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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사보호구역 해제, 투기 자극 안 할 수 있겠나

입력 2024-02-27 14:05 | 신문게재 2024-0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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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보는 믿음이 강할 때 투기가 유발된다. 대중심리의 비합리성에 정책 부작용이 첨가되면 투기 심리는 붙이 붙는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여의도 면적 117배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보는 시각에는 걱정이 앞선다. 며칠 전(21일)의 그린벨트 ‘837배’보다 체감 강도가 세다. 2007년 관련법(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시행 이래 최대 규모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의 한심스러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규모 보호구역 해제를 보고도 4·10 총선에 미칠 득실에만 관심이 쏠린 듯하다. 안보에 지장을 안 주는 범위라 하지만 6년 전 여의도 116배에 달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때와 비교된다. 김포·연천·고양이 포함됐던 그때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연내 답방안이 나올 정도로 남북관계 완화라는 대의명분적인 면이라도 있었다.

국민권익 증진도 물론 명분은 된다. 군사적 목적과의 합리적 절충안을 찾는 걸 나쁘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 성남비행장(서울공항) 등 공군 비행장 주변의 보호구역을 필요 최소 범위로 줄여도 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재산권 행사의 빗장을 과감히 풀면 시장 변화로 땅 투기 세력들이 활갯짓하는 경우는 숱하게 보아왔다. 고도 제한이 풀리는 지점 대부분이 군 비행장 주변이면 안전성과 소음 문제도 비중 있게 검토하는 게 사리에 맞다.

땅값은 작년 3월 이후 11개월째 상승 중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로 땅값이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곳 아닌 서울 강남 3구·수도권 금싸라기 땅도 들어 있다. 대치동과 개포동, 일원동, 잠실동, 삼전동, 송파동 등 땅값 비싼 동네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분당 등 성남 일대와 하남·과천·평택까지 뻗친다. 억눌린 개발 압력이 커지고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건 불문가지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그럴 여지가 적다고 한다면 좀 짧은 시각이다. 군사보호구역 해제지역 등에 합동조사반을 투입했던 과거 전례를 짚어보면 투기우려지역으로 간주해야 오히려 옳다.

지방에서는 기존 물량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해제가능총량을 분석해보면 수도권조차도 풀어 쓸 땅이 아직 남아 있다. 1년 정도 검토하고 조정했다고 하나 총선용 ‘도돌이표 정책’이란 인상은 지워지지 않는다. 시장이 규제를 이긴 것이 대한민국 부동산 역사였다.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이후 가격이 폭발하는 투기 시장이 전개될 수도 있다. 난개발이나 부동산 투기 등 후유증을 잘 관리할 능력이 정부에 있는지부터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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