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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박재영 롯데월드 공연기획자 "관객 적어도 공연은 계속 돼야…새로운 퍼레이드 만들 것"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팀 박재영 캡틴

입력 2020-09-07 07:15 | 신문게재 2020-09-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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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캡틴
박재영 롯데월드 어드벤처 엔터테인먼트팀 공연기획운영 댄스 캡틴(사진=롯데월드)

  

“어떤 날은 공연하면서 관객이 몇 명인지 셀 수 있을 정도로 관객 수가 적었다. 공연하는 게 아니라 연습을 하는 기분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을 앞두고 롯데월드 직원 휴게공간인 로티하우스에서 만난 박재영 어드벤처 엔터테인먼트팀 공연기획운영 댄스 캡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진행하고 있는 퍼레이드 공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롯데월드에서 퍼레이드 배우로 20년 가까이 활동한 박재영 캡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보통 7~8월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겹치는 시기면 가족 단위 입장객들이 많아져 퍼레이드 공연 도중 어린이 관객들에게 사탕을 건네주거나, 하이파이브를 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다. 띄엄띄엄 앉아있는 관객들의 호응도 많이 줄어들어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박 캡틴은 “많은 배우가 공연과 행사 취소로 설 자리 자체를 잃은 동안에도 퍼레이드 배우들은 롯데라는 울타리 안에서 계속 공연을 할 수 있었다”며 “배우로서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공연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쇼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박 캡틴은 무대에 오르는 배우이면서도 퍼레이드 안무를 만드는 창작자이기도 하다. 그는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올해 롯데월드 개원 31주년 기념 공연의 안무를 만들었다. 31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인 만큼 초창기 공연에서 선보였던 안무를 재창작해 의미를 더했다.

2002년부터 롯데월드 퍼레이드 공연을 계속해 온 그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춤추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백업 댄서 등으로 활동하다 고등학교때 아르바이트로 롯데월드 퍼레이드 공연을 처음 하게 됐다. 백업 댄서는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이지만, 퍼레이드 배우로 무대에 오르면 관객들이 그를 쳐다봐주고 웃어줬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박 캡틴은 “롯데월드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기간 동안 진짜로 공연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대학에 들어가 게임 프로그램 개발을 전공했지만, 퍼레이드 무대에 섰던 순간을 잊지 못했다.

결국 그는 다시 롯데월드로 돌아왔다. 퍼레이드 정식 단원으로 들어가려면 오디션을 거쳐야 했는데 박 캡틴을 제외한 다른 지원자들 대부분은 무용이나 연극영화과 전공자들이었다. 비전공자가 전공자들과 같이 공연을 한다는 것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때였다. 전공자들 사이에서 선발돼야 했던 그는 쉬는 날이나 공연 연습 전 아침 시간 등을 틈타 꾸준히 춤 연습을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롯데월드 퍼레이드 단원이 돼 지금은 배우들의 안무를 직접 만드는 자리에 오른 박 캡틴은 “31주년 공연의 오프닝곡으로 예전에 안무를 처음 배울 때 들었던 곡이 나와 선배들에게 혼나면서 춤을 배웠던 때가 떠올라 울컥했다”며 “오래 전에 만든 음악인데 지금 들어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제는 롯데월드의 명물로 자리 잡은 가을 시즌의 호러 핼러윈 행사가 만들어지는 데도 박 캡틴의 역할이 컸다. 호러 핼러윈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좀비 분장을 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 ‘통제구역 M’ 안무 역시 박 캡틴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박 캡틴은 “좀비 연기도 해야 하고 춤도 춰야 해서 안무 구성이 어려웠다”며 “참고할 만한 자료도 별로 없어 외국 자료나 영화를 보면서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 꺼놓고 좀비처럼 2시간을 걸어 다니는 식으로 며칠을 연습했다”며 “좀비가 멋있게 춤을 추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좀비처럼 괴기스러우면서도 인상에 남을 만한 춤을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도 호러 핼러윈 공연
박재영 롯데월드 어드벤처 엔터테인먼트팀 공연기획운영 캡틴이 안무를 만든 통제구역M 공연 모습.(사진=롯데월드)

 

코로나19 영향만 없었더라면 올 가을에도 실감 나는 좀비 분장을 한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명연기를 보여줬겠지만, 올해는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만큼 무대에서 배우들이 공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관객들의 발걸음은 줄어들었지만 요즘도 박 캡틴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퍼레이드 배우로 활동하며 스트리트 댄스, 한국무용, 스윙 댄스, 재즈 등 여러 분야의 춤을 섭렵했을 정도로 그는 ‘좀 더 나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시간을 내서 새로운 것을 배우러 다닌다.

올해 만 38살인 그는 “지금까지 퍼레이드 배우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는데 돈보다도 춤이나 연기, 노래하는 게 좋아서 배우가 된 것이 오래하는 비결인 것 같다”며 오랫동안 배우로 남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롯데월드 입장에서도 박 캡틴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테마파크 전문 안무가’라는 직업이 따로 없는 만큼 박 캡틴처럼 오랜 시간 동안 안무를 직접 만들고, 추면서 익힌 전문가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200m 가까이 이동하면서 춤을 춰야 하는 롯데월드 퍼레이드는 뮤지컬 안무가들도 어떻게 안무를 만들어야 할지 막막해 한다.

박 캡틴은 “대부분의 테마파크 입장객들은 퍼레이드 공연을 놀이기구를 타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보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관객들에게 테마파크 퍼레이드 공연이 여느 공연 못지않은 퀄리티라는 평가만 받아도 최고의 칭찬을 들은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놀이기구 외에도 테마파크에 오면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며, 관객들에게 늘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창작자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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