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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21세기 왕실은 돈을 어떻게 굴릴까?

전 세계 왕가의 자산 운용법

입력 2020-02-18 07:20 | 신문게재 2020-02-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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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병철 기자 burnhair@viva100.com)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의 내용이다. 헌법의 다른 구절은 몰라도 제 1조 1항은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조항이다. 공화국은 군주국이 아닌 국가, 즉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국정을 운영하며, 국가의 원수가 그 명칭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의 직접 또는 간접 선거에 의하여 선출되며 일정한 임기에 의해 교체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공화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아직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공화국 중 주권이 귀족에 있는 귀족공화국, 주권이 한 계급에 있는 계급공화국 등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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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하나은행)

 

현대의 군주제, 특히 입헌군주제 국가의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대신 국가의 상징으로 각종 외교적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왕가의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가적 면모를 보이는 왕실도 있다. 오늘은 하나은행과 함께 전 세계 왕가의 자산 운용법에 숨겨진 비밀을 살펴보겠다.

 


◇ 태국 왕실의 자산운용 비결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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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하나은행)

 

태국 왕실이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자산 규모를 밝힌 적은 없다. 다만 2017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현재 태국 국왕인 라마 10세의 보유 자산이 300억 달러(약 33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태국 왕실의 자산을 600억 달러(약 66조원)에 이른다고 보기도 한다.

라마 10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으로 꼽힌다. 그 뒤로는 브루나이 하사날 볼키아 국왕(약 22조원)과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빈 압둘아지즈(약 19조원) 국왕이 있다. 태국 왕실이 오일머니로 유명한 산유국 왕족들을 능가하는 부를 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부동산과 효율적인 기업 운영 덕분이다.

태국 왕실은 수도 방콕에만 무려 여의도 면적의 4배가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방콕 바깥 지역의 땅까지 합치면 그 면적은 여의도의 23배에 이른다. 왕실 소유의 토지에는 주로 정부 기관이 들어서 있지만, 쇼핑몰이나 호텔이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임대 수익은 고스란히 왕실 재정으로 유입된다.

왕가를 대신해 왕실 자산을 관리하는 준정부 기관이 존재하는 것도 태국의 특징이다. 바로 ‘태국왕실자산국(CPB)’이라는 이름의 기관이다.

CPB는 태국의 최대 은행인 시암은행 지분의 23%를, 태국 5위 회사 시암시멘트그룹 지분의 32%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태국 왕실의 투자로 설립된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한다는 것이 산유국 왕가보다 더 많은 부를 쌓은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 만수르가 축구단을 인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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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하나은행)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는 세계 6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산유국이다. 아부다비 왕가의 재산은 약 10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부다비의 왕족 만수르는 영국의 축구단 맨체스터시티 구단주로도 유명하다. 그가 단순히 돈이 많고 축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축구단을 사들인 것은 아니다.

중동지역 산유국 경제 구조의 특징 중 하나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유가가 낮아지면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며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두바이 역시 10여 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국영기업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아부다비 왕가는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고자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146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세계 각지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그 일환 중 하나다. 만수르가 맨체스터시티를 인수한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부동산과 같은 투자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 율법이 이자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아부다비 왕실이 부동산 투자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배당 소득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다. 만수르는 현재 맨체스터시티의 축구 경기장 증축을 위해 주변 부지를 사들여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가 2000억 원에 인수한 맨체스터시티의 구단 가치는 현재 약 3조원에 이른다. 또 지난 2019년의 구단 수익은 약 7800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투자한 금액이 약 2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익을 올린 셈이다.

 


◇ 리히텐슈타인 공국 왕실의 자산운용 노하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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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하나은행)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유럽의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왕실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은 결코 작지 않다. 현재까지 파악된 금액만 최소 9조원에 이른다. 약 6000억원으로 알려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자산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높은 자산 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년 동안 꾸준히 연 7%의 자산 운용 수익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분산투자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리히텐슈타인 왕실 자산의 포트폴리오는 주식(30%), 사모주식(21%), 채권(16%), 헤지펀드(15%) 등 다양한 투자 상품으로 분산되어 있다. 여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눈을 피해 자산을 여러 곳으로 나누어 숨겼던 경험이 녹아 있다고 한다. 태국과 유사하게 왕실 자산 운용을 전담하는 금융 그룹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세계 왕실의 다양한 자산 운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각 나라별 문화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왕실의 자산 운용법도 달라진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달라진 시대에 발맞춰 기업가 혹은 셀럽으로 살아가는 왕족들이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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