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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은퇴 후 인생 제2막에서 사진작가의 꿈을 이뤘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50세 넘어 '평생직업 전향' 김경수 사진작가

입력 2016-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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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겸 시인으로 활동하고있는 전 시트리의 김경수씨
김경수씨가 자신의 사진작품집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포기한 꿈을 오십이 넘어 드디어 이뤘습니다. 꿈을 포기할 법한 나이에 카메라를 들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합니다.”


◇연구원서 ‘작가’로 변신… 제2의 삶 시작

명망 있는 연구원에서 유능한 벤처기업가로 이름표가 바뀌었다. 그리고 25년간 일궈낸 것들을 내려놓은 현재, 촉망받는 신예 사진작가로 불리며 다시 출발선에 섰다. 사진작가 김경수(52·사진) 씨의 이야기다.

“퇴사 몇 개월을 앞두고 사진예술아카데미를 찾아갔죠. 100세를 사는 시대에 직업을 평생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씨는 지난 1990년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박사과정을 당시 최연소 나이로 마쳤다. 이후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을 비롯해 한미약품 기획조정실장 등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회사들을 두루 거쳤다.

카이로제닉스, 셀트리온화학연구소 등의 대표를 맡으며 벤처기업가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급격한 건강악화로 셀트리온화학연구소를 마지막으로 2013년 업계를 떠났다.

그해 김 씨는 퇴사 몇 개월을 앞두고 용기 내 단국대학교 사진아카데미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 진학을 꿈꾸던 소년은 30년이 넘어서야 그 꿈을 이뤘다.

“그림을 꽤 잘 그렸어요. 학급 게시판에 걸린 그림의 절반은 전부 제 것이었죠. 고등학생 때 미술 쪽으로 진학을 희망했지만 부모님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어요. 비록 그림은 아니지만, 사진으로 지금에서야 그 꿈을 이뤘습니다.”

오랜만에 붓을 들었지만 그림을 쉬었던 탓에 손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진’이다. 카메라는 그의 자유로운 상상과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입문 3년 만에 결실…연구가의 삶 도움

25년간 과학자와 벤처기업가로서 활동하며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덕분에 그의 이력서는 화려한 경력들로 빼곡하다. 그러나 과거 지난 길을 돌이켜보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김 씨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벤처 붐, 미국 금융위기까지 한국 경제의 변곡점을 지나오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잘나가던 회사도 벤처 붐이 꺼지고 나자, 식구들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워졌다.

돈과 명예는 내 뜻과 계획대로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소년 시절부터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온 꿈을 좇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내 계획대로 되는 인생이 아니라면 멀리 보고, 하고 싶은 일에 평생을 바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승부수를 제가 정말 원하는 일에 걸었죠.”

큰 각오를 하고 뛰어든 사진작가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빨리 결실을 보았다. 특히 새로운 것을 늘 고민해야 하는 과학자로서의 연구 정신과, 남달랐던 예술 감각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냈다. 과학자로서 살아온 인생도 어느 하나 허투루 버릴 것이 없었다.

“연구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발견하는 일입니다. 사진 예술도 발상이 똑같아요.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를 하다 보니 성과가 빨랐습니다. 색다른 시도를 통해 탄생한 저만의 작품이 제 무기가 된 것이죠. 남들이 우르르 달려가 유명세를 탔다는 소나무를 찍을 때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연구한 것이 비결이 됐죠.”

덕분에 본격적으로 사진공부를 한 지 3년 만에 규모 있는 전시회도 여럿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 연 첫 전시회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은 국내는 물론 해외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들은 중국 최대 사진축제인 핑야오국제사진축전의 ‘한국현대사진작가 7인7색 특별전’과 함께 ‘동강국제사진제 평생교육원사진전 Growing Up IV’ 등에 초대된 바 있다. 

 

Story in the Stars.
지난해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에 전시된 사진작가 김경수 씨의 작품 ‘Story in the stars’.

 

◇끊임없이 도전…내년 두 번째 전시 계획

사진작가로 데뷔하고 물론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안정’과 ‘타협’을 택할 나이에 연고도 없는 분야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았다. 연구실 가운을 벗고 난 뒤 미래에 대한 숱한 고민으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일도 일쑤였다. 벌이 또한 크게 줄었다. 신경이 쇠약해지면서 먹고 자는 일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또 다른 일에 도전하는 것에 왜 고민이 없겠습니까? 매일 같은 시간 출근을 하던 삶에서 멀어지면서 세상으로부터 점점 소외되고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 밤잠을 설치던 날도 많았고요.”

그러나 두려움은 또 다른 꿈으로 극복한다는 그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엄습하면 새로운 도전을 계획한다. 그러고 나면 스멀스멀 드리우던 불안감도 어느 새 멀찌감치 달아나 있다. 이런 도전 정신으로 김 씨는 2012년 시인으로도 깜짝 등단했다.

‘사랑합니다’, ‘정동진의 밤’, ‘눈’ 세 편의 시가 문학계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대한문학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글쓰기 역시 사진 작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도 결국 스토리텔링이 중요합니다. 글쓰기를 잘하면 사진에도 스토리를 담기 쉬워지죠. 요즘은 시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시 쓰기와 함께 전시회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첫 번째 개인전에 이어 내년 4월 12~18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꼭두각시’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꼭두각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겪었던 좌절과 고통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사회에서 부품으로 살아가는 자괴감을 표현한 작품이죠.”

‘아바타’와 ‘나는 나무로 살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세 번째, 네 번 째 전시회도 잇달아 열 계획이다. 아바타는 장년기 가졌던 소회를 담았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삶의 고민을 담은 나는 나무로 살고 싶다는 현재 작업 중에 있다.

“꿈을 따라가다 보면 미래가 열린다고 믿습니다. 돈과 명예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고요. 죽어서도 사진작가 김경수로 이름 석자를 제대로 남기는 것이 저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오늘도 한 장의 사진에 자신의 꿈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의 눈동자는 여느 청년들보다 열정으로 빛난다.

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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