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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향토 전통장 보전 통해 세대 조화 이끌어요"

[스타트업] 김민수 푸른콩방주 대표 "제주 토종 '푸른콩장' 전통 방식 보존"

입력 2020-08-12 07:00 | 신문게재 2020-08-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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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콩방주의 김민수 대표(왼쪽)와 박영희 대표가 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푸른콩방주)

빠른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업종을 막론하고 전통의 보존은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지역 특산물에 기반한 전통식품의 보전과 계승 발전은 글로벌로 획일화된 현대의 음식 문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의 ‘푸른콩방주’는 제주도의 지역 토종 콩 ‘푸른콩’으로 전통 장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한라산청정콩’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해 2018년 11월 사명을 변경하고 현재까지 20년간 꾸준히 전통장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어머니 양정옥 명인에 이어 2대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민수 대표에게 푸른콩방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푸른콩방주를 소개해 달라.

“제주푸른콩을 이용한 전통장류를 직접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된장으로, 간장과 메주, 고추장, 청국장 등을 생산한다. 부모님이 하던 사업을 아내(박영희 대표)와 함께 물려받아 2대째 하고 있다. 어머니 양정옥 명인은 제주도 서귀포시의 양 씨 집성촌에서 태어나 평생을 제주도에서 살아오신 분이다. 감귤 농사를 하시다가 정부의 작물전환 요청에 난초로 재배종을 바꿨고, 이후 김영삼 대통령 시절 화환금지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장류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 어머니가 장류 사업을 시작하던 시절 우리 부부는 사회 초년생으로 갓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처음에는 주말과 휴일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직판 행사를 돕던 것에서 시작해 2003년 아내가 먼저 아이들과 함께 제주로 내려와 생산까지 함께하게 됐고, 2008년부터 완전히 합류했다.”


-전통장 사업에서 다른 업체와 차별된 점이 있다면.

“제주 서귀포 지역 토종 콩인 ‘푸른콩’을 종자로 사용하고, 제법도 옛 제주 전통방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전통 보존 의미를 인정받아 양정옥 명인은 지난 2016년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박영희 대표는 지난해 제주향토 음식장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앞서 2013년에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전통음식 및 문화 보전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에 우리나라 1호 품목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아울러 2대가 함께 사업을 하면서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만큼이나 전통을 현재의 시각으로도 보려는 노력을 많이 해 제조 관리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통장 제조와 판매에만 국한하지 않고 이를 알리고 연대하기 위한 많은 활동을 하는 점 역시 우리만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지난 2015년 6차산업 가공상품 전국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지난해 참간장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또 전국식생활교육 우수체험공간 운영평가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1, 2위를 차지하는 등 교육 부문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낸 점도 긍정적이다. 서귀포에 있는 초등학교에 일주일에 한 시간씩 3주 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교육을 진행한 적 있는데, 당시 한 학생이 남긴 소감문이 큰 감동을 줬다. ‘우리 할머니도 장을 만들어 뒷밭에 놓아둔다. 나는 그때마다 냄새가 나서 짜증을 부렸는데, 이제 장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할머니를 도와 드려야겠다’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장을 통해 세대 간 깊어지던 갈등이 메워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 의미가 있었다. 우리 사업에 있어서 큰 의미를 차지했던 순간이다. 사업을 하면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 것처럼, 힘들었던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장맛이 맘에 들지 않아 1억원어치에 달하는 장을 다 버리기도 했다. 실패를 통해 더욱 스스로를 다잡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보다 과학적인 연구와 방법을 거쳐 많은 양의 장독을 관리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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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콩방주의 제주 푸른콩 된장 제품. (사진제공=푸른콩방주)

 


-벌써 20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계획과 장기적인 경영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 세운 목표는 온라인 판매 개시다. 코로나19로 급격히 얼어붙은 시장 환경을 피해 일반 고객과 온라인 직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또 단기 회전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계획 중 하나다. 된장과 간장은 정상 영업주기가 2~3년이나 되기 때문에, 단기 영업주기 제품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푸른콩방주와 같은 생명 다양성 제품과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우리 장을 통해 ‘조화로운 맛, 조화로운 삶’이 새 시대에 이뤄지길 희망한다.”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한 마디 조언한다면.

“업(業)을 새로 세우는 것이 창업인데, 경험해 보니 쉽지는 않지만 경제적인 동기 외에 세상을 위한 가치가 있으면 훨씬 힘이 나고 즐겁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 경제적 사업계획과 같이 이 업을 통해 세상에 주려는 가치도 깊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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