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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現경제구조 반영 못한 통계… 국내증시 불안감 키웠다

유럽·아시아 경기, 침체보다 저점…회복 가능성 높아

입력 2019-09-10 07:00 | 신문게재 2019-09-1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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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지난 번 경기침체는 공식적으로 2007년 12월 시작됐다. 12년 전에도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의견들이 분명 있었지만, 지금보다 적었다. 현재 상황은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경계심리가 과거에 비해 강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12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100년에 두 번 나올 만한 일이라 지금까지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된 것일 수 있다.

 

과거 경기침체는 금융과 실물 부문의 불균형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2001년과 2007년은 금융 불균형이 실물경제를 훼손시킨 경우다. 각각 주가 버블과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실물부문으로 전이되었다. 특히, 주식시장에 비해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더 많이 얽혀있는 부동산시장이 붕괴된 2007년의 타격이 컸다.

 

 

◇ 금융불균형, 실물부문의 경기침체를 일으키진 않아

반대로 금융 불균형이 아니라, 실물 부문에 의해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넓게 보면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직후에 정부지출 감소로 경기위축을 경험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2015~2016년의 경험을 보면 현재 상황이 경기침체로 넘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6년 초에 한국 수출 감소 폭은 2001년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2000년대 경제구조였으면, 한국과 글로벌 경제는 2015~2016년 이미 침체를 겪었거나 지금 침체로 진입했을 것이다. 그런데 GDP 성장률로 볼 때 그렇지 않다.


◇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이분화

사람들이 12년 전보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더 많이 걱정하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경제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가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은 낮아졌다. 대신, 지적재산권 관련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들 산업은 아직 GDP 매뉴얼에 100% 포착되지 못한다. 따라서 글로벌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15%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낮을 것이다.

이는 제조업 침체와 경기침체가 결이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침체 우려가 나왔던 2015~2016년 증명된 바가 있는데 당시 미국 제조업 출하 감소 폭은 2001년 경기침체 기간과 비슷했지만, 경기침체(GDP 역성장)는 오지 않았다. 작년 여름 이후 미국 제조업 출하 증가율은 하락세다. 당분간 더 하락할 것이 예상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경기침체는 안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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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조업 경기침체 우려에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주가 하락 등 직격탄을 맞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경기침체보다는 저점 통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 후 제조혁신기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연합)

◇ 시가총액이 제조업 부진 과대평가 가능성

글로벌 제조업이 침체에 가까운 수준으로 부진하기 때문에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금융자산 성적도 주가 하락, 금리 하락(채권 강세)으로 나타났다.

실제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연초 대비 9월초까지 주가가 저조했고, 독일 역시 10년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 있다.

반면, 제조업 비중이 낮은 그리스의 주가는 올해 상반기 주요국 주가 상승률 1위에 올랐다.

그런데 경제통계가 제조업을 실제 이상으로 반영하면서 제조업 중심 국가의 주가 부진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한국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로 선진국 가운데 최상위권에 있다. 중국도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9%에 달한다. 이들 국가는 주식시가총액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크다. 특히 한국은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지만, 시가총액 대비 제조업 비중은 65%에 달한다.

애초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데, 시가총액 비중은 그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이들 국가를 더욱 비관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제조업 침체 초기~중기 국면에 집중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하반기~2016년 1분기이고 현재가 여기에 해당된다.


◇ 유럽·아시아 경기, 침체보다는 저점

최근 데이터를 보면 글로벌 제조업 부진이 경기침체로 확산되기보다 저점에 오는 듯한 신호들이 있다.

미국은 대중 관세율을 올리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데 따른 설비투자 감소가 제조업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다. 관세율을 올릴 때마다 미국 자본재주문 증가율은 하락했고, 7월에는 자본재주문이 전년대비 감소로 돌아섰다. 3000억 달러 수입관세 부과를 기점으로 미국도 무역분쟁의 피해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는 제조업 지표의 감소 폭이 축소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일본 공작기계 수주 감소 폭이 2015년 수준에서 반등했다. 독일 제조업 주문과 중국 공작기계 수입, 한국의 자본재(반도체와 기계) 수입 및 생산도 마찬가지로 하락 폭을 줄이고 있다.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는 단계였다면 한국, 일본, 중국, 독일의 제조업 지표가 이 수준에서 추가 하강했을 것이다. 이 경우 신규투자는 물론이고, 재고 재축적도 필요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기저효과도 있지만, 무역분쟁의 와중에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투자계획을 미뤘던 부분 가운데 일부가 집행되는 과정으로 파악된다.

중국 재고 축소도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교역물량, 독일경제연구소(IFO)의 글로벌 경기전망, OECD 경기지수, 산업용 금속가격지수를 토대로 추적한 글로벌 2분기 성장률은 1분기보다 소폭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의 제조업 지표만 놓고 보면 침체로 가는 것이 아니라 완만한 회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NH투자증권 안기태 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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