에도 불구 임신하지 못하는 경우 협의회를 열고 추가 시술이 필요한지 논의를 거치게 돼 있다. 잦은 시술은 여성의 건강권을 무리하게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난임 여성들은 임신 성공에 초점을 둔 정보만을 편향적으로 수집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난임시술 과정에서 어떤 시술을 할 것인지, 어떤 약을 쓸 것인지, 어떤 위험과 후유증이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의료진으로부터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 난임의 원인과 책임이 가중되는 현실과 관련해서 김 연구위원은 “현재 난임 남성은 의료 현장에서 배제되어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는 남성의 연령도 중요하다”며 “독일의 경우 남성 연령을 50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난임시술 과정에서 남녀의 동등한 참여로 역할과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난임치료 과정에서 과배란유도제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와 몇 차례의 유산 등 임신 실패를 겪는 대다수 참여자가 정서적 불안정과 우울감을 호소한 만큼 난임 여성의 심리·정서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난임치료·시술관련 첫 의료기관 방문 시 상담을 의무화하는 게 필요하다. 난임시술 회차가 거듭될수록 난임부부에 맞춤형 상담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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