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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韓그래미 표방한 한국대중음악상, 트로트 장르 후보에 없는 이유는?

[문화공작소]

입력 2020-02-12 07:00 | 신문게재 2020-02-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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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 (사진제공=MBC)

 

올해로 17회를 맞은 한국 대중음악상은 한국의 그래미를 표방한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가리지 않고 대중음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설립된 이 상은 아티스트의 인기, 음반판매량, 방송출연빈도 등을 수상기준으로 삼는 여타 시상식과 달리 예술적 가치가 선정기준이다. 그러다 보니 ‘대중음악상’이라는 시상식명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이승철, 이적, 윤건, 더더, 러브홀릭처럼 친숙한 가수들은 물론 정재일, 코코어, 나윤선, 모그 등 자신의 분야에서 음악적 성취를 쌓아온 음악인들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곤 한다. 지금은 가수보다 예능인으로 잘 알려진 데프콘이나 아쉽게 해체한 언니네 이발관, 장기하와 얼굴 등도 모두 한국 대중음악상을 거쳐 갔다. 아이돌 그룹 중에는 원더걸스, 소녀시대, 브라운아이드걸스, 빅뱅, 방탄소년단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평론가, 피디, 기자,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한 선정위원 64명은 전전년 12월부터 전년 11월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노래와 앨범을 대상으로 투표와 토론을 거쳐 24개 부문의 수상자를 결정한다. 팝 분야는 물론 록, 메탈, 포크, 재즈&크로스 음반 등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 구석구석까지 찾아내 수상후보 명단에 올린다. 올해에는 밴드 잔나비, 림킴, 백예림 등이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송가인
가수 송가인 (사진=연합)

의아한 것은 24개 분야의 후보 곡 중 트로트 장르가 한곡도 없다는 점이다. 실상 지난해 대중음악계 주목할 만한 사건은 트로트 장르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기 때문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 송가인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데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MBC ‘놀면 뭐하니’가 유산슬(유재석)의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로 전국을 트로트 열기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송가인과 유산슬은 펭수와 더불어 2019년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처럼 트로트 장르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트로트 장르 곡은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않았고 별개의 장르로 다뤄지지도 않았다. 

 

트로트는 80~90년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2000년대 들어 명맥이 끊겼다. 사실상 소외된 장르지만 서민들이 즐겨 부르는 대중적인 장르임에는 이견이 없다. 포크나 메탈처럼 ‘예술적 가치’가 있는 음악을 발굴하는데 여념이 없던 대중음악상 심사위원들이 트로트 장르의 가치를 포용하고 이를 소개하는 역할에서는 무심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박은석 선정위원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중음악상의 심사 시스템’ ‘트로트 장르의 인기 지속성’ 문제를 들었다. 박 선정위원은 “각 분과별 선정위원의 의견을 취합해 중지를 모으는 대중음악상의 심사 시스템 상 트로트 장르가 반영되기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64명의 심사위원이 각 분과를 맡아 심사하다 보니 심사위원별 성향과 전문성에 의거해 자료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모두 듣기 어려웠다는 게 박 선정위원의 설명이다.

박 선정위원은 한국대중음악상이 트로트 장르를 배재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트로트 장르는 팝분야 선정위원들이 다루고 있고 장윤정의 ‘어머나’는 2005년 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로 올랐다. 박 선정위원은 “당시 장윤정의 ‘어머나’는 기존의 트로트 장르와 다른 감각적인 접근이 돋보였고 대중적인 반응이 열광적이라는 현상적 측면을 고려해 후보에 유력한 수상후보로 거론됐다”며 “지난해 트로트 장르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예 후보명단에 없는 것은 해당 분야 심사위원들이 장윤정 사례와 다르게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로트 장르 분야 신설은 아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다. 사실상 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중 트로트 장르의 곡을 심사할 만한 선정위원이 부재한 상황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트로트 장르가 부상한 만큼 별도의 장르 신설 여부는 향후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박 선정위원은 “창작저변과 음반 발매 상황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음악계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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