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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찜닭을 프랑스 식으로… 뻔한 틀 깨니 펀한 메뉴가 '쑥'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외식업계 ‘아싸’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

입력 2020-10-05 07:30 | 신문게재 2020-10-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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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 (사진=이철준PD)

 

“저는 별도의 외식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오히려 ‘득’이 됐어요. 기존 배운 틀이 없기 때문에 어떤 법칙에서 벗어난 메뉴 개발 시도를 많이 한 것이 업계에서 자리 잡은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는 자신의 성공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식 쉐프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창의적인 메뉴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레시피를 수학공식처럼 정석으로 하는 것보다 창의성이 발휘된 음식이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일도 대표는 2010년 어머니가 운영하던 ‘소문난 곱창집’ 2호점을 내며 장사에 뛰어든 이후 일도씨닭갈비, 일도씨찜닭, 이스트빌리지 서울, 내일도두부 등 9개 브랜드를 연이어 성공시킨 외식 기업가다. 론칭한 모든 브랜드를 성공시키며 현재 운영하는 매장도 20개를 넘어섰다. 특히 일도씨닭갈비 현대41타워점은 월매출 1억 5000만원, 순이익 3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이 매장은 맛집으로 유명해 코로나19 여파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창의적 메뉴 개발이 성공 원동력… 찜닭을 프랑스 식으로!

이런 성공의 바탕에는 수많은 메뉴 개발의 과정이 있었다. 찜닭 요리 하나만 봐도 그의 개발 방법은 독특했다. 보통 찜닭 요리에서 사용하는 ‘찌는 방식’은 ‘오버 쿠킹’ 되는 경우가 많아 닭의 육즙이 다 빠진다. 그래서 그는 ‘프렌치 요리’ 컨셉으로 찜닭 조리를 시도했다. 프랑스식 파스타는 육수를 먼저 뽑아 놓고 요리 후 육수를 다시 넣는데 그렇게 육즙을 살린 찜닭을 시도한 것이다. 그 후 파스타처럼 플람베(센불에 적당한 도수의 술을 넣어 알콜을 날리는 방식) 조리법으로 팬에 조리를 하니 색다른 찜닭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 요리는 성공을 거뒀다.

김 대표는 “음식도 기획이기 때문에 기존 포맷을 따르지 않고 음식을 정하여 조금씩 변형하는 식으로 테스트를 많이 했다”며 “닭갈비로 치면 부수 재료의 신선도, 육질, 소스 품질 등 여러 부분을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후 일반적인 시세보다 1000원~2000원 올린 가격으로 프리미엄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찜닭도 오븐에 굽는 방식으로 시도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오븐 구이 찜닭이 나왔다. 그게 찜닭 리조또다. 닭갈비 요리도 식전 스프와 함께 제공되는 방식으로 새로운 컨셉을 차용했다. 이 컨셉으로 스프와 닭갈비 세트는 일도씨패밀리 대표 브랜드인 일도씨닭갈비 대표 메뉴가 됐다.

김 대표는 “외식업 2세들의 특징이 있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하는 걸 보고 자라서 어느 정도 맛을 내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장사를 물려받으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독이 될 수 있다. 기존 공식대로 뻔한 음식을 하면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또 다른 성공 키워드는 브랜드별 단순화, 전문화다. 일도씨패밀리 매장은 대부분 메뉴가 3~5 종류를 넘지 않는다. 임금이 높은 전문 조리사가 아닌 일반 직원이 재료를 담아내기만 하면 되도록 시스템화했다.

김 대표는 닭갈비나 곱창, 보리밥 등 저평가된 우리 음식을 제대로 풀어내고자 했다. ‘싼 음식’이 아니라 1만 원대의 ‘제대로 된 대중음식’으로 브랜드화 한 것이다. 그는 “SNS 활성화와 스타 셰프들의 활약으로 특별한 음식은 각광을 받았지만, 평범한 대중음식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보통 음식들, 촌스러웠던 한식을 재조명하려 한다. 한마디로 ‘촌스러움의 재해석’”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한 스킬보다는 재료로 승부했다. 외식업은 큰 틀에서 임대료, 인건비, 식재료 이 세가지 비율 조절 여부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된다. 김 대표는 임대료, 인건비를 포기하고 식재료에 많은 비중을 둬서 장기적으로 단골을 많이 만드는 전략을 내세운 케이스다.

김 대표는 “부모님이 시장에서 곱창 장사를 하셨는데 그 걸 보면서 사업 구상을 많이 했다”며 “외식 공부를 독학으로 하면서 어머니 곱창가게에서 3년 배우고 창업을 했는데 디자인적인 측면이나 시스템적으로 더 고급화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그 것을 일도씨 브랜드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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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 (사진=이철준PD)

 

◇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창업 공간의 니즈와 맞아야… 선 상권분석, 후 아이템 개발

김 대표는 또 사업 구상 단계에서 아이템을 먼저 정하고 상권 분석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상권분석을 통해 아이템을 발굴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8년 9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선보인 ‘이스트빌리지 서울’은 기존 브랜드와 성격이 사뭇 다르다. 복층 구조로 테라스까지 갖춘 세련된 한식당 느낌이다. 이 브랜드를 그는 광화문을 몇 년 간 지나다니면서 연구했다. 이 지역에 어떤 음식점이 없나, 상권 주변이 메인 동선인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점심, 저녁에 많이 먹고,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조사했다.

김 대표는 “상권 분석을 철저히 해 몇 년의 고민을 응축시킨 아이템을 론칭했다. 그래서 실패가 없었던 것 같다”며 “광화문 이스트 빌리지의 경우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좋은 음식을 먹길 원하는 니즈를 파악해 런칭한 것이 주효했고 ‘내일도두부’라는 브랜드는 전통 시장에 론칭하여 시장 음식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외식 두부 요리로 자리를 잡았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또한 장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오너의 ‘자존감’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불친절한 서비스와 낮은 자존감은 연관돼 있다”며 “고객의 컴플레인이 있어도 자존감이 높으면 더 서비스를 높이는 계기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 불만이 쌓이고 서비스 질이 낮아지는 것이 고착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한 자부심으로 외식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김승권 기자 peace@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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