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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희망만 갖는다면 못할 일은 없어…부동산학은 투기? 사회종합과학!"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로 다짐 했죠”

입력 2023-03-13 07:00 | 신문게재 2023-03-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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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살아야지’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 줄어들고만 있다는 걸 일찍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번 사는 인생 원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면서 살고 싶다. 이 세상을 떠날 때 후회나 미련, 아쉬움은 하나도 남기지 않을 듯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교수는 1984년 당시 20대 후반 감정평가사로 부동산 업계에 몸담은 이후 톰슨뱅크워치 신용평가사(자산관리본부장)와 D&P A.M.C(상무이사), 레피드코리아(대표이사) 등 업계에서 20여 년 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부동산 실무 경험을 쌓았다.

50대를 바라보던 다소 늦은 나이에 명지대에서 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그는 어느덧 60대 중반이 됐지만 에너지만큼은 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 넘쳤다. 그는 여전히 지난 30년을 반추하며 앞으로 나아갈 30년을 새롭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권 교수는 감정평가사로 전국을 쉴새 없이 누비다보니 첫 번째 교통사고를 겪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거의 2주 정도 의식이 없을 정도로 중증 환자였습니다. 늑골이 11개 중에 10개가 부러져 보니까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반년 정도는 혼자 거동을 못할 거다. 살아있는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그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의식을 찾고 3일 만에 혼자 몸을 일으켰습니다. 좋아진다는 희망을 갖는다면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봐요”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교통사고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일어났다고 했다. 권 교수는 “차가 낭떠러지기로 추락할 뻔한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낭떠러지에 걸쳐서 한 5분 정도 있었는데 그 5분이 나에게는 50분보다 더 길었습니다”고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때 인생은 한 번밖에 못 산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죽지 않고 살아난다면 한 번 사는 인생 시간을 아깝지 않게 쓰겠다고 다짐했죠. 다행히 위기를 극복했고 그 사고 이후에는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권 교수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를 쓰는 게 불편해 졌고 왼쪽 눈의 시력도 거의 잃었음에도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17∼18대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을 거쳐 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부동산산업학회 부회장과 한국건설법무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금까지 20여 년간 학술 및 학회 활동도 활발히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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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사진=성동규 기자)

 

권 교수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중앙지적위원회 위원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 및 경기 등 지자체에서도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80여 편의 논문과 ‘부동산학개론’, ‘도시재생의 이해’ 등 10권이 넘는 저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그는 이만하면 잘 살고 있다고 자평했다. “확실하게 좀 생사의 고비를 넘긴 사람은 그 직전의 삶과 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절대로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는 게 바쁜 일과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 부동산학이라고 하면 일반 대중들이 투기와 연관지어 차가운 시선을 보낼 때라고 권 교수는 아쉬운 심정을 고백한다.

그는 “부동산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회종합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학문이에요. 경제학과 경영학도 포함이 되고 건축이나 토목도 포함이 되고 도시계획도 포함이 됩니다. 거기다 인간의 심리학이나 사회 트렌드를 반영하는 사회학, 그리고 환경 등 전반적인 걸 모두 다 아우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 삶과 굉장히 밀접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합니다. 국민이 주거 안정을 찾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내놓도록 작은 목소리지만 끝임 없이 외치는 게 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과 경기 침체가 본격화 조짐을 보이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정확한 대안을 제시해야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학문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빚 상환 등 가계 여력이 줄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경제불황 속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은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기에 수요가 크게 꺾여 가격 하락은 물론 악성 미분양 아파트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은 한 번 침체기에 들어서면 부동산 시장이 적게는 4~5년, 길게는 7~8년까지 침체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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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사진=성동규 기자)

 

현재 부동산 시장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그는 “올해 1월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이 7만5000가구에 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9만 가구 10만 가구 넘어가기 전에 미분양 주택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된다는 걸 정부에 강조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심지어 부도를 맞게 될 수도 있으며 미분양 문제가 실물경제로 번지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고금리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이 부동산 시장 뿐만이 아닌 금융시장 붕괴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분양 주택을 취득할 때 주택 소유와 무관하게 취득세를 일반세율로 적용하거나 큰 폭으로 감면해주고 양도소득세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대책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 매입임대 주택을 부활시키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권 교수는 “국가와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데 ‘부동산학이라는 것이 존재해 좋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학자가 거짓을 말하면 얼마나 사회가 왜곡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학회를 이끌 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학회가 참 많지만 또 부동산 쪽에도 학회가 100개가 넘습니다. 유명무실하지 않은 살아 숨 쉬면서 주어진 역할을 하는 학회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을 하고있습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미래의 꿈이라면 대한민국 최고의 학술지를 발행하고 다양한 논문을 받을 수 있는 명실상부한 1등 학회를 만드는 것이 저의 간절한 꿈입니다. 아마 3년 내에 그 꿈이 이뤄질 것을 자신합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죽는 것만큼 힘든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생사의 고비를 수차례 넘겨온 그로서는 어떤 상황도 두렵거나 힘들지 않다고 했다. 학자로서의 자신감과 자유로움이 그의 가장 큰 자산으로 보였다.

인터뷰 마지막 그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권 교수는 “우리는 모두 인생에서 나쁜 일 그리고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든 일을 겪습니다. 또한 인생의 실패의 기억에 사로잡혀 집착하는 병폐가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나쁜 일을 털어버리지 못하고 그 속에 머물며 연연하지 않도록 하세요”라고 조언했다.

성동규 기자 dongkuri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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