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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 기준금리, 0%대 가능할까?

입력 2019-07-30 07:00 | 신문게재 2019-07-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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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요국들이 ‘너도나도’ 통화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올해 2~3차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보험적 인하’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은 8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은은 이례적으로 미국보다 앞서 금리인하를 실시했다.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과 대외 교역위축,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0%대 금리에 진입할 수 있을까? 메리츠종금증권은 투자자들의 ‘실효금리하한’과 ‘자연이자율’이라는 개념을 근거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0.75%까지 내릴 수 있고, 2020년대 중반부터 1% 아래에서 고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 0%대 금리, 마냥 부정적인 소식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다. 지난 2000년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년간 5%에서 2.5%까지 하락했다.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많은 산업들이 후발주자인 중국과 신흥국에 넘겨진 탓도 있지만, 급격한 고령화 같은 내부적인 문제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안정적인 경기상황을 조성하기 위해선 정책적인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 메리츠종금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선진국화가 진행되면서 성장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해 둔화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0%대 기준금리는 분명 부정적인 소식이다. 게다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금리 0%대 진입의 원인이라면 시장은 부담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0%대 금리는 높은 신뢰성과 금융 안정성이 담보된 국가들만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마냥 부정적인 소식은 아닐 수 있다.

윤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0%대 금리를 실시했던 미국, 유럽, 일본은 AA등급 이상의 안정적인 신용도를 갖고 있으며, 스위스, 호주, 체코는 지역경제를 대표하는 안정적인 신용도를 자랑하고 있다”며 “또 대만, 이스라엘은 높은 경상흑자를 기반으로 금융안정성을 확보했던 국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역시 금융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 4%를 웃도는 경상흑자 규모를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는 4000억달러로 전세계 8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채권선진국의 위상 또한 갖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현재 미국보다 낮은 금리수준에도 외국인들은 한국의 현물 채권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 0%대 금리 근거 ‘실효금리하한’, ‘자연이자율’ 무엇일까?

0%대 금리진입은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실효금리하한’과 ‘자연이자율’의 개념을 통해 설명 가능하다.

우선 두 개념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정책여력을 의미한다. 먼저 ‘실효금리하한’이란 국가별 사정으로 낮출 수 있는 금리의 한계를 의미하며, 이를 설명하는 기준은 ‘자연이자율’이다.

자연이자율은 ‘저축과 투자의 균형을 잡아주는 금리’를 의미한다. 자연이자율을 추정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측정방법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무난하게 실질기준금리 3년 이상 평균값을 활용하곤 한다. 해당 방식으로 추정된 실질기준금리 추세는 실질적 정책여력을 확보한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명목기준금리 하단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해당 두 개념을 근거로 한은이 금리를 0.75%까지 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 연구원은 “현재 낮은 물가 때문에 한국의 실질기준금리는 0.86% 정도이고 실질기준금리추세는 0.15%로 차이는 0.71%”이라며 “즉, 현재 기준금리인 1.50%에서 0.75%포인트 낮춘 0.75%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한국 기준금리가 1.25%를 기록했던 당시, 시장은 실효금리하한을 1.00%로 추정했다. 2년이 흐른 현재 잠재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했으니 이번 한은의 금리 하한은 0.75%까지 갈 수 있다는 단순 추정도 가능하다.

지난 2000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성 둔화와 2012년 이후 낮아진 성장률 변동성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의 1% 아래 금리는 2020년대 중반부터 고착화될 것”이라고 전망도 나온다 

 


◇ 통화완화정책과 시장금리 하락 기조는 장기화될 것

통화완화 정책, 시장금리 하락 기조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최근 0%까지 낮아진 물가는 실질기준금리를 높여 금리인하의 여력을 더욱 크게 만든 영향도 있지만 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가 목표를 2%로 잡고 있지만 물가추세는 이미 2%를 하회하고 내려온 지 5년이 다 돼가고 있다. 윤 연구원은 “현재 한국 채권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기준으로 적정금리 수준을 추정했을 때 국고 10년 하단은 당장 1.20%까지 나온다”며 “기준금리와 물가, 선행지수, 경계심리, 제조업 여건을 감안했을 때 오는 2024년 적정금리는 1%를 하회할 것”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해당 변수를 근거로 한국경제의 방향을 찾을 수 있어야 하겠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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