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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7년간 공 들인 '모두의 공방', 우리 동네 핫플로 키워야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30세 청년 사업가, 유리공예 공방 ‘유리올’ 김민휘 사장

입력 2022-12-19 07:00 | 신문게재 2022-12-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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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글라스 유리공예 공방
스테인드글라스 유리공예 공방 ‘유리올’ 김민휘 사장(사진=이철준PD)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의 한 골목에 들어서면 스테인드글라스 조명과 썬캐쳐 등이 빛을 내고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스테인드글라스 유리공예 공방인 ‘유리올’(구 판타지국)이다.   

 

유리올을 운영하는 김민휘 사장은 30세의 청년 사업가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한 디자인 조명, 썬캐쳐, 인테리어 소품 등을 직접 제작·판매하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란 색유리를 쓰거나 색을 칠해 무늬나 그림을 나타낸 판유리다. 색유리를 이어 붙이면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국내에서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 서구에서는 중세기부터 교회나 성당 등의 창문에 사용돼왔다. 최근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한 각양각색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김민휘 사장은 스테인드글라스의 매력으로 ‘아름다움’을 꼽았다.

그는 “유리 특성상 강한 충격에 깨질 수 있긴 하지만 햇빛을 받으면 돋보이는 알록달록함과 영롱함, 그리고 색의 지속성이 스테인드글라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가 도안 그리기부터 납땜 작업까지 큰 노력이 드는 스테인글라스를 선택한 이유다. 공방을 가득 채운 스테인드글라스 액자와 액세서리, 조명, 거울 등이 그 열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김 사장의 이력은 조금은 독특하다. 미대 입시 준비를 하다 취업을 위해 승무원 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대학에 발을 들였지만, 하고 싶던 일과 맞지 않아 자퇴를 택했다. 그리고 다시 미대 진학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미대 입시 준비 과정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상업 디자인을 배우게 되면서 다시 한번 자신과 맞지 않는 길이라고 느꼈다. 게다가 원래 진학하려던 공예과는 유리 공예뿐만 아니라 도자기, 목공 등 다양한 교육과정들이 있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감히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김 사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절대 쉽지 않았던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는 “유리 공예에 큰 흥미를 느껴 업(業)으로 삼고 싶어 결심했지만 ‘나중에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력이 부담으로 다가오거나, 유리 공예에 흥미를 잃게 되면 어쩌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결국 그의 마음을 움직인 유리공예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고 대학은 필요할 때 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김 사장은 약 7년 전, 한 공방을 찾아가 무작정 유리 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2년이 넘는 시간을 꼬박 유리 공예 기술 익히기에 쏟은 김 사장은 점점 더 유리 공예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막연했던 목표도 ‘자신만의 사업’으로 구체화되는 것을 느꼈다. 목표가 명확해지자 사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 모든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 회사와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돈이 모일 때면 전부 스테인드글라스 재료를 구매하거나 공방 수업료로 사용하는 데 몰두했다.

 

유리올 내부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공예 제품과 재료들(사진=
유리올 내부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공예 제품과 재료들(사진=도수화 기자)

 

그렇게 2018년 김 사장만의 공방이 탄생했다. 당시 상호는 ‘판타지국’이었지만 유리 공예 작품을 제작하는 공방 특성을 직관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최근 ‘유리올’로 이름도 바꿨다.

김 사장이 유리 공예 사업에 뛰어든 건 다양한 연령층이 유리 공예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해외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스테인드글라스 공예를 배우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한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테리어나 꾸미기를 좋아하는 분들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분들이 유리 공예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년 사업가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공방을 차린 후 매출이 나지 않는 날들이 지속되자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만 했다. 김 사장은 공방을 운영하는 시간 외에는 카페, 순댓국집 야간 아르바이트, 사무직 등의 일을 하며 공방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2020년에는 원데이 클래스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그마저도 무산됐다. 이러한 긴 정체기는 결국 김 사장에게 치열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그는 “‘도대체 왜 우리 가게에는 손님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부터 시작해 끊임없이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스스로와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죠”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초기에는 많은 스테인드글라스 제품을 제작하는 데만 집중하던 김 사장은 매일 공방을 청소하고 SNS에 제품을 홍보하면서 ‘기본 다지기’에 힘썼다. 가게는 유리 공예 공방 특성을 드러낼 수 있게 재배치했고 잠시 일했던 카페에서는 사장님에게 사업 수완을 배우기도 했다. 그 결과 공방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올랐고, 최근에는 원데이 클래스에 관한 문의도 여럿 들어오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후회한 적은 없었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사업할 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게 무엇인지, 일의 순서는 어떤 게 맞는지 몸소 부딪히며 깨닫게 된 거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힘든 시기에는 “‘앞으로 더 떨어질 바닥은 없다. 이제부턴 뭔가 하나를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성과가 나타날 거다’라고 되뇌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차분한 성격도 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는 차근차근 혼자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며 작은 성취감을 원동력으로 삼았다.

다만 사업을 하고 수익을 내는 일을 허투루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업에 뛰어든 후 주변에서 오래 유지되고 있는 작은 가게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땀방울이 담겨있는지 깨닫게 됐다는 그는 “남들을 똑같이 따라한다고 매출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프랜차이즈처럼 체계가 잡히지 않은 아닌 나만의 사업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업을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섣불리 시도하기보다 충분한 준비가 된 상태에서 도전하길 권하는 이유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휘 사장이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
김민휘 사장이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철준PD)

 

사업에 대한 진지한 조언을 전한 뒤 김 사장은 유리 공예와 고객에 대한 애정을 함께 드러냈다. 그는 유리올의 경쟁력이자 장점은 ‘고객 맞춤형’이라고 자부했다. 대부분의 가게가 공방에 고객을 맞추려 하는 것과 달리 유리올은 최대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진행하거나 제품을 제작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단골들은 잊지 않고 유리올을 찾아온다. 김 사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은 스테인드글라스 제품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유리올의 제품을 고객의 가게나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아주 ‘힙하게’ 사용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이 제품을 잘 쓰고 있다며 사진을 보내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유리올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김 사장은 “비록 자식은 없지만, 만약 제 생활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져 있으면 공방도 흐트러져 있는 것처럼 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거든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은 앞으로 스테인드글라스 공예 제품의 매출 비중을 늘리고 공예 수강생을 더욱 확보해 공방을 보다 넓은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부가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염주 제품 등보다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한 유리 제품의 비중을 크게 확대해 진정한 ‘유리 공예 공방’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유리올’만의 특색 있는 디자인 제품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유리올을 찾는 고객들을 보면 유아 손님부터 고령층까지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하루하루 그걸 보며 유리 공예는 나이가 아닌 취향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걸 느끼죠. 많은 사람들이 유리 공예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언젠간 유리올이 위치한 동네를 언급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가게가 되길 바랍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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