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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는 명도소송 중인 건물을 왜 샀을까?

입력 2016-05-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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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새마을금고 가회지점 앞에서 이전으로 인한 임차인 강제 퇴거 관련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성동규 기자

 

새마을금고가 사들인 서울 북촌 한 건물의 세입자들이 권리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날 처지에 몰렸다. 앞서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말 부산에서도 비슷한 분쟁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어 도덕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청새마을금고가 가회지점 이전을 위해 지난해 9월에 사들인 건물의 세입자 정모씨와 장모씨에게 이달 30일까지 가게를 비워달라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정씨와 장씨의 권리금 1억4000만원은 지급하지 않은 채였다.

새마을금고와 수공예소품가계 등을 운영하던 평범한 이들의 권리금 분쟁은 지난해 4월 말부터 시작됐다. 전 건물주 남모씨는 이들에게 권리금을 주지 않고 내쫓아 대형 프렌차이즈에 건물 통째로 임대를 내주기 위해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정씨는 소송 수개월 전부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신규 계약을 요구했지만 남씨가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다 권리금 회수의 기회를 놓친 터라 피해가 더욱 컸다.

소송이 진행되던 중인 그해 9월 남씨는 새마을금고에 건물을 매각했다. 임대차 계약과 함께 소송을 승계받은 새마을금고는 올해 1월 19일 최종판결을 잡힌 마련한 조정기일 당시 판사가 세입자들과 합의를 권유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

정씨와 장씨는 소송에서 결국 패했다. 권리금 보호조항이 포함된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안 시행됐지만 정씨와 장씨는 20여일 차이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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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새마을금고가 이달 30일 이후 강제집행을 예고하는 통지문. 사진=성동규 기자

 

정씨는 “과거 23억7000만원에 건물을 매입한 남씨는 소송 등으로 골치를 앓자 20억원대에 급매로 매각, 새마을금고가 많은 이득을 봤다”면서 “애초 건물을 사들일 때부터 소송에서 승리해 권리금을 주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지 않고선 서민금융기관이라고 자부하는 새마을금고가 우리와 대화도 하지 않고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지 않을 것이다. 4년 새 월세가 2배나 올랐어도 참았다. 장사가 잘 됐기 때문이 아니라 권리금을 받아 다른 곳에서 장사할 수 있다는 희망에 서였다”며 가슴을 쳤다.

북촌지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법적인 절차를 통해 정식으로 승소했다. 이런 이유로 권리금을 보상하지 않다고 해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면서 ”협의를 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새마을금고와 세입자 간 권리금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부곡새마을금고는 부산 부곡동 한 건물에서 치킨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김모씨에게 건물을 신축해 금융시설로 사용할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김씨는 2013년 전 건물주 A씨와 계약을 맺었지만 재건축 관련 계획을 임차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 시행 전이었던 탓에 새 건물주인 새마을금고의 일방적인 요구에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권리금과 시설투자비 등 5000여만원을 날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의 행태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2013년과 지난해 관련법 개정으로 권리금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는 실정이지만 이를 둘러싼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으로 대두되면서 원만히 합의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선 대표는 “법 개정은 영업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던 것”이라며 “아무리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해도 새마을금고는 세입자들의 가치를 침해한다는 최소한의 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성동규 기자 dongkur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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