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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실패전문가', '교육혁명가'와 손을 잡다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영어 회화 앱 '튜터링' 만든 김미희 대표·최경희 부대표

입력 2016-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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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터링 김미희대표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180에서 만난 김미희 대표(오른쪽)와 최경희 부대표.(사진=권성중 기자)

 

실패한다. 실패가 재미있다. 몇 번 더 실패한다. 실패가 더욱 재미있다. 마침내 성공한다.

제도권 밖의 교육을 꿈꾼다. 일방적인 교육뿐인 사회를 바꾸고 싶다. 학생과 선생님은 동등하다.

접점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두 사람이 만났다. 혈기왕성한 20대가 아닌, 사회의 톱니바퀴를 열심히 돌려야 할 30대 중반 나이에 그들은 손을 맞잡았다. 또래 친구들은 ‘유지’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은 ‘시작’했다. 그것도 수 많은 실패를 경험한 뒤에 말이다.

영어 회화 모바일 앱, ‘튜터링’을 만든 김미희(33) 튜터링 대표와 최경희(37) 튜터링 부대표의 이야기다.

두 창업자는 같은 대학 학부 선후배다. 최경희 부대표가 3년 선배다. 당시 두 사람의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학 때는 서로 너무나 다른 길을 걷고 있었어요. 저는 마케팅과 광고 공모전에 푹 빠져있었고, 최경희 부대표는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는 데 여념이 없었죠. 서른살이 훌쩍 넘어서 같이 사업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김미희 튜터링 대표)

자타공인 ‘실패전문가’인 김미희 대표는 연속되는 실패를 즐긴다. 대학생 시절 15번의 광고·마케팅 공모전에서 낙방을 거듭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실패의 결과를 얻은 공모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한 것만은 분명했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마침내 그녀가 받아 든 제일기획 공모전 2위라는 성적표. 이후 현대자동차 공모전 1위, 삼성전자 공모전 1위의 영예를 안는 등 성공가도를 달렸다. 대학 졸업 후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신사업 기획을 담당한 그녀는 또 한번 실패의 벽에 부딪혔다.

“신사업 기획팀은 90% 이상의 실패를 경험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유독 많은 실패를 하던 저였죠. 저는 UX(사용경험) 디자이너였는데, 왜 자꾸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를 내느냐며 선배들로부터 핀잔도 많이 들었어요.”

“P2P 영어 회화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도 영어에 대한 실패 때문이었어요. 유학이라곤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회사에 다닐 때 글로벌 사업가들과 미팅을 할 때도 원활한 소통이 어려웠죠. 좀 더 저렴하게 영어 회화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내놓은 아이템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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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180내에 마련된 ‘튜터링’ 사무공간에서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사진=권성중 기자)

 

지난 9월 공식 론칭된 ‘튜터링’은 김 대표가 5년 전 사내 사업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개발이 좌절된 아이디어였다. 2014년에는 카이스트 MBA 과정에서 다시 한번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교수와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복직 이후 현재의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튜터링에 대한 아이디어로 시장조사, 수익모델 구축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끝낸 후 법인 설립 직전에 최 부대표를 다시 만났다. 자신은 개발과 UX 등 전반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였지만, 콘텐츠를 꾸밀 ‘기획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아 기획안을 들고 해외 거주를 계획중이던 최 부대표를 찾아가 ‘삼고초려’ 했다.

최 부대표는 대학 졸업 후 조선일보 교육법인에서 교재개발과 인크루팅 업무를 담당했다. 평소 우리나라 교육의 개혁을 꿈꾸던 그녀는 청년 시절부터 학생과 교사의 동등한 지위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퇴사 이후 세계 각국을 돌며 경험을 쌓던 그녀에게 김 대표의 제안이 온 것.

“올해 2월 법인을 설립했는데, 설립을 준비하던 기간에 저는 아프리카에 머물고 있었어요. 김 대표가 준비에 한창일 때 저는 외국에서 놀고 있었던 거죠. (웃음) 10년 정도 사회생활 경력을 갖고 있던데다 서로 인맥의 성격도 완전히 달랐어요. 교합의 지점에서 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 김 대표의 제안에 마침내 응했죠.”(최경희 튜터링 부대표)

튜터링은 론칭 한 달 만에 3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인기 앱’으로 올라섰다. 흥(興)과 망(亡)이 하루 단위로 바뀌는 모바일 앱 시장에서 튜터링은 ‘매주’ 엄청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배달의민족 등 누구나 수요자가 될 수 있는 앱과는 달리 한정된 타깃을 보유하고 있지만 ‘좁고 뾰족하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기에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한 달 만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단 하루 만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게 이 업계의 생리죠. 앞으로도 수 많은 실패를 하게 될 겁니다. 다만 실패하는 과정에서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재미가 있어요. 대학 재학 시절처럼, 직장에 다닐 때처럼 수도 없는 실패를 경험하고 나면 결국엔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잖아요? 나만의 확실한 무기만 있다면 나이가 많다는 것도, 실패를 거듭한다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아요. 가장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이 용기를 갖고 실패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좋겠어요.”(김미희 대표)

글·사진=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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