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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조선업 44년 베테랑 정재근 기원… “‘시니어인턴십’으로 미래를 찾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인일자리 지원사업 '시니어인턴십' 현장취재
작년 조선업 인력 10만명 밑… “숙련공 기술과 노하우 필요해”
시니어인턴십 참여기업 증가…노인인력개발원 “100만 일자리 창출”

입력 2023-03-26 16:53 | 신문게재 2023-03-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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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현장에서 시니어는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자기들만의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습니다. 학습에서 얻을 수 있는 자격증과는 달리 경험에서 얻은 자격증은 업무흐름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시니어 인력이 현장에 많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25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정재근(62) 공사지원부 기원은 이같이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PG선, 자동차운반선, 벌커 등 상선을 연간 40여척 건조하는 대한민국 대표 조선기업이다.

지난 1979년 조선업에 발을 담근 정 기원은 올해로 44년째 제자리를 지킨 베테랑이다. 그는 현재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시니어인턴십으로 신입직원을 관리·감독하는 멘토 역할과 공사를 지원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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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정재근 현대삼호중공업 공사지원부 기원이 멘티 직원에게 업무를 알려주고 있는 모습 (사진=이정아 기자)

 

시니어인턴십이란 만 60세 이상의 고용 촉진을 위해 정부가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고 신규 및 계속 고용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정년퇴직을 한 만 60세 이상자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노인의 직업능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게 목적이다.

정년퇴직 후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시니어인턴십 제안을 받았다는 정 기원은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 퇴직한 친구 중에서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다음 주에도 한 명이 시니어인턴십으로 다시 출근하게 됐다”며 “일을 하고 싶을 때 일자리가 있는 것에 감사하며 일을 삶의 목표로 두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삼호중공업 19번째 입사자인 그는 가공과 현장안전관리를 거치고 공사지원부에서 근무하며 신입직원의 멘탈을 챙기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시니어인턴십으로 회사에 지원되는 채용지원금을 현대삼호중공업에선 모두 멘토·멘티 활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정 기원은 “새로 들어오는 친구들이 제 아들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존칭을 확실하게 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니 자연스레 저를 믿고 따르는 것 같다”며 “회사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삼겹살과 소주를 산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 후 3일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정 기원은 주변에서 워커홀릭으로 통한다. 그는 “일을 할 때만큼은 ‘내가 노인이고 나이를 먹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모두가 같은 동료이지 않느냐”라며 “시니어인턴십을 하면서 ‘미래의 나는 어떨까’는 꿈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시니어인턴십으로 뭐가 변했냐고 물어보는데 좋았던 점은 제 일상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똑같이 회사에 오고 땀을 흘리며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감사함이 있다. 또래 노인들에게 할 수 있으면 시니어인턴십에 참여하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선업 인력 10만명 밑으로… “시니어인턴십으로 인력난 해결하고파”

최근 국내 조선업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을 등에 업고 장기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하는 정책이 속속 시행되면서 한국 경제의 심장이었던 ‘조선’이 다시 비상을 향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는 앞으로 2~3년치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노동자 수는 2014년 20만3441명에서 지난해 10월 9만5030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일감은 많은데 일손이 부족하면서 공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납기일이 밀리는 건 순식간이다.

그래서일까.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전했다. 조선업 인력난이 심해지자 정년퇴직으로 일터를 떠나야 했던 숙련공들을 다시 불러오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현대삼호중공업이 위치한 전남 영암은 인구소멸지역으로 인력은 커녕 일을 할 수 있는 인구조차도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력 확보를 위해 16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쌓인 일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시니어인턴십 41명을 시작으로 올해는 전년 대비 36% 증가한 56명을 고용했다. 현장 반응이 뜨겁자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채용기준도 완화했다. 건강상의 이상이 없는 퇴직자들 중 누구나 원하면 재취업이 가능하게끔 바꾼 것이다.

이호민 현대삼호중공업인재개발부 책임은 “매년 정년퇴직으로 숙련 기술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고 그 공백을 곧바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일할 의욕과 능력 있는 정년퇴직자들이 시니어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담당자로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고령인구 증가 (PG)
(사진=연합)


◇“다가오는 1000만 노인 세대 대비한 100만 일자리 창출 노력”

현대삼호중공업처럼 지난해 시니어인턴십에 참여한 1만2991개로 2011년(1068개)에서 약 1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참여인원도 3000명에서 5만5000명으로 늘었다.

시니어인턴십은 일반형과 세대통합형, 장기취업유지형 총 3가지로 구분된다. 일반형은 참여기업에 인턴 지원금과 채용 지원금으로 1인당 최대 240만원을 지원한다. 세대통합형은 채용지원금으로 1인당 300만원을 지급하며 장기취업유지형은 1인당 최대 280만원을 지원한다.

노인인력개발원은 시니어인턴십이 기업은 인력난을 해소하고 참여자는 일자리를 얻는 ‘윈윈’이라고 보고 있다. 또 사업의 긍정적 효과도 만만찮다. 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진행한 시니어인턴십 사업 참여 만족도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1053개 기업 중 다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93.6%로 높게 나타났다.

참여노인 3194명이 사업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비율은 96.6%로 전년 대비 재참여를 희망한 비중이 0.2%P 증가했다. 이들은 시니어인턴십 참여로 경제적인 도움(68.6%), 자아실현 및 자기발전(15.1%), 정서적 지지(6.9%), 건강증진(4.7%) 순으로 효과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형화가 진행 중”이라며 “다가오는 1000만 노인시대에 대비해 시니어인턴십 등 100만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영암(전남)=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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