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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호프’의 소녀 호프 김지현과 소년 K 백형훈이 말하는 김선영·이혜경의 호프 그리고 김경수·조형균 K

입력 2023-06-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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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호프 백형훈
뮤지컬 ‘호프’ K 역의 백형훈(사진=이철준 기자)

 

“우리 (백)형훈이는 제일 소년같은 K예요. 새싹같은 느낌이랄까, 소년의 풋풋함이 있어요. 뭔가 떼내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있잖아요. 늘 옆에 있으면 그냥 힘이 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요.”

뮤지컬 ‘호프’의 에바 호프 김지현은 백형훈의 K에 대해 “새싹” 그리고 “소년”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곤 “파릇파릇하면서도 무언가를 강요하기 보다는 ‘호프의 지금 상황이 이러니 내가 이렇게 해줘야지’ 식으로 되게 잘 맞춰주는, 자꾸 호프를 건드리는데 미워할 수 없는 K”라고 부연했다. 

 

백형훈은 “연습할 때부터 커튼콜에서 (김)지현 누나가 나오는 순간 감정이 확 올라와 울컥하게 된다”며 “가장 방어적인 호프”라고 밝혔다.

 

뮤지컬 호프 김지현
뮤지컬 ‘호프’ 에바 호프 역의 김지현(사진=이철준 기자)
◇소년, 소녀를 만나다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가장 큰 호프죠. 법원에서도 그렇고 K한테도 그래요. K는 호프를 어려서부터 봐왔잖아요. 그래서 그 속이 가장 여리다는 걸 알아요. 전형적인 외강내유 느낌의 호프죠. 그래서 대화할 때나 법원에서 막 툴툴대고 강하게 말하고 어떨 때는 위험하게까지 느껴지는 태도를 취하는데 회상으로만 가면 완전 달라져요. 그런 누나한테 굉장히 많은 걸 배우고 있죠.”

이어 “지현 누나 뿐 아니라 (김)선영, (이)혜경 누나의 공통점인데 숨죽여서 울고 계신다”며 “내가 지금 슬프고 힘들다는 걸 굳이 표현하시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숨 죽여서’ 그 상황들로 들어간다”고 털어놓았다.

“그 상황들을 저는 제일 가까이에서 보고 있잖아요. 누나들의 얼굴을. 엄마를 볼 때도 그렇고 현실로 돌아와서 ‘됐어!’ 할 때도 지현 누나가 가장 답답하고 막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마지막 반전 매력이 가장 큰, 가장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강한 호프 같아요. 선영 누나나 혜경 누나는 처음부터 아픔이 묻어나는데 지현 누나는 그 아픔을 없는 척하면서 초중반을 이어가기 때문에 마지막에서의 낙차가 굉장히 크죠. 마지막 법정을 나갈 때 제일 소녀처럼 돼서 나가요. 무장해제돼 소녀시절의 호프처럼요.”

이에 김지현은 “원래는 안그랬던 사람이 상황에 의해 변한 느낌”이라며 “이 신을 왜 만들어 놨을까, 왜 이런 대화가 있을까 등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분석하는 편이라 마지막까지 배역의 최상급을 만드는 데 노력한다”고 말을 보탰다.

“너무 매너리즘에 빠지는 스스로가 너무 싫어요.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장기 공연을 하다 보면 매일 똑같은 걸 해야 하는 상황이죠. 그 상황에서 매일 같은 걸 하게 되면 저 자신도 괴롭고 관객들한테도 너무 미안해져요. 그래서 항상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호프를 만들었죠.”


◇클래식 김경수와 ‘끼쟁이’ 조형균의 K, 마지막까지도 걱정되는 김선영과 아이 같은 이혜경의 호프

뮤지컬 호프 김지현 김경수
뮤지컬 ‘호프’ 공연 중 에바 호프 역의 김지현(왼쪽)과 K 김경수(사진제공=알앤디웍스)

 

“(김)경수 같은 경우는 좀 클래식하다고 할까요. 영국의 옛날 고전 책 같은 느낌이에요. 굉장히 천천히,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K다 보니 끝판에 힘으로 확 밀어붙일 때 깜짝 놀라 어지러울 정도죠.”

김경수 K에 대해 “진짜 힘이 센, 아예 힘으로는 못당하는 친구”라며 웃었다. 이어 조형균 K에 대해서는 “성스럽다” 표현하며 “특히 노래할 때 그런데 또 완전 ‘끼쟁이’ K”라고 덧붙였다. 

 

“어디에 갔다 놔도 무슨 말을 해도 쑥스러울 일이 없는, 그래서 듣는 사람이 더 쑥스러운 K죠. 공연마다 녹음을 해서 다시 듣고 체크하곤 하는데 신기하게도 형균이랑 형훈이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요. 제가 귀가 나쁜 사람도 아닌데 둘 다 굉장히 힐링을 줄 수 있는 목소리죠.”

 

뮤지컬 호프 조형균
뮤지컬 ‘호프’ 공연 중 K 조형균(사진제공=알앤디웍스)

 

백형훈은 “선영 누나는 가끔 회상 부분에서 텅빈 듯한 눈을 연기하실 때가 있는데 그 안에는 소용돌이가 막 치고 있다”며 “뭔가 일어설 힘도 없는 호프”라고 전했다.

“그래서 공격이 들어오면 마지막으로 발악하는 듯한 느낌이에요. K로 바라볼 때는 법원에서의 행동도 안쓰럽죠. 마지막에 자기 자신을 지키겠다면서 법정을 나설 때도 사실은 약간 걱정이 남는 그런 호프예요. 나를 떠나서 혼자서도 잘 지내겠지, 그럴 수 있겠지…약간의 걱정이 남는.”

이어 이혜경 호프에 대해서는 “좀 아기 같다”며 “K를 비롯해 사람들을 대할 때 붙잡고 안놓으려고 하는, 꼬마아이 같은 모습이 있는데 또 중간중간 훅 어른의 모습이 나올 때도 있는 호프”라고 설명했다. 

 

[23HOPE]공연사진_에바호프_이혜경_알앤디웍스 제공
뮤지컬 ‘호프’ 공연 중 에바 호프 역의 이혜경(사진제공=알앤디웍스)

 

“호프가 붙잡고 있는 모습 중 하나겠구나, 아기처럼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무너져내릴 때 낙차가 가장 적은 그래서 떠날 때 가장 후련한 호프예요. K로서 가장 이상적으로 그리는 결말이랄까요. 요제프가 이 원고를 쓸 때는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을 거예요. 이제 원고는 이스라엘 도서관에 비치돼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거고 출판이 되기도 하겠죠. 호프가 멋진 할머니, 여인이 돼 카페에서 저를 읽는 결말이요. 이제 한명의 독자로서 저를 읽고 뿌듯해 하는, 제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결말로 갈 것 같은 호프죠.”

그리곤 “지현 누나의 호프는 베르트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무명의 화가로 세상을 떠난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동생 테오가 그렇게 애를 썼지만 결국 그의 아내가 고흐를 유명 화가로 만든 것처럼”이라고 부연했다. 

 

[23HOPE]공연사진_에바호프_김선영_알앤디웍스 제공
뮤지컬 ‘호프’ 공연 중 에바 호프 역의 김선영(사진제공=알앤디웍스)

“지현 누나의 호프는 ‘내가 K를 제일 잘알아’라면서 ‘내가 책으로 너를 세상에 알리겠다’ 했을 것 같아요. K를 양도하면서 받은 수십억으로 재단을 만들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요제프의 원고를 세상에 알렸을 것 같아요.” 

 


◇‘지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 활동 베이스인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안테나를 세워놔야 할 것 같아요. 한국어로 공연할 때 정말 나다운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노력만으로는 안되는 일이라는 걸 알아요. 그럼에도 지금까지처럼 내가 있는 장소에서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자세로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합니다.”

김지현의 말에 백형훈은 “공연은 팀 프로젝트라 서로 믿고 가야하지만 일단은 제가 잘 해내야 팀워크도, 신뢰도 생기는데다 늘 평가에 노출돼 있다 보니 가끔 고독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배우로서 저의 가치를 인정해주시는 동료들, 제작사들 사람들, 관객분들이 있음을 느낄 때마다 외롭지만은 않구나 깨달아요. 그런 분들 덕분에, 자부심만으로 가득한 ‘호프’ 같은 작품들이 있어서 ‘지금’에 충실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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